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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제10회 부산평화영화제/관객과의 대화

[공식경쟁7] <물의 도시>, <난류>, <유라>, <디엔 비엔 푸> GV

 

≪물의 도시≫, ≪난류≫, ≪유라≫, ≪디엔 비엔 푸≫  GV 후기
일시: 2019년 5월 26일(일) 13시 40분
진행: 김영광 (제10회 부산평화제 예선 심사위원)
게스트: 박소현, 이채석, 김호, 이민우 (차례로 ≪물의 도시≫, ≪난류≫, ≪유라≫, ≪디엔 비엔 푸≫ 연출)
작성: 황진솔 (부산평화영화제 대학생 자원활동가)

 

진행자: 우선 감독님들께 이런 영화를 연출하게 된 동기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이채석 감독: <난류>는 제 졸업 작품이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생각하다 저에 대한 그리고 가족들에 대한 평소 생각들을 풀어내면 좋을 것 같아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민우 감독: <디엔 비엔 푸>는 표면적으로는 다문화가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다르다는 것을 서로가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 가를 말하고 싶었고, 가족구성원의 세대 차이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박소현 감독: <물의 도시> 역시 졸업 작품으로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공간과 재개발에 관심이 많은데, 우연히 노량진수산시장에 가게 된 날 그곳에서 투쟁하고 계신 분들을 만나게 되었고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김호 감독: 2년 전 즈음 언론보도를 통해 생리대 이슈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보도 자료를 봤을 당시 저는 큰 충격을 받았고, 이에 대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어요. <유라>는 이제까지 알려고 하지 않았던 저의 과거에 대한 미안함의 표현이었습니다. 다가가고 이해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어요.

 

관객: <디엔 비엔 푸> 전투에 한국군은 참전하지 않았는데, 제목을 이렇게 결정한 이유가 있나요? 
이민우 감독: <디엔 비엔 푸> 전투는 한국군은 참여하지 않은 전투이지만 베트남전에서 가장 유명하기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제목을 <디엔 비엔 푸>라고 정했습니다. 

관객: <유라>에서 집 앞에 도착한 택배 상자 안에 들어있던 것이 릴리안 생리대였는데, 혹시 감독님께서 의도하신 건가요?
김호 감독: 시나리오를 집필하던 당시 릴리안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그와 관련해서 조사를 하던 중 저소득 및 차상위계층 학생들에게 나눠주었던 생리대 대부분이 릴리안 제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릴리안 광고 속 활짝 웃고 있는 여성이 이 문제와 관련해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아 릴리안 생리대를 소품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진행자: <유라>의 마지막 장면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요?
김호 감독: 간혹 생리대가 배달되어 왔는데 유라는 왜 학교에 가지 않느냐 하는 질문을 받습니다. 저는 생리대를 구한 것이 문제의 해결점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시간이 지나면 유라는 결국 똑같은 어려움을 반복해서 겪게 될 테니까요. 그런 아이를 다시 일상으로 되돌려놓는 게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라가 있던 공간에서 유라를 지우는 방식을 택했어요.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던 저의 지난 태도처럼요.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어딘가 분명히 있을 유라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지하방, 화면이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통해서 유라가 아직 우리 세상의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저 아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어두운 엔딩일 수는 있지만 거짓된 희망이나 거짓된 밝음 보다는 실제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느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관객: 영화처럼 정부에서 생리대를 제공하는 정책도 있지만, 학교 보건실이나 청소년상담센터 에서 대여해주기도 하는데 그런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시나요?
김호 감독: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이런 상황에 놓인 아이들을 많이 취재했어요.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무심한 말에 상처를 입고 위축돼요. 게다가 생리대를 빌린다고 해도 한 번 빌린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니 아이들은 도움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예요.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생리에 대해 편하게 생각하는 것이 우선인 것 같아요.

