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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제13회 부산평화영화제/기록문

<철선> gv

일시 : 2022. 10. 28. 금요일 7시

장소 : 모퉁이극장

참석자 : 김지곤(영화 <철선> 감독), 김채희(모더레이터)

작성: 차문주

정리: 황예지

 

 

 

 

김채희 : 질문 있는 분들은 의사 표시를 해주시거나 채팅창으로 알려주세요. 채팅창의 코멘트를 잃겠습니다. ‘영화가 한 편의 시이고 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영화가 시인 것 같기도 했어요.’ 이 코멘트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겠어요?

 

김지곤 : 제가 시를 즐겨 읽긴 하는데 그렇게 즐겨 읽지는 않고요. 성심원을 처음 방문하게 된 건 김성리 교수님께서 추천해 주셔서예요. 성심원에 가기 전에 시집을 읽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그 시에 관심이 가고 그러면서 시를 읊어 주셨으면 하는 어르신들이 계셨는데 힘들게 섭외했습니다. 김성리 교수님께서 잘 설명해주셔서 시를 작품에서 많이 활용했습니다.

 

김채희 : GV 전에 감독님께 좋아하는 작품이 어떤 거냐고 물었어요. 짐 자무쉬 ‘패터슨’이라는 영화를 좋아한다고 하셨어요. 영화 속 봄눈별 연주 중에 화면에 급격히 바뀐 장면이 있어요. 약간 어색할 수도 있었을 텐데 어떤 의미였나요?

 

김지곤 : 봄눈별 님이 먼저 성심원을 방문했어요. 같이 촬영차 갔을 때 봄눈별 님이 1차 촬영 편집본을 보시더니. 그 당시 감정을 바위에 올라 연주했어요. 봄눈별의 음악도 급격히 변화하는 부분이 있는데 촬영할 때 인기척이 들려서 촬영했어요.

 

관객 : 영화 잘 봤고요. 산청이 고향인 사람입니다. 영화에서 상반된 모습이 나오는데요. 하나는 단절과 고립이고, 또 하나는 소통과 연결입니다. 그런 부분이 반복되면서 이어졌습니다. (과거 이동 수단이던) 철선이 지금은 육지에 올라와 있습니다. 그 사이 다리는 몇 번이 무너졌고, 지금은 튼튼한 다리가 완성되었지요. 하지만 과연 소통이 잘 이루어져있는가 묻고 싶습니다. 감독님은 어디에 중점을 두고 영화를 만드셨나요?

 

김지곤 : 질문하신 선생님은 저에게 산청 곳곳을 소개해준 분이세요. 저는 어릴 때부터 한센인과 성심원을 알고 있지만 깊게는 모르는 곳이었어요. 촬영차 성심원과 철선을 봤죠. 소록도는 알지만 성심원은 모르는 분이 많아요. 거기는 위험하다는 말도 많고요. 괜한 염려가 많을 수밖에 없죠. 초반에 코로나를 겪으며 대구를 폐쇄시키는 시국을 보며 성심원이 많이 떠올랐어요. 그 당시에 한센인을 살라고 그냥 보낸 곳이에요. 아직까지 고립되어 있지 않나 싶어요. 한센병은 지금은 완치가 가능한 병이에요. 저는 성심원 인근의 유적이나 터를 많이 보여줬어요. 특히 눈길이 갔던 건 하층민의 무덤에요. 이름도 아무것도 없는 곳. 아직까지 고립되어 있는 곳이지 않나 싶습니다. 여러 시도 김성림 선생님 같은 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목소리가 많이 나옵니다. 그런 것들이 계속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김채희 : 최근에 펜데믹을 겪으면서 한센인이 겪는 고립이 결국 우리의 경험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영화의 시점이 외부의 시점입니다. 감독님이 의도한 시점은 무엇인가요.

