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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제9회 부산평화영화제/★관객리뷰

<미투 기획전> 씨네토크

 

<미투 기획전> 씨네토크

진행자 : 이지윤, 오수진, 장설아, 황주은 (페미니즘 소모임 '싫다잖아' 회원)

 

작성자

관객심사단 : 노지선

 

 

영화 : <그날 밤>(35분, 최기윤), <살인자 그리고 살인자들>(25분, 리비아 뻬레스)

 

 

 

장설아 : 성범죄를 우리가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그것에 있는 2차 가해는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며 영화를 보았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감상하게 된 두 가지 영화 중 최기웅 감독의 그날밤은 학내 폭력 및 2차 가해가 중심 내용이었습니다. 또 브라질의 24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 리비아 페레스의 살인자, 그리고 살인자들은 가부장제와 데이트폭력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미디어나 자본에 대한 비판까지도 가지고 있는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제 여러분들과 함께 영화를 본 소감이 어떠셨는지 한국 20대 여성으로서 궁금한데요.

오수진 : 첫 번째 영화(그날밤)은 일상 속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들이잖아요. 하이퍼 리얼리즘이라고 할 만큼 리얼하였습니다. 대학생활 해보신 분들이라면 저런 일들 한 번씩은 경험 해보셨으리라 생각해요. 그리고 두 번째 영화(살인자, 그리고 살인자들)는 간혹 뉴스에서 나오는 심각한 성범죄가 여성에 대한 살인으로 이어지는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이 두 영화가 한국영화와 외국영화를 떠나, 학내에서 일어나는 성희롱과 여성에 대한 성폭행과 살인을 넘어서서 그 깊숙한 곳에서는 같은 본질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본질을 사람들은 보통 저것은 남의 일이야’, ‘뉴스에서만 보는 일이야라고 생각을 하지만, 아마 개개인마다 일상적으로 한 번씩은 경험이 있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이번 시네토크를 계기로 영화를 보신 분들과 저희 경험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제 친구들 중에서도 성희롱이나 성폭행을 한 번도 안 당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지금의 한국 사회가 심각한데, 그래도 이번에 미투 운동이 힘을 얻어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미투 운동이 한번 반짝 사회적인 이슈가 됐다가, 아직 이야기하지 못한 피해자들이 존재함에도 흐지부지되어 묻혀 버릴까봐 걱정이 되요. 또 미투 운동으로 발화하게 된 사람들의 이후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요. 우리가 사회적으로 제대로 관심을 가지고 인식을 바꿔야만이 미투 운동을 발화했던 사람들의 삶도 제대로 잘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황주은 : . 그날밤을 보면 아까 수진씨께서도 말씀하셨는데, 저희가 대학생이다보니 특히 길수가 계속 하는 말이 아 오빠가 말이야, 오빠가’. 이런 말을 많이 들으면서 불편했어요. 이부분에 대해 수진씨가 군대문화와 관련해서 설명해주셨으면 좋겠는데……

 

수진 : 대학 문화에서 권력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복학생 오빠라고 생각해요. 아무것도 모르지는 않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 고등학생이라는 가정 하에, 그 사람들이 군대를 갔다오고 나서 자신의 남성성을 재생산하는 계기가 되거든요. 군대를 갔다오면 유난히 그런 게 심해져요. 두번째 다큐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소유하는 것 자체가 본인의 남성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도구로 생각을 해요. 그래서 카더라 라는 말이지만 군에 가면 성매매에 대한, 그러니까 선임이 같이 데리고 갔다, 또는 군에 들어가자 마자 너 해봤냐 안 해봤냐? 묻는다던지, 그리고 휴가를 갔다 오면 여자친구랑 했냐 안 했냐? 이런 것들을 학교에서도 그대로 하고 있는 거죠. 이것은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본인들의 권력기반 정도로 생각을 한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첫 번째 영화와 두 번째 다큐멘터리에 큰 차이가 없다고 느껴요. 어쨌든 성희롱과 성폭력, 그리고 여성 살인이라는 자체가 그런 남성성을 재확인하는 것에 있어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이용하고 소유하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라는 거죠. (살인자, 그리고 살인자들에서) 인터뷰하신 분이 이렇게 말을 했어요. ‘영화처럼 내보내니까 실제 사건이 아닌 것처럼 보여요라고는 하지만 그 기저에 있는 내용들은 다 똑같기 때문에 누구나 경험했고, 경험할 수 있고, 그리고 이미 우리 주의에 만연한 일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이 미투 운동이 지금 이슈화 되고나서 그 이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게 없어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니까 인식부터 바꿔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장설아 : 제가 궁금했던 거는 그날밤 한국영화 보시면서 여러분들 주인공이 누구라고 생각하셨어요? 저는 성민이가 주인공으로 보였어요. 그래서 이상하다 싶어서 찾아보니 주인공이 성민이더라구요. 그러니까 남자가 주인공인데서 여자의 성폭행을 다룬거죠. 또 연출 의도가 그 남자의 서툰 위로라고 하더라고요. 애초부터 남성의 시각으로 들어가고 있고, 남성이 주인공인. 그런데 주인공이란 중심에 있는 대상이기 때문에 우리가 계속 그를 바라보고 있어요. 그런데 중심에 있는 대상이 가만히 있으면 집중을 못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움직여야 해요. 그래서 성민이의 감정이 계속 변해요. 처음에는 상황을 잘 모르다가, 화를 냈다가, 사과를 하고 하는 식의 성민이의 감정이 서사 구조의 핵심이 되고 있어요. 즉 이 영화의 주인공이 남성이라고 생각됐어요. 하지만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 있을 때,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피해자죠. 그런데 첫 번째 영화(그날밤)에서는 (중심이) 피해자가 아니에요. 두 번째 영화(살인자, 그리고 살인자들)에서는 가해자에게 관심을 돌리고 있어요. 피해자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우리는 가해자, 또는 피해자를 지켜주는 대상에게 집중해요. 그런데 그 지켜주는 대상이 어떻게 풀리고 있는지 보셨죠? 로맨스적이게 풀리고 있죠.

