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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제13회 부산평화영화제/기록문

<리플렉션> 씨네토크

<리플렉션> 씨네토크

 

일시 : 2022. 10. 27. 목요일. 7시

장소 : 모퉁이극장 로비

참석자 : 박홍원(부산평화영화제 집행위원장), 안드레이 리트비노프(재한 우크라이나인)

 

작성: 이지원

정리: 황예지

 

박홍원 : 진행을 맡은 저는 부산평화영화제 집행위원장 박홍원입니다.

 

안드레이 : 우크라이나에서 2010년도에 왔으며 다섯 아이의 아빠입니다. 외국인 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며 일하고 있습니다. 고려인 아이들을 위한 지역아동센터 일도 하고 있습니다.

 

박홍원 : 금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영화에서는 2014년 11월 돈바스 전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쟁의 민족사적 이유와 최근 일도 함께 설명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안드레이 : 이번 전쟁은 2022년 2월 24일에 시작된 게 아닙니다. 보기에는 지금 시작된 것 같지만 사실상 푸틴 대통령이 소련의 영광을 되살리자는 의지로 러시아의 애국가가 바뀌면서 그 열망이 푸틴의 마음속에 되살아나 준비를 시작했다고 봐야 합니다. 2010년에 이미 전쟁은 시작되었습니다. (중략) 돈바스 지역에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마치 돈바스 전쟁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인데) 내전인 것처럼 거짓말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전쟁의 본격적인 시작은 2월 24일인데, 러시아는 끝까지 전쟁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어요. 러시아 군인들이 7만 명 이상 죽으니 이제야 러시아는 전쟁을 인정했어요.

 

박홍원 :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매우 중요한데 단기간에 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안드레이 선생님은 폴란드로 가셔서 전쟁 난민 구호 활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안드레이 : 유럽에 3개월간 여름 내내 있었습니다.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자기 나라 사람처럼 대해줘서 우크라이나 난민 문제가 심각하지 않습니다. 재정적으로는 문제가 없습니다. 난민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입니다. 난민들이 그 나라에 잘 있다고 해도 그들의 남자 가족들은 같이 오지 못했어요. 그 무엇으로도 그 슬픔을 채워주지 못합니다. 우크라이나 난민 어머니에게 인터뷰어가 ‘무엇을 도와주면 되겠냐’고 묻자 어머니가 울었습니다. ‘저한테 뭘 해줄 수 있나요? 내 남편 시체를 치울 수도 손 쓸 수 없다. 우리 집이 초토화되었다. 미사일 하나로 우리의 모든 과거가 없어졌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해서 그들이 행복한 건 아닙니다. 그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전쟁 그 자체가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입니다.

 

박홍원 : 구호 활동을 잘 펼쳐지더라도 전쟁으로 인한 상처가 없어지지 않는다. 연대를 통해서 이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책무가 있습니다. 안드레이 님은 난민 어린이에 관심이 많지요. 부산어린이어깨동무(행사 주최 단체)는 어린이 활동에 관심이 많습니다. 난민 어린이에 대한 어떤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나요?

 

안드레이 : 우크라이나를 위해서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서 영화를 만듭니다. 왜냐면 우크라이나인이 한국에 많이 와 있습니다. 난민으로 간 아이들이 공부를 하겠습니까. 공부가 안 들어옵니다. 조금이라도 아이들에게 공부가 재미있다는 걸 알려주고 안 좋은 생각에서 벗어나게끔 자기 계발로 상처를 치유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한국어를 가르칩니다. 자꾸만 아이들이 형, 아빠를 생각하니까. 핸드폰으로 한글로 된 만화를 만듭니다. 어린이들이 그래도 이걸 보면서 치유 받았다고 합니다. 만약 전문가가 있다면 함께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박홍원 :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위한 한국 어른들의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단기간에 해결될 것 같지 않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전기 시설을 파괴함으로써 국민들을 고립시키려 합니다. 전술핵을 사용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해서 세계가 위기인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인의 일상의 참상에 대해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안드레이 : 비참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우크라이나인들의 마음과 정신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단 한 명도 이번 겨울을 어떻게 살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살 수 있다고 다짐하고 있고, 더욱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굉장히 신기할 정도예요. 우리 형도, 아버지도 우크라이나 군대에 있어요. 아버지에게 전화하면 항상 괜찮다, 버틸 수 있다고 말합니다. 군대에 가 있는 우크라이나 친구들도 단 한 명도 포기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다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크라이나의 심장을 막을 수 없습니다. 푸틴의 전략이 틀렸습니다. 이번 전쟁이 우크라이나가 국가로서 재정비하는 기회가 될 거라 믿습니다. 푸틴이 어떤 핵 도발을 하더라도 우크라이나는 눈치를 보거나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나라는 눈치를 보겠지만요.