 

김지곤 : 저도 외부인이니까 영화에서처럼 외부인의 시점이지요. 여러 사람이 코로나에 걸리면서 일주일이나 장기간 갇혀서 나가지 못하는 답답함을 겪었어요. 한센인은 그 당시에 가짜뉴스 때문에 편견을 받아 격리된 삶을 살았어요. 그 당시 얼마나 답답했을지 간접적으로나마 우리가 느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채희 : 감독님의 영화를 볼 때 이미지와 사운드의 조화 감각이 좋습니다. 자연을 비출 때와 인물을 비출 때가 달라요. 거대한 자연을 비출 때 거대한 자연 속 인간의 편견이 의미가 없게끔 느껴집니다. 인물을 비출 때는 인물이 파편화되어 있는 채로 찍은 것 같아요. 감독에게는 대상을 얼마나 어떻게 보여줄지 선택권이 주어지지요. 그게 자연이든 인물이든요. 철선에서는 어떤 걸 중점으로 다뤘나요?

 

김지곤 : 인물의 얼굴에 모자이크를 해도 되는데 그건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그분들의 손과 발이 편견의 대상이지만 거기에 그분들의 삶이 담겨 있어서 찍었습니다. 시집과 인터뷰에서 들었던 것들을 토대로 선택했습니다. 저희 스태프 중에 천주교 신자가 한 명도 없어서 부활절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촬영팀 중 누구도 몰랐습니다. 촬영하고 나서야 신부님께서 불이 있으면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는 의미가 있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이 영화와 그 장면이 어울려서 배치하게 되었습니다.

 

김채의 : 현재 성심원 거주인은 몇 분이나 계시나요?

 

김지곤 : 약 90~100명 정도 있습니다.

 

김채희 : 제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계신 것 같습니다.

 

관객 : 영화를 보고 성심원이나 한센인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중반까지는 철선과 한센인들에 관한 인터뷰가 나와서 그분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윤곽이 나왔고 좀 알게 되었어요. 후반에는 자연이 많아 나왔어요. 사료로서의 가치를 위해서 구술이 많았으면 싶었습니다. 구술보다 자연과 사물이 많은 이유는 뭔가요?

 

김지곤 : 구술을 듣는 건 한계가 많았습니다. 인터뷰 길이는 더 있는데 사적인 이야기는 편집 과정에서 자제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강당 리모델링은 강당 자체가 성심원 분들과 함께 살아가고 버티는 공간에요. 그런 생각에 새집을 찍고 리모델링이 끝나면 저 새집이 그대로 있을까 싶기도 하고 자연과 성심원이 같이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봄눈별과 같이 갔을 때도 그래요. 젊은 시절에는 경계 대상이던 외부인이 길을 따라 가서 연주하는 거예요. 20분 정도의 연주를 한 호흡에 그대로 따서 넣었습니다.

 

김채희 : 감히 예상해보건대 백 마디 말보다 그 틈 사이의 진심들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시간 관계상 이번 질문을 마지막으로 읽겠습니다. 소록도나 용호동에 대해서도 조사하셨을 것 같은데 성심원에서는 어떤 점을 비교해서 찍었나요?

 

김지곤 : 소록도는 따로 조사하지 않았고 다큐멘터리와 백건우 씨의 연주를 찾아봤습니다. 용호동 같은 경우는 거기 계신 분들이 성심원에 계신 경우가 많았어요. 작품에 사진을 많이 넣었던 건 홍수가 나고 위급한 상황에서도 어떻게 사진기를 들었을까. 왜 기록하셨을까 궁금했어요. 그 당시 귀했던 필름을 한 장 한 장 써서 기록한 거잖아요. 외부인의 시선으로 남은 자료보다 내부인의 시선으로 찍은 사진을 영화에 더 많이 썼어요.

 

김채희 : 영화의 의미가 무엇인가 질문하면 타인의 삶과 사회의 많은 지점을 사유해 보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김지곤 감독님 관객분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김지곤 :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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