 

오수진 : 결국에는 여성의 구원이라기 보다는 문제해결에 있어서 사랑이 서사의 중심이 된다는 것이 저는 아쉬웠어요. 그리고 이 장면 이상하게들 생각하셨을지 모르겠는데, 성민이가 민희에게 옥상에서 이렇게 얘기해요. “잤냐? 잤냐고?”. (민희가) 그걸 왜 궁금해 하냐(고 묻자), 민희를 좋아해서 그런 거래요. 그런데 길수와 길수 여자친구(은영)의 상황에서 은영기가 그래서 잤어? 나는 오빠 믿어.” 라고 이야기하는데 그걸 보면서 차이점 같은 걸 못 느끼셨어요? 저는 이 상황이 우리 일상 속에서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여지는 구조라서 아마 눈치를 못 채셨을지도 모르는데, 남성의 입장에서는 여자가 다른 남자랑 잤냐 안잤냐가 굉장히 중요한 거죠. 왜냐하면 이 여자의 섹슈얼리티는 내 꺼니까. 근데 은영이의 입장에서는 이 남자가 그 여성과 잤든 자지 않았든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거예요. 수용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는 거죠.

 

장설아 : 그리고 또 그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를 하자면, “너 길수 형이랑 잤어”, “그게 왜 궁금해?”, “네가 좋으니까”(라는 대사에서), 만약 길수랑 잤다고 생각을 했을 때 (민희는) 피해자잖아요. 만약 (민희를) 좋아하지 않으면 궁금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여기서 얘기하는 건 성민이가 길수를 윤리적으로 지탄하는 것이 아닌 그에 대한 질투나 민희를 소유물로 여기는 듯한 행위로 느껴졌어요. 마치 다른 남자의 것이라도 된 것으로 생각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좋아하면 관심을 갖고 좋아하지 않으면 관심을 갖지 않는다 라는 첫 번째 문제가 있고, 좋아한다고 하여 이러한 방식으로 물어보는게 과연 옳은가? 또한 그 질문이 윤리적인 태도에서 나오는가 혹은 나의 질투와 욕심과 가부장적으로 여성을 소유하려고 하는 시선인가를 따져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수진 : 저는 또 다른 이분법에서, 성민이가 생각하는 자기 여자는 나랑만 관계를 가져야 한다라는 성녀 프레임과 다른 남자들과 섹슈얼리티를 공유하는 창녀의 이미지로 나뉜다는 걸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이지윤 : 저는 아까 질문하고 싶었던 부분이, “잤어라고 묻는 장면에서 결국 그 잠이라는 것은 남자와 여자가 같이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남자가 말하는 잠이라는 것과 여자가 말하는 잠이라는 것의 무게가 다르다고 느껴졌어요. 이것에 대해서 두 명이 같은 공간에서 같은 행위를 하는 건데 누군가는 자랑할 거리가 되고, 누군가는 아주 무거운 주제가 되는 모습이 권력을 잘 보여주는 예시가 아닌가 생각했어요.

