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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제14회 부산평화영화제/기록문

<유령의 해> GV

일시 : 2023. 10. 27. 금요일 11시 00분

장소 : 모퉁이극장

참석자 :  오민욱(<유령의 해> 감독), 김필남(모더레이터)

작성:  최가을

 



Q. ‘바위눈’ 소설의 어떤 점에 매료가 되어서 영화를 만들게 됐는지?

A. 소설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주는 힘에 매료되었다. 형식적인 특별함 같은 것들을 부여하지 않은, 전통적인 이야기의 힘과 인물들이 주는 에너지가 와 닿았고 이 소설이 오래된 이야기만으로 머무를 수 있겠다는 생각 등 소설에 대한 여러 생각과 맞닥뜨리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느낌이 좋았다. 소설의 주제나 소재들도 지금껏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해왔던 것들이랑 연결되는 지점이 있기도 했다.

 

Q.  영화에서 이 역사가 어떻게 전달되면 좋겠다, 또는 어떻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점이 있었는지?

A.  역사는 동시대의 삶이랑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정서들을 결합하는가가 중요하다. 그렇지만 영화를 통해 색다른 결합을 보여주기보다는 소설처럼 어떤 단면을 잘라낸 다음에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딱 그 정도 위치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들을 구분해서 영화를 만들려고 해왔다.

 

Q. 홍콩에서 겪고 있는 사건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며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

A.  어디선가 중요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을 때 엇갈리는 상황, 그것을 인지하게 될 때 그 사이 존재하는 간격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그 간격들을 예술가들이 픽션으로 채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를 만들고 나서 나름의 가지고 있던 가정들이 조금 더 두터워졌다. 최근 상황에 이르기까지 홍콩의 상황들은 이제 가까운 역사가 되어버린 일인데 이에 대해 제가 갖고 있던 간격이라는 게 있었고, 같이 일했었던 친구는 또다른 간격을 갖고 있었다. 이에 대한 간격을 영화라는 방법으로 채워가면서 홍콩에 대한 기록을 해보고자 했다.

 

Q. 영화 속 무채색 이미지들과 사진들이 오버랩되는 부분들의 의도가 궁금하다.

A.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가장 깊은 어둠, 밝은 빛이 대비되어 있는 지점이었는데, 사진을 네거티브로 바꾸게 되면 그 심상 자체가 시각적으로 두드러지게 드러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고자 했다.

 

Q. 배우님과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멕시코랑 이집트 촬영은 배우님과 어느 정도까지 사전 협의를 보고 진행했는지?

A. 그때가 팬데믹이 일 년 정도 경과한 시기였다. 사람들은 내일을 향해서 감각이 설정되어있는 것이 아닌, 지난 일들을 복귀하는 감각을 많이 갖고 있었다. 그래서 지난 이야기들을 많이 했었는데 그때 여행 이야기를 해주셨고, 배우님이 보내주신 수중 비디오가 실제 세계와는 매우 동떨어진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이 영화가 분명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보다 이미 돌아가신 분들의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크고 소설을 읽고 빛과 어둠, 유령적인 인물들에 대해 생각했었다. 이 비디오는 굉장히 긴 호흡으로 찍혀 있어서 생각한 부분과 잘 맞아떨어질 것 같아 반드시 쓰고 싶었다.

 

Q. 여러 풍경이나 차가 역주행하는 장면, 인물이 건물을 빙빙 돌아가는 장면들에 대해서 말씀해주실 수 있는지?

A. 이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과정이 어려웠다. 읽을 때마다 다른 소설이 되어서 이에 대한 텍스트를 썼다. 읽고 나서 생각이 드는 분위기, 그런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과 움직임 같은 것들을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라는 방식으로 간결하게 썼고 그대로 촬영을 했다. 소설 속에서 묘사했던 로케이션을 적극적으로 짰고 활자로만 이루어져 있는 책이기 때문에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서 제약 없이 할 수 있었다.

 

Q. 한 정권이 끝나고 또 다른 정권이 나오고 이런 것들을 보여주시는데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도 유령으로 표현된건지?

A. 이제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정권이 바뀌면서 노역같은 것들을 의도적으로 훼손한다. 성스러

운 자리에 모셔져야 하는 죽은 사람들은 죽은 자의 집을 온전히 갖기가 되게 힘들고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자신의 무언가를 유치한 사람들은 굉장히 큰 죽은 자의 집을 갖고 사후를 살아간다. 그것이 아주 슬픈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Q. 꼭 부산타워여만 했던 이유가 있는지?

A. 모두의 시선의 중심에 있는 건축물에다가 이야기를 기입하고 싶었다. 부산타워를 볼 때마다 돌아가신 분들의 슬픈 이야기들을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해서 그 의도가 굉장히 컸다.

 

Q. 민주공원에 담긴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

A. 자주 가던 곳이기도 했고 원형의 계단으로 좀 올라가다 보면 느껴지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 맞은 편에 충원탑도 있기에 한국 역사의 어떤 부분들과 맞대어 민주공원을 그 곳에 지어 놓았고 그에 대한 의미들을 생각했다.

 

Q. 마지막에 주인공이 사라지는 것과 유령이라는 건 어떤 의미인지?

A. 이 소설의 종결부를 정말 좋아한다. 마지막 맺음을 종결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유령은 늘 어둠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을 때 이 영화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관점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그래서 유령의 몸을 빌려서 무언가를 전하고자 했다. 15일이라는 시간이 달이 차오르는 시간이기도 하고 어둠의 영역이 그만큼 밝은 부분으로 소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것에 따라서 유령들은 존재를 드러냈다 드러내지 않기도 한다. 이 소설의 밝은 부분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영화를 만들면서 좀 더 생각해봤고 영화를 컴컴하게 만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