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평화영화제 아카이브
<언허드:마사페르 야타를 지켜라> GV 본문
일시 : 2024년 10월 25일 20:20
장소 : 모퉁이극장
참석자 : 박지연(모더레이터), 권순목 감독
작성 : 안서정
Q. 팔레스타인 현장에서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A. 크게 두 가지의 감각을 느꼈는데요. 저희가 팔레스타인의 문제를 미디어를 통해 접할 때는 위험한 지역이라고 느껴질 수 있어요. 현장을 막상 가면 거기도 똑같이 사람 사는 공간이거든요. 가족끼리 외식을 하거나 축제를 즐기는 등 일상이 잘 되어 있는 아름다운 공간이에요. 오스만 제국 당시의 건물들도 많고 자연경관도 예쁜 곳이라 기본적인 첫인상은 ‘여기도 일상이 있는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다’라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느껴지는 건 일상은 존재하나 끊임없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차별하는 제도적인 시스템들이 공존한다는 거예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못 쓰는 도로가 있다거나 집을 수시로 감찰하는 군인이 있는 등 일상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차별적인 시스템이 강렬하게 인상에 남았습니다.
Q. 우리와 무관한 사태라고 생각했는데 저희 나라 역시 인지를 하고 전쟁 범죄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영화를 통해 알게 되면서 많은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A. 처음에 다큐를 제안받았을 때 당사자의 요청으로 시작했습니다. 팔레스타인 주민 분들의 집이 계속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 분께서 직접 기록을 찾아보니 현대 HD라는 곳의 장비가 쓰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신 거예요. 그래서 ‘이 장비의 기업이 너희 나라 기업 같은데 혹시 이 문제를 같이 좀 해결할 수 있겠냐’ 라는 제안을 먼저 해주셨고, 저희가 실제로 건설 현장에 들어갔을 때도 현대 HD 장비가 쓰이고 있었거든요. 연결이 많이 돼 있다는 걸 직접적으로 느꼈고 한국과 팔레스타인이 전혀 무관한 나라가 아니라는 얘기를 담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편집 역시 그 부분을 더 신경 써서 했습니다.
Q.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분쟁은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다를 것 같습니다. 이 분쟁을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혹은 다른 해결방식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마사페르 야타 분들은 1980년부터 2022년까지 본인들이 실질적으로 거주해 왔다는 역사적 자료들을 가지고 땅의 소유권을 주장해왔습니다. 이스라엘은 그럼에도 여긴 지금 C구역이고 군사 구역에서 군사지역을 지정하는 건 군사지역의 행정부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하면서 법정 싸움이 20년 넘게 이어졌어요. 2022년 결국 대법원에서 이스라엘 군 쪽에 행정 권한이 있으므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나가는 게 맞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근데 누구도 팔레스타인을 대변하지 않는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계속 해외에 있는 저희 같은 단체에게 알리려고 하는 거거든요. 왜냐하면 국제적인 시선이 있고, 미디어의 관심이 많아지면 비인도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거나 군사적인 무력을 행사할 수 없으니까요. 요약하자면 법적인 문제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국제법상으로는 명백한 불법입니다. 특정한 지역을 군사 구역으로 쓰기 위해 시민을 내쫓는 것도 사실 제네바 53조 위반이거든요. 그런 국제법으로서 이제 국제적인 조정을 요청하는 게 지금 주민들이 계속 하는 활동이고 그 활동의 일환으로 불매운동이나 국제 미디어를 움직이는 등의 형태를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Q. 그 이후로 현대에서 다른 답변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또 만나서 인터뷰했던 활동가와 계속 연락하시는지, 한다면 지금 지역의 상황은 어떤지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A. 하나는 확실히 말씀드리고 싶은 게 HD와 현대는 다른 기업입니다. 내부적인 상황으로 분리가 되었고 명확한 이름은 HD 현대라고 보시면 됩니다. 제가 알기론 글로벌 탄원을 모아서 HD 현대에 전달을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약간의 소통은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진전이나 해결에 대한 답변을 받진 못했습니다. 마사페르 야타 주민 중에서는 첫 번째 사건을 설명해 주었던 활동가 ‘싸미’와 지금도 연락을 하고 있는데 2023년 가자지구 학살 이후 서안지구에서도 폭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고 해요. 학살이 시작되고 3주 뒤 인터뷰 하셨던 ‘페즈 후라이’님은 총을 맞으셔서 실제로 병원에 실려가셨거든요. 싸미님도 재판 중이시고, 이외에도 이유 없이 구속되는 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꾸준히 국제적으로 이 지역의 이야기에 관심을 높여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입니다.
Q. 다시 이 영화를 보려면 어떤 방법으로 볼 수 있을까요?
A. 극장에 다시 걸리긴 어려울 것 같아요. 하지만 유튜브에 영화의 1, 2편 시리즈가 공개 상태로 전환될 예정입니다. 그때부터는 유튜브 검색을 통해 다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관련 캠페인들 역시 준비 중에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Q.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이 소유권을 다투는 문제가 아니라 1,2차 세계대전부터 시작된 긴 역사의 책임과 결과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대신해서 겪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러한 긴 전쟁의 과정이 일상에 얼마나 악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기억할 수 있는 이런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A. 일단 말씀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사실 저도 그 부분을 고민을 많이 했고 편집에 반영하고자 했는데요. 굉장히 먼 나라의 이야기니까라고 생각하면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문제를 종교 분쟁이나 어떤 영토를 두고 두 나라가 벌이는 싸움처럼 여기는 경향이 짙은 것 같은데 사실 저는 현장에 갔다오고 편집을 하면서 느낀 건 한 축으로는 강력한 권력을 가진 지배자가 피지배자를 억압하는 이야기고 다른 한 축으로는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한 인종이 다른 인종을 억압하는 차별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저 대등한 두 국가의 입장 차이라고 보시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 HD에 대한 얘기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은 어떠한 권력이 다른 권력 없는 자를 짓누르고 있을 때 국제적으로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고 이 이야기를 그냥 흘려보냈을 때 그 공이 굴러서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치는지를 우리가 기억해야 한다는 것 같아요. 우리는 다 이미 연결돼 있고 조금이라도 우리는 그 사람들과 어떤 식으로든 상호 연결된 관계에 영향을 주고받는데 우리가 그 목소리를 듣지 않았을 때 그것들이 전쟁이 되고 더 큰 문제가 되고 또 그게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잖아요. 지금의 이 분쟁이 어떤 형태로든 우리의 삶에 또다시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권력과 차별의 문제를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연대해야 되는지를 고민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해주실 말씀 있으실까요?
A. 작고 소소한 영화인데 이렇게 와서 봐주셔서 사실 좀 신기하고 감사드립니다. 지금도 사실 전 전쟁이 끝나지 않았고 학살도 끝나지 않은 상황이기에 각자의 위치에서, 물론 삶이 너무 팍팍하다 보니 모든 에너지를 연대하는 데 써달라는 말을 드리지는 못하지만, 시간이 허락하고 에너지가 허락한다면 조금 더 관심 가져주시고 일상에서 연대 할 수 있는 방법을 조금씩 찾아주시고 도움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24년 15회 부산평화영화제 > 기록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른 김장하> GV (5) | 2025.05.15 |
---|---|
경쟁3 GV : <짱뚱이네 똥황토>, <이 선생에 관하여>, <마이디어>, <수학여행> (3) | 2025.05.15 |
<판문점> GV (3) | 2025.05.15 |
<바람의 세월> GV (3) | 2025.05.15 |
<고래와 나> GV (0) | 2025.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