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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제13회 부산평화영화제/기록문

<그림자 꽃> GV

<그림자 꽃> GV

 

 

일시 : 2022. 10. 27. 목요일. 4시

장소 : 모퉁이극장 로비

참석자 : 주윤정(부산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이승준(영화 <그림자 꽃> 감독), 김련희(영화 <그림자 꽃> 출연)

 

작성: 이지원

정리: 황예지

 

주윤정 : 이승준 감독님은 좋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주시고 인간의 삶을 기록하고 증언하는 작품을 많이 제작하고 계십니다. GV 시간이 많지는 않은데요. 영화를 보면서 궁금한 점을 같이 나누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이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어떻게 언어화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냉정하게 보려고 했는데도 저는 보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저도 딸이 있는 엄마라서 그런지 김련희 선생님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다큐멘터리는 인간의 기록이고 기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인데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도 참 다양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흔히 이산가족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번 GV를 준비하면서 탈북에 관한 공부를 좀 하고 왔어요. 김윤희 사회학자에게 탈북자분들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여쭤봤는데 이런 상황은 이산가족이기보다 분단 가족의 문제라고 하더라고요. 이산가족이라고 하면 여권을 들고 만날 수 있는 가족인데 비해 이건 분단체제 안에서 권한을 가진 사람이 허락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가족입니다. 더 좋은 일터를 위해서 분리되는 가족도 있지만 김련희 님의 상황은 분단체제 안에서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한국전쟁으로 인한 이산가족은 이산가족 1세대가 돌아가시면 마무리될 것 같지만 분단체제 안에서 이런 이산가족은 계속 만들어지고 있어요. 제가 분위기를 너무 어둡게 한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영화에서 페이스북을 통해서 만나는 장면을 보면서 새로운 가족의 만남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도 했는데요. 이제 관객분들의 질문을 좀 받아볼까요? 아직 질문이 없다면 제가 먼저 질문 드리겠습니다. 제목이 왜 <그림자 꽃>인가요? 그리고 엔딩크레딧에 김련희 선생님이 직접 부르신 노래가 나와서 너무 좋더라고요. 어떤 뜻이 있을까요?

 

이승준 : 김련희 님뿐 아니라 천만 이산가족이 이제는 가족의 모습이 어떤지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날 거예요. 꽃은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을 의미하지요. 그림자 꽃은 꽃이 가져야 할 본질인 아름다움이 그림자에 그쳐 그 본질이 없는 꽃을 뜻합니다. 시간이 지나 잘 생각나지 않는 가족을 말합니다.

 

주윤정 : 김련희 선생님은 영화 제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련희 : 향기와 아름다움을 실제 꽃에서는 느낄 수 있고 만지고 소유할 수 있잖아요. 멀지 않은 곳에 제 가족이 있지만 그림자 같은 가족이라서 살아 있지만 만지거나 볼 수 없는 제 상황을 잘 담은 것 같아요. 듣자마자 와 닿는 제목이었어요.

 

주윤정 : 존재하지만 만날 수 없는 가족이라는 뜻이 참 인상 깊은데요. 따님과 통화하는 장면에서 밝고 활기찬 모습이지만 보호관찰이라는 제도 안에서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건 인권침해 같기도 했어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이 인권의 핵심인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게 참 안타까웠고 복잡한 상황인 것 같아요. 보호관찰 처분의 삶이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는데요. 딸과의 전화에서 엄마는 떳떳하게 잘 산다는 건 어떤 뜻이었을까요?

 

김련희 : 그 전화를 할 당시가 한국에 온 지 4년 만에 처음으로 딸하고 통화하게 된 건데요. 딸은 엄마가 두 달 정도 중국에 갔다 온다고 알고 있었는데 5년이 지나 엄마가 행방불명 된 것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어요. 엄마가 그동안 따로 숨어 살거나 탈북한 게 아니라 엄마는 여전히 북한에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어요. 저는 단 하루도 남한에 정착하려고 생각한 적 없어요. 가족과 함께하는 삶이 참된 삶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지금 북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남한의 삶보다 잘 산다는 보장은 없어요. 북에서 사는 게 여러 방면으로 힘들기도 하겠죠. 그래도 가족과 함께하고 싶어요. 저는 여름옷을 사든 겨울옷을 사든 내년에는 그 옷을 입고 싶지 않다고 매년 기도해요.