 

장설아 : 지금까지 신체 소유에 대한 이야기와 성녀와 창녀 프레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죠.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연애라는 것에 대해 소유의 개념이 계속 나오는데, 연애는 대상과 대상이 만나는 것이지 누군가를 소유하는 게 아니잖아요. 소유할 수도 없어요. 그런데 성민이한테 길수가 니가 걔 남자친구야?’라고 물어요. 또 회식 장면에서도 또 다른 친구가 민희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것에 대해 성민이가 따지자 너희 사귀냐?’라고 말하기도 하고요. 이것은 만약 네가 남자친구라면 내가 손대지 않을게라는 의식이 은연중에 포함되어 있다는 거예요. 즉 남성들이 여성을 소유하는 것에 관해서는 너무도 쉽게 생각하지만, 만약 남자친구가 아니라면 여성이 피해자라고 하더라도 신경쓸 게 아니라는 거죠.

 

황주은 : 남성이 능동적인 주체로서 존재하고 여성이 수동적으로 존재하는 모습을 암시적으로 나타낸 장면이, 그날밤에서 해변가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길수가 말해요. 욕망과 책임을 얘기하면서 작가와 피사체는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그것을 침범하게 되면 짐승이라고 말해요. 저는 이 장면이 만약 작가가 의도하지 않았다면 실망스러울 거라고 느꼈어요. 작가와 피사체를 이 영화의 전체적인 서사와 연결시켜보면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뉘는 구조라고 생각해요. 여기서 작가는 가해자인 길수예요. 그리고 피사체는 피해자인 민희이고요. 사진을 찍는 작가는 그 대상을 보고 능동적으로 촬영을 하지만 피사체는 그럴 수 없잖아요. 이 장면은 결국 여성은 수동적인 피사체고, 남성은 능동적인 작가로 귀결되요. 저는 이 부분이 아쉬웠다고 생각해요.

 

이지윤 : 저도 이 의견에 동의해요. 마지막에 싸우는 장면에서 성민이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라고 말을 하잖아요. 하지만 성민이도 자기가 민희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작가와 피사체로 나누고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영화가 계속해서 성민이 중심적이고, 만약 성민이가 없었다면 또 어떻게 됐을까요? 민희는 일을 크게 만들기 싫다고 말했어요. 즉 피해자는 계속 숨어요. 왜냐하면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다시 오니까. 또 성민이가 없었다면 민희가 회식 자리에서도 사람들 앞에서 (길수에게) “그래, 여기 사람들 다 있는 데 말 해봐!”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도 없었겠죠. 민희를 구하는 모든 상황이 성민이에게 달려있었어요. 아직도 여성은 남성이 없이는 구원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걸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오수진 : 이번에 미투 운동이 이렇게 이슈화되면서 많은 남성들이 했던 말이 나는 안 그런데?’ 였어요. 하지만 본인이 그렇든 그렇지 않든 한 문화에서 인간이 살아가게 되면 그 문화의 시스템을 수용하게 되잖아요. 성민이가 가해자는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본인이 남성의 주체로서는 존재를 한단 말이에요.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이 젠더 권력 자체를 인지를 잘 못해요. 하지만 젠더 권력이 성폭행과 성희롱을 만드는 건 사실이에요. 스포트라이트라는 영화에서 성직자들이 어린이들을 성추행한 사건을 폭로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런데 성추행은 여자 어린이와 남자 어린이를 가리지 않아요.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이 약했을 뿐이죠. 그런데 이러한 권력 구조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나는 그렇지 않아라고 말하는 것은 파편적인 부분만을 보는 시각이라고 생각해요.

 

장설아 : 또 고대 (그리스) 시대의 플라톤의 얘기에 따르면 남성과 남성의 우정은 진실된 우정이지만 여성간의 우정은 하찮게 여겨졌어요. 그런 성향이 지금도 남아있는 것 같아요. 남자간의 우정은 엄청나게 위대하고 대단하게 그려지지만, 여자간의 우정은 별 게 아니라서 남자친구가 생기면 없어지는 거죠. 그러면서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 구도를 만들고 있죠. (영화에서도 민희와 은영이가) 사이좋게 지냈지만 나중에 (은영이가 민희에게) “너도 네가 그렇게 행동을 하니까 그렇지.”라고 말을 해요.

 

황주은 : 저도 플라톤 얘기에 공감해요. 보통 남성들간의 의리나 우정을 가치있게 표현하는 영화들이 많지만, 여성은 남자에 비해 정신적으로 열등한 존재로 하락시켜버려요. 고대때부터 그러하듯이 정신적으로 수준 높은 사랑은 남성끼리 하면서 천박하게 여겨졌던 육체적인 사랑은 여자랑만 하는 거죠.