 

박홍원 : 지금 러시아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가 단합이 되고 있습니다. 다른 국가들도 우크라이나의 편에 있다는 걸 보여줄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현장 관객들의 질문을 좀 받아볼까요? 영화 제작자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제작과정을 물어볼 수는 없고 관련 이야기를 들으면 좋겠네요.

 

안드레이 : 영화를 보면서 우크라이나 사람으로서 복잡한 감정은 없었습니다. 흑과 백은 정확하게 나눠져 있거든요. 영화 마지막에 정신적 치료를 받는 장면이 나왔어요. 우크라이나인이 전부 다 피해자예요.

 

관객 : 아까 난민에 대해서 다른 난라들이 우호적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게 장기화가 되면 어떻게 될까요?

 

안드레이 : 일단은 유럽에서 우크라이나를 영웅으로 받아들입니다. 난민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입니다.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지만, 염려되는 점은 우크라이나 인구가 없어질 수 있겠다는 것입니다. 700만 명의 난민 어린이가 있습니다. 난민 어린이들이 폴란드나 벨기에 사람이 되면 어쩌죠? 난민에게 너무 잘해줘서 아예 그 나라에 남을까봐 걱정입니다. 다만 러시아 쪽으로 강제 이주된 아이들은 우려됩니다. 난민촌에 가면 어떨 때는 천국 같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서로 섬깁니다. 일도 집도 얻어 줍니다. 자기 집을 열어주기도 합니다. 호텔 사장들이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방을 제공해요. 3성, 4성급 호텔이지요. 우크라이나가 그만큼 유럽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관객 : 영화 속 주인공이 외과 의사인데 민간인이 포로가 되는 일이 자주 있을까요?

 

안드레이 : 자주 발생합니다. 누구나 포로가 될 수 있습니다. 전쟁에 인권은 없습니다.

 

관객 : 우크라이나인과 러시아인이 가족인 경우가 있을까요?

 

안드레이 : 제 친구가 우크라이나인인데 그의 아내는 러시아인입니다. 러시아 사람이 비자를 받아야 우크라이나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한 가정이 같이 사는 게 힘들 정도로 문제가 많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우크라이나에 사는 러시아인들이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 우크라이나 국적을 취득합니다. 이런 것보다도 러시아인도 러시아 미사일에 죽는 경우가 있습니다. 러시아는 ‘러시아인들을 구하기 위해 왔다’고 하지만 러시아인이 죽습니다. 군인만 공식적으로 7만 명이 죽었습니다. 부상자들까지 합치면 더하죠. 영화 속 이런 정도의 일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더 끔찍한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안드레이 : 우크라이나에 친러시아인들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러시아가 공격했을 때 이미 난민으로 도망간 사람들이 엄청 많았어요. 마리우풀시는 인구 40만 명이 살았는데 지금은 2만 명입니다. 간단합니다. 난민 통계를 보면 어디로 갔는지 압니다. 전부 다 유럽으로 갔습니다. 친러시아가 존재한다면 러시아로 갔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관객 : 이 전쟁이 올해 2월에 시작된 게 아니라 이미 8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했습니다. 젤린스키 대통령이 평화를 위해 당선되었다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둘 다 잘못되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안드레이 : 한국인에게 젤렌스키가 잘못됐다는 얘기를 들으면 다시 과거로 보내고 싶습니다. 한국도 비슷한 과거를 가졌습니다. 어차피 일어나고 있는, 일어났을 전쟁입니다. 피할 수 없는 전쟁이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 덕분에 러시아 군대가 동유럽에 있지 않은 것입니다. 대통령은 영웅입니다. 그 옆의 장군도 영웅입니다. 8개월 동안 맞서고 있어요. 한국 사람들에게 듣는 말 중에 아쉬운 게 있어요. 계속 항복하라는 말을 하는데요. 기름값이 오른다는 이유로 우리나라의 자유를 포기해야 하나요? 안중근 의사는 뭐 하러 손가락을 자른 것입니까. 한국도 항일 독립운동 했잖습니까. 우크라이나를 응원해야 합니다. 이 전쟁에서 우리가 지면 이 세계는 힘의 원리로 돌아갑니다. 우크라이나도 8년 동안 러시아의 눈치를 보고 있었어요. 그러다 젤렌스키가 목소리를 낸 거예요.

 

박홍원 :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희망이라는 거군요. 국제적 연대를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안드레이 : 국제법이 너무 약해졌다고 생각해요. 법이 법대로 지켜지면 이 세계의 평화가 가능합니다. 우리가 조금만 그것을 강조하고 알리기만 하면 돼요. 우리가 여기서 중요한 것을 못 배우면 또 반복될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안 되는지 꼭 배워야 합니다.

 

박홍원 :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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