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평화영화제 아카이브
[공식경쟁1] <펀치볼> 본문
관객리뷰단_이륜정
영화 <펀치볼>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질문 하나!
'지뢰'라는 말을 듣거나 직접 본 적이 있는가?
당신이 학생이라면
"지뢰가 뭐에요?" 라고 할 것이고,
당신이 40대 이후라면(군필자 제외ㅋ) 이렇게 대답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에 아직 지뢰가 있나요?" ☜ 우리 국방부가 성실하다고 믿는 경우
"에이, 전쟁 끝난지가 언젠데요. 다 없어졌거나 제거했겠죠. 아, 비무장지대에는 있겠네요." ☜ 지뢰가 뭔지는 아는 경우
"지뢰, 그거 아녜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남한군 이병헌이 지뢰를 밟았는데 북한군인이 도와주잖아요." ☜ 군인 나오는 영화에서나 등장할법한 물건으로 여기는 경우
그런데, 영화 <펀치볼>에는 우리나라 곳곳에 지뢰가 묻혀있단다. 실제 지뢰폭파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있단다. 그런 일이 있다는건 상상도 못해봤을 것이다. 피해자들은 모두 어릴 때 멋모르고 지뢰를 만졌다가 변을 당했다. 그들은 국가를 상대로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50평생 고통 속에 살았던 이들에게 해주는 국가보상은 오히려 그들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짓이겨 버리거나, 아예 보상을 해주지도 않는다.
영화는 지뢰폭발사고로 인한 피해자들의 고통스러웠던 과거와 일상을 비춘다. 그들이 약자중에 약자로서 고통받을 때 국방부 관계자나 국회의원처럼 힘센 자들은 무엇을 했나?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 전쟁이 끝난지 60년이 되도록 국토에 매설된 지뢰를 제거하지도 못하면서 우리나라엔 매설된 지뢰가 없다고 거짓말하거나 출입금지구역에 들어가서 사고난 건 당사자의 잘못이라며 책임회피를 하는 낯두꺼운 자들이다. 일 안하고 세비만 따박따박 챙기는 국방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피해자들을 위한 법안통과에는 무관심하다.
그에 반해 혼자 열일하는 사람이 있는데 한국지뢰연구소의 김기호 소장이다. 그는 지뢰 탐지기 하나 달랑 들고 전국을 돌아다닌다. 국방부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을 개인이 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가 해야할 일을 개인 혼자 힘으로 끙끙대는 모습, 이국종 교수가 떠오른다. 왜 우리나라는 어떤 분야든 국가의 일을 개인에게 떠넘기는가? 위의 저 장면에서 김소장은 말한다.
"매설되어 있던 지뢰들이 비가 많이 오면 이렇게 쓰레기들과 같이 떠내려온다. 이걸 국가가 해결해야지.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 13위라고 떠들면 뭐해? 이게 무슨 선진국이야? 이런 것도 해결못하는데."
이 다큐 영화는 우리에게 말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언제 터져서 누가 죽을지도 모를 시한폭탄을, 이제 그만 제거해야 하지 않겠냐고. 그동안 충분했다고! 겉으로 보이는 것만 번지르르하게 치장해 온 짓, 그만할 때가 됐다고.
*** 상영후 GV시간 ***
- 군인이었다가 은퇴했다고 밝힌 관객중 한 분은 영화 잘 봤다며 자신의 현역시절이 생각났고, 우리나라(후방중에 후방인 부산 영도에까지)에 아직 지뢰가 이렇게 많이 묻혀있다는 것에 놀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Q.국가가 피해보상에 이렇게 미온적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A.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다른 분야에서도 요구가 급격하게 증가할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예상된다.
Q. 다큐지만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설정한 것 같은데 맞는지?
A. 그렇다. 그냥 인터뷰만 하는 것보다 그들의 일상을 따라가며 의외의 모습, 재미있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다. 김정호씨의 방귀사건이 그런 경우다. 이경옥 목사의 인터뷰는 내용이 너무 길고 고통스러워서 관객에게 요약해서 덜 힘들게 보도록 하고 싶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사용했다. 김기호 소장님은 돈키호테같은 인물처럼 보였다. 굉장히 진지한데 지뢰 파내는 작업을 할 때는 또 허술하다. 이미 보셨다시피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나는 무서워서 다가가기 힘들었는데 그 분은 별 다른 작업복 같은 것도 없이 탐지기 하나 들고 다니지 않던가.
Q. 제목 펀치볼의 의미는 무엇인가?
A. 한국전쟁 당시, 강원도 양구의 지형을 본 미군이 화채그릇처럼 생겼다고 펀치볼이라 지었다고 한다. 최대 희생자가 생긴 곳이다. 마지막에 나오는 피해자도 양구에 사는 사람이다.
*** 나의 소감 ***
우리나라에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이들의 사례를 또 하나 알게 된 심정은 착잡하다. 권력있고 돈 있는 인간들은 자기랑 아무 상관 없으니 수수방관하고, 힘없고 가난한 이들은 또 피해자가 된다. 영화 마지막엔 양구에서 지뢰폭발로 피해를 입은 40대 남성이 나오는데 여러 번 자살시도를 한다. 고통스러워하는 남편을 지켜보던 아내는 아이 둘과 남편을 두고 자살하고 만다. 이런 상황이 계속 일어나는데도 나몰라라하는 국가는 국가가 아니다.
지뢰가 강원도 어디, 북한이랑 가까운 곳에나 묻혀있을 줄 알았는데 부산 영도에도, 양산 천성산에도 있다니! 출입금지구역이 아닌 곳에서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니!
평생 모르고 살다 죽을 수도 있었던 일을 영화를 보며 알게 된다. 울분이 솟아오르면 고민하게 된다. 우린 무엇을 할 수 있나? 봉준호 감독이 어느 인터뷰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영화는 3쿠션으로 사회를 바꾼다고 했다. 지친 사람을 위로해 줄 수 있고, 위로받은 사람이 뭔가를 하는 식으로.
이런 대한민국을 고치려면, 당장 손 걷어붙이고 지뢰 제거하러 나서야 하나?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답답해진다.
이륜정님의 개인 블로그에 실린 리뷰입니다.^^
https://m.blog.naver.com/pppleon/221546025796
펀치볼 : 제 10회 부산평화영화제
제 10회 부산평화영화제가 2019년 5월 23일부터 26일까지 개최된다.부산영화체험박물관 2층으로 올라가니...
blog.naver.com
'2019년 10회 부산평화영화제 > 관객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식경쟁2] <달과 닻> (0) | 2020.02.05 |
---|---|
[공식경쟁2] <달과 닻> (0) | 2020.02.05 |
[공식경쟁1] <펀치볼> (0) | 2020.02.05 |
[아이들의 말하는 극장] <미라> (0) | 2020.02.05 |
[아이들의 말하는 극장] <토요일 다세대 주택 > (0) | 2020.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