 

장설아 : 또 디테일한 설정에도 남녀차별이 있었다고 생각하는데요. 남자가 앞에 걷고 여자들이 뒤에 걷는데 빨리 와라고 얘기하는 장면이라던지, 남자가 얘기를 하면서 여자친구에게 잘 들어. 이거 중요한 장면이야.’라고 (권위적으로) 얘기하는 장면 등이요. 또 복장을 신경써서 봤는데요. 민희나 은영이는 머리 셋팅부터 화장, 옷까지 신경을 쓰지만 남자들은 모두 바팔에 반바지일 뿐이었죠. 이런 설정에도 여성에 대한 코르셋이 있다고 생각해요. 또 이 코르셋은 여성에게만 많기 때문에 여성이 짧은 옷 등을 입는 것에 대해 규제하거나 가십화할 수 있는 거죠.

 

황주은 : 이제 저희 뿐만 아니라 관객분들의 이야기를 좀 듣고 싶은데요.

 

관객A : 안녕하세요. 저는 그날밤같은 경우에는 미투 기획전임에도 불편한 부분이 많았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영어 자막 부분에서도, 편지 주는 장면에서 은영이가 친구들을 가리켜 애들이 기다리고 있어라고 해요. 여기서 애들은 성별을 드러내는 말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자막에는 ‘Girs’라고 되어 있더라고요. 민희야라고 부를 때는 ‘Hey Minhee’라고 되어 있었는데, 은영이가 길수를 부를 때 그냥 오빠라고 부를 때는 ‘Honey’라고 되어 있더라고요. 저는 그 대사가 애칭이나 달달한 말로 느껴지지 않고 그저 이름을 부르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왜 오빠라는 단어가 이렇게 로맨스적인 단어가 됐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이 영화가 왜 청소년관람불가인 영화인지 모르겠어요. 저는 처음에 성폭행 부분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거나 표현이 자극적일줄 알았는데 전혀 그런 부분도 없어서요.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 만으로도 청소년관람불가를 받을 만큼 쉬쉬되었구나 라는 부분이 안타깝네요. 그리고 내용적인 부분에서 끝무렵에 회식 자리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성민이가 동기와 싸우는 장면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그 싸움을 말리는 사람이 시비를 건쪽이 아니라 성민이를 말리더라구요. (마지막에 길수와 싸웠던 장면에서) 분명히 가해자임을 다 폭로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더 많은 쪽은 가해자쪽이더라구요. 또 성민이가 사과하라고 요구하자 쟤 술 취해서 저렇다. 오늘 좀 이상하다.’ 이렇게 취급되는 것이 씁쓸했어요. 또 뒤에 살인자, 그리고 살인자들에 관해서는 얘기가 잘 안나온 것 같은데, 저는 이 사건을 보고 그래도 이건 극단적인 일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하지만 일상처럼 녹아들어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오수진 : 저는 더불어 그 장면이 민희가 그 일을 당했지만 말을 하기 힘든 현실을 잘 보여준 것 같아요. 왜냐하면 피해자는 끊임없이 자신이 어떤 일을 당했는지 말을 하고 증명을 해야 해요. 혼자만의 개인적인 투쟁인 거죠. 피해자인 약자의 말을 귀기울이지 않고 약자가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발악하는 것 같았어요.

 

장설아 : 네 시간 관계상 다음 질문 한 분만 더 받겠습니다.

 

관객B : , 저는 방금 말씀하셨던 피해자가 계속해서 자신이 피해당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을 해요. 2차 가해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또 두번째 영화 살인자, 그리고 살인자들에서도 우리나라 미디어나 언론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미투 관련 보도를 JTBC에서 처음으로 주도적으로 보도를 했잖아요. 피해자 얼굴을 보여주면서 30분정도 인터뷰를 했고요. 그런데 단지 보여주는 것 외에 어떤 책임감도 지니지 않으려고 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저는 사실 언론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많은 고민을 해야한다고 느끼고, 또 이 부분에 대해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황주은 : . 첫 번째 영화와 두 번째 영화가 언뜻 보기에는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그 기저는 같아요. 가부장제에서 여성이 당하는 폭력이라는 점이잖아요. 그래서 미디어도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해요. 미디어에 종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폭로할 만한 것이 없었을까요? 저는 당연히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민희가 말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하지 못하는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가 이 시네토크를 하면서 강조하고 싶었던 주제가 미투 운동이 왜 계속해서 지속되어야 하는가를 경험과 어울러서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이 기저에는 가부장제로 인해서 피해를 받는 여성들이 있으면 어쨌든 미투 운동은 계속될 수밖에 없어요. 뿌리 뽑을 수가 없는 거죠. 그 사회 시스템과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그 과제라고 생각해요.

 

장설아 : . 오늘 미투 기획전에 관한 시네토크는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