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평화영화제 아카이브
[공식경쟁2] <달과 닻> 본문
관객리뷰단_이륜정
비전향 장기수 박희성씨의 기억은 고향을 떠나올 때에 머물러 있다. 돌을 지난 아들이 손 흔들어 주던 그 때로. 북을 떠나온지 60년이 다 되가도록 고향과 가족을 한번도 잊은 적이 없다. 그는 당시 노동당원으로 촬영기사가 되는 게 꿈이었고 당의 지령으로 남파 간첩 수송 임무를 받고 남에 내려왔다가 잡히게 되었다.
제목에서 달은 박희성씨가 연락선을 타고 와 대기하던 날 밤에 비추던 달로 이상과 신념을 뜻하고, 현실을 살 수밖에 없는 모양새를 닻으로 표현했다.
인터뷰를 하던 감독은 박희성씨에게 카메라를 들려 주었다. 키우는 화분에 자라는 꽃을 찍고, 동료들의 심정을 인터뷰하면서 못이룬 꿈을 잠깐 실현해보며 밝아진다. 어린 아들에게 보내는 영상편지도 찍어본다. 가족과 고향 이야기를 할 때 그는 밝고 들떠있다. 분명 그 꿈을 이룰 것이란 희망에.
그리고 작년, 남북관계에 화해분위기가 돌자 북으로 송환될 수 있으리란 희망이 생겼다. 그러나 또 지지부진... 이곳에 살면서 기대와 실망을 어디 한 두번 했으랴만은 아직 북으로 송환되지 못한 장기수들은 죽음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영화는 북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비전향장기수들이 사는 곳과 일상, 심경을 보여준다. 감독은 이념이나 정치상황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인간에게 맞춘다. 그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으며 전쟁으로 인한 정치적 희생물이 된 그들도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몸서리치는 한 인간일 뿐임을 보여준다. 대놓고 정치적 내용을 기술하지 않아도 전후 60년이 넘도록 이 땅에 남은 정치적 상흔은 여전히 개인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것은 비극적이라는 강력한 수사법을 동원하지 않고도 보는 이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그것이 바로 모든 인간이 가진 보편적 정서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말>
위 리뷰는 감독과의 대화에서 오간 질문과 답변을 토대로 재구성하였습니다.
영화속에서 자세히 보여주지 않은 부분들을 관객들이 궁금해하며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답을 들었습니다.
관객 중 60대정도로 보이는 영국인 남편과 한국인 아내가 있었는데, 아내분 말로는 남편이 영화보며 감동했고 눈물흘렸으며 영어 번역 자막이 그 어떤 영화보다 훌륭했다고 말했습니다.
한 관객은 이번 영화로 단순한 화두 던지기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했습니다. 이에 감독도 이번 영화에 다 담지 못한 것을 토대로 계속 진행해 나갈 것임을 밝혔습니다.
이륜정님의 개인 블로그에 실린 리뷰입니다.^^
https://m.blog.naver.com/pppleon/221546728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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