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을 두고 고민하는 우리의 일상을 녹인 영화
폐경에 이른 엄마와 이미 폐경한 소는 오래되고 낡은, 하지만 정이 있고 익숙한 것을 나타냅니다. 한편 아들이 원하고 있는 맥북은 새롭고 최신의, 하지만 어찌 생각해보면, 낯설기도 한 것입니다.
<맥북이면 다 되지요>는 20분이 조금 넘는 단편영화입니다. 여기서 어머니는 폐경판정을 받고 나서부터 우울해합니다. 신경질도 더 많이 냅니다. 그리고 이미 폐경인 소는 값이 비싸지 않다는 가축시장 주인 말을 듣고서는 더 짜증을 냅니다. 주인장이 ‘새끼도 못 낳는 암컷이 왜 비싸냐. 암컷은 맛도 없는데’라는 말을 한 것이 자신 이야기처럼 들린 듯합니다. 자신도 이제 자식 못 낳고, 일도 잘 못하는데 뭔 쓸모가 있냐는 생각을 가진 것 같습니다.
반면 이런 사정을 모르는 아들은 맥북을 사달라고 조르고 있습니다. 최신 맥북은 다 된다는 거죠. 어머니가 새 걸로 뭘 할 수 있냐고 비명을 지를 때 아들은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말을 합니다. 이 때 또 어머니께서는 나는 오래됐으니까 다 못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생각을 바꾼 듯합니다. 결국 어머니는 암소를 팔고 아들이 원하는 컴퓨터를 사주게 됩니다. 그런데 그 암소의 이름을 맥북이라 한 것이 소소한 웃음을 줍니다. 뭐든지 잘 되게 해달라고, ‘맥북이라 카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카네’ 하면서 암소 앞에서 격려같은, 제사를 드리며 소원을 빌고 있는 대목이 유머러스합니다. 결국에는 새것을 선택하는 우리의 삶을 표현한 영화입니다.
청소년 관객리뷰단 강이안 (iaanjoan0203@naver.com)
*강이안 님은 5/21(일) 11시 초청작 <그린친구 음악회>의 주인공 가족으로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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