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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제11회 부산평화영화제/영화제 사진 및 GV

11.15. 공식경쟁 ⑦ 단편 섹션 2 GV

 

 

 

 

 

 

일시: 2020년 11월 15일 (일) 16시

진행: 윤내경(부산평화영화제 예심위원)

게스트: 박마리솔(〈어떤 사람들〉 연출), 홍연이(〈아빠가 가정폭력으로 신고됐다〉 연출)

 

진행자: 관객 질문을 받기 전에 두 감독님들의 영화 제작 계기를 먼저 듣고 싶습니다.

박마리솔: 기억나실지 모르겠는데 아시아의 친구들에서 선물한 신발을 사신 분이 저희 엄마세요. 엄마가 아시아의 친구들이라는 이주민 인권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하고 계십니다. 엄마가 부탁하시는 번역, 문서 작업 같은 걸 도와드리면서 외국인보호소도 가보았구요. 그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기록이 없단 걸 알게 되면서, 지금 이 시점에 한국에 와 있는 이주민, 난민이 살아가고 있는 시대를 기록해야겠단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홍연이: 전 평소에 가정폭력 같은 가족 내부 범죄에 관심이 많은데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신고를 하면 보복의 두려움으로 인해서 더 많은 폭력을 겪는다고 해요. 주변 친척들의 언행이라든지. 그런 게 두려워서 신고를 잘 하지 못하는데, 가해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신고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게 된 세 남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그 이면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서 이 영화를 찍게 됐습니다.

관객: 가정폭력을 다룬 영화를 이번에 처음 보는데 제겐 많이 자극적이었습니다. 영화를 만드시면서 이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무엇을 생각해주길 바랐는지 궁금합니다.

홍연이: 맥주를 마시거나 아빠의 차를 훔치거나 첫째가 둘째를 때리거나 하는 등의 행동으로 극을 자극적으로 몰고 갔는데요. 쓰면서도 이걸 빼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럼에도 넣었는데요, 전 그 세 남매가 가정폭력이 없었다면 화목하게 지낼 수 있었지만 신고를 한 뒤 두려움 때문에 각자가 살아남기 위해 이기적으로 변질됐다고 생각하거든요. 오히려 자극적으로 행동해야 인물들이 왜 그렇게 변했는지 관객들이 한번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일부러 자극적으로 표현한 게 맞았습니다. 또 누가 신고했는지가 아니라 신고했기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신고라는 행위 자체에 대해 관객들이 많이 생각해줬으면 했어요.

관객: 감독님이 생각하는 가정폭력과 다른 일반적인 폭력의 차이가 궁금합니다.

홍연이: 다른 폭력과 가정폭력의 차이는 피해자의 태도라고 생각해요. 일반적인 폭력은 가해자가 명확하고 피해자가 가해자를 신고할 수 있어요. 하지만 집 안에서의 폭력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잘못을 인지해도, 이 사람은 나의 가족이니 신고하면 안 된다는 죄책감과 어떻게 널 키워준 가족에게 그러냐는 주변에서의 억압을 느껴요. 가정에서의 폭력에 모순적인 부분이 좀 더 많다는 생각을 합니다.

관객: 전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점이 자라면서 가해자인 가족을 닮아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모습들을 연출하려고 첫째가 고통스러워하는 과정을 담으신 건지 질문 드립니다.

홍연이: 첫째가 고뇌한 이유는 폭력의 대물림보다는, 동생들을 지켜주고 싶어서 아빠를 가정폭력으로 신고했지만 고통에서 해방되길 바랐던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상황이 더 악화되는 데서 느낀 괴리감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연출했습니다.

관객: 〈어떤 사람들〉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봤습니다. 우리 사회에 이미 난민이 이렇게 있을 거라곤 인지를 잘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미 있었던 난민과 그들의 상황을 알게 해줘서 감독님께 감사했습니다. 지금의 난민을 우리가 죄수처럼 취급하고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됐습니다. 이 작품을 제작하고 변한 상황 혹은 감독님의 이후의 이야기가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박마리솔: 최근에는 하늘길도 막히고 상황이 좋지 않아요. 외국인보호소에는 이미 수용 인원의 두 배 가까운 사람들이 있고요. 정부에서도 그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에요. 보호일시해제 수를 늘리든 인도적 체류를 증가시키든 그런 방법들이 필요한 상태구요. 그리고 말씀에 너무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을 만들면서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난민 문제를 알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픈 건 저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지만 안부를 묻기가 참 어렵다는 거예요. 어떻게 사시는지 알고 있으니까. 편하게 안부를 묻는 게 어려워서 연락하기도 어렵고요.