관객: <물의 도시>를 제작하는데 있어 투쟁 중인 사람들과 인터뷰와 촬영협조를 할 정도로 신뢰관계를 쌓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어떻게 신뢰관계를 쌓을 수 있었나요?
박소현 감독: 투쟁 중인 분은 자신의 목소리를 알리기를 원하세요. 그래서 촬영에 응하는 것 자체는 힘들지 않았지만, 그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문제였어요. 함께 시간을 보내는 만큼 관계가 쌓일 거라 생각해 자주 찾아뵙고 꾸준히 촬영했습니다.  
또한 저는 평소 일반 투쟁 다큐멘터리나 관련 뉴스를 접할 때면 저와 관련된 일이 아닌 것 같아 피로도가 굉장히 컸어요. 이것과 관련해서 노량진 수산시장 자체를 관객들과 어떻게 연결 지을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어요. 그래서 투쟁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사람들이 가진 시장에 대한 기억, 공간의 오브제 같은 것들을 포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관객: 그렇다면 공간에 대한 기억을 중심으로 담아내는 한편으로 노량진수산시장의 근본적 문제를 드러내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박소현 감독: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면 시장에 대한 기억, 일상보다는 현재 상황의 억울함과 잘못된 점을 이야기하길 원하세요. 그래서 그들의 말을 충실히 담아내는 것과 제가 생각하는 기억이라는 장치를 집어넣는 것에 있어서 갈등이 많았어요.
하지만 관객이 노량진수산시장이 없어지게 된 배경, 이유를 감정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화를 봄으로써 시장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고, 그 지점에 집중했습니다.

진행자: <난류>는 명확한 주제를 담아내기 보다는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 말해도 소용없는 것의 복잡한 관계를 보여주신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설명 부탁드려요. 
이채석 감독: 제가 생각하는 좋은 영화란 저의 일생과 작품 속 인물의 이야기가 중첩되면서 나만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난류>는 가상 인물의 가상의 스토리이지만 충분히 우리와 우리 주변의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인물의 이야기가 관객의 일생과 중첩되었을 때, 스파크가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관객: 캐비넷 앞에서 말다툼하는 장면에서 나온 ‘메데키아’라는 대사는 무슨 뜻인가요?
이채석 감독: 메데키아는 인도말로 ‘내가 그랬어’라는 뜻이고, 그 배우는 실제 인도분이세요. 저는 그 장면을 구상하며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 인물을 대하는 주변의 태도들이 결국 내가 그랬다고 거짓으로 시인하게 만든 것이죠. 하지만 그 말이 지규를 위하는 말은 아니었기 때문에 한국어가 아닌 모국어로 이야기한 거죠.

진행자: 마지막으로 감독님들께 ‘평화영화제’의 상영작으로 선정되었을 때의 기분과 마지막 인사 전해 들으며 대화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채석 감독: <난류>가 부산평화영화제에 선정되었을 때는 예상치 못했어요. 내 영화가 평화영화제와 어울리는 영화인가 생각하기도 했지만, 평화라는 단어는 좁게도 넓게도 볼 수 있는 단어인 것 같아요. 많이 부족한 영화를 상영작으로 선정해주시고,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민우 감독: <디엔 비엔 푸>는 작년 가톨릭 영화제 사전제작지원작이었습니다. 당시 영화제의 주제인 존중과 평등이라는 키워드에 맞춰 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평화라는 단어와 잘 맞는 것 같아요.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소현 감독: 우선 <물의 도시>를 다시 상영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작년 상영 후 처음 보는 것인데 감회가 새로웠어요. 투쟁이라는 게 평화와 상반되게 보일 수 있지만 결국 그 과정은 평화로 가는 길이라 생각해요. 아직 노량진 수상시장 분들의 문제는 풀리지 않았어요. 건물은 계속 지어지고 부서지고를 반복하고, 상인들은 자본과 권력에 의해 어딘가로 옮겨가야 하는 상황에 놓였어요. 이 이야기는 어쩌면 우리 혹은 우리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어요. 그러니 여기에 귀 기울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호 감독: <유라>가 상영작으로 선정되었을 때 기분 좋았어요. 영화제 상영은 설레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내 영화를 사람들이 평화적으로 봐주었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이 문제 역시 해결되지 않은 채 오히려 잊히고 있어요. 관객들께서 이 영화를 계기로 이 일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면 연출자로서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