지금 작업하고 있는 건 저희 엄마를 찍은 다큐거든요. 내년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도 상영해요. 활동가가 되는 터닝포인트는 무엇이며 그것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어떻게 해야 지속 가능한지 고민해보고 싶어서 엄마를 찍었습니다. 거의 마무리가 된 상태고요, 〈어쩌다 활동가〉라는 제목입니다.

진행자: 오늘 본 단편 4편은 모두 현실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 사회 문제들, 사람들을 담았던 것 같습니다. 감독님들의 작품 덕분에, 우리가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보낸다면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객: 수용자 중에는 선진국 사람들은 없나요?

박마리솔: 저는 딱 한 분, 영국 분을 봤어요. 그분을 제외하고는 동남아, 아프리카 분들이 반반 정도였던 것 같아요.

관객: 해를 거듭할수록 난민이 증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인식이 낮은지, 해결 방법은 무엇일지 감독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박마리솔: 그런 사람들이 내 주위에 살고 있다는 걸 모른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우선순위에 없는 것 같아요. 사회문제들은 이것 말고도 너무 많잖아요. 내 나라 사람이 아니라는 것, 그게 난민 문제가 후순위로 밀리는 이유인 것 같아요.

개선에 관해서는 서로 다른 개인의 가치관, 나라의 입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단지 하루, 어떤 기한을 넘겼다는 이유로 사람을 ‘불법’이라고 부르는 건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요즘은 불법체류자가 아니라 미등록체류인, 외국인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려는 노력이 있거든요. 그런 작은 인식의 개선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선 하나를 두고 선악을 나누면 너무나 배타적인 사회가 되는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인해 더 폐쇄적인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고. 〈어떤 사람들〉에서 뇌리에 남는 말이, 자유가 자기에게 너무나 소중하다는 그 말이었어요. 설령 보호시설에 있다 하더라도 자유를 느낄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객: 〈아빠가 가정폭력으로 신고됐다〉를 보면서 감독님의 섬세한 시선에 감탄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아이 셋이서 아빠 한 명을 못 이기겠나 싶지만 사실 그게 가스라이팅이잖아요. 폭력에 순응하게 되는 과정이 섬세하게 잘 드러나서 감탄했고요. 가정폭력은 사회문제임을 짚어주셔서 좋았습니다. 준비하고 있는 차기작이 있다면 궁금합니다.

홍연이: 〈아빠가 가정폭력으로 신고됐다〉 이후 아동과 관련된 두 작품을 찍었습니다. 〈아동급식〉은 집으로 배달되는 아동급식을 뺏어 먹는 배달원과 아동 복지를 약취하는 부모 사이에서 자신의 복지를 놓고 싸우는 이들에 아동이 갖는 의문을 스릴러로 그린 영화구요. 〈쥐뢰〉라는 영화는 부모가 아이들을 방치한 집에 쥐가 나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어른이라면 쥐를 처치할 여러 방법을 알지만 열 살 아이들은 쥐를 처리하기엔 너무 어린 거죠. 방치의 상징으로 쥐를 넣고 그곳에서 아이들이 의식주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스릴러로 담아봤습니다. 내년에는 다시 가정폭력에 대한 영화를 찍으려 해요. 영화를 찍을 때마다 거짓말처럼 찍고 있단 생각을 많이 받아서, 이번에야말로 솔직하게 찍으려고 합니다. 아빠가 언니에게 가하는 폭행을 방관한 동생이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언니가 아닌 언니의 상담사에게 죄를 전가하려는 내용이에요. 사람들은 자신의 죄를 타인에게 전가하며 잊어간다는 얘길 구상하고 있는데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