 

주윤정 : 감독님께 질문을 드리려고 하는데요. 이전 다큐멘터리에서는 비전향 장기수나 송환에 대한 작품을 많이 찍으셨어요. 그렇다면 이번 그림자 꽃에서는 두드러지게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 있었을까요?

 

이승준 : 해외 영화제를 보면 북한 관련 다큐멘터리가 많습니다. 외국 감독들은 북한에서 직접 촬영을 할 수 있는데요. 저희는 그렇게 촬영이 안 되죠. 근데 그 감독들이 찍은 작품들이 비슷합니다. 북한 체제를 조롱하는 영화가 많아요. 어느 날 다른 한국 감독과 그런 영화를 보면서 되게 불편하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요. 저는 분단 당사자로서 한쪽 당사자가 그런 얘기를 못하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던 차에 김련희 씨를 만났고요. 다큐멘터리에서 투쟁을 다룬 건 아니고 분단체제 안에서 항상 남과 북이 서로가 무엇이 다른지 배워왔던 것 같아요. 저는 이 작품을 통해서 남과 북의 비슷한 것을 얘기해보고 싶었어요. 아빠와 딸이 점심 먹는 장면을 동료 감독에게 보여줬는데 ‘북한 사람들이 집에서 밥 먹는 거 처음 본다.’고 하더라고요. (남한이) 그만큼 서로는 모르는데 통일을 어떻게 말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비슷한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주윤정 : 제가 예전에 중국 사람들이 북한을 관광하는 것에 대한 논문 쓴 적이 있어요. 당시에 북한 관련 다큐를 정말 많이 본 것 같은데요. 북경에는 북한 관광 회사도 많습니다. 서양 사람들이 그 회사를 통해서 북한에 다큐멘터리를 많이 찍으러 간다고 하는데요. 그런 콘텐츠가 인기도 있고 북한을 희화화하는 내용도 많더라고요. 당시 단동에 가서 중국에서 사업하는 북한 사람과 얘기를 한 적이 있었어요. 굉장히 흥미로웠던 것은 왜 북한 사람들이 광장에서 춤추는 지 얘기하는데 저는 사람들이 동원돼서 춤을 춘다고 생각했는데 북한 사람의 경험으로는 그때 연애도 하고 즐겁다고 해요. 북에는 전기가 없어서 연애하기 좋다고 하네요. 우리의 발전에 대한 감각과 북한 사람들의 경험은 달라요. 북에 대한 선입견을 많이 깨야 해요. 천문학자들은 북한에서는 별이 잘 보여서 그곳에서 연구하는 게 꿈이라고 하더라고요.

 

관객: 북한에서 촬영을 어떻게 하셨나요?

 

이승준 : 핀란드 촬영감독 친구에게 부탁했어요. 북 당국의 정식 허락으로 갔어요. 재미언론인을 통해서 허락을 받았고요. 허락 받는데 1년이 걸렸고 두 번 촬영했어요.

 

주윤정 : 서양 사람들은 북한에 자주 들어가요. 한국을 연구하는 서양 학자와 얘기해보면 북한에 못 가본 사람들은 한국 사람밖에 없어요.

 

이승준 : 북쪽에서는 김련희 씨 이야기를 다 알고 있어요. 김련희 씨의 북쪽 가족들은 잘 살고 있어요.

 

김련희 : 탈북자 가족은 총살당하는 줄 아는데 저희 가족은 저의 행방을 알기까지 5년이 걸렸어요.

 

관객: 주인공이 이 자리에 오는 줄 몰랐어요. 감동적인 영화를 봐서 너무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북한에서 안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건강은 잘 회복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해결점을 위해서 영화를 만든 건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가실 건가요?

 

김련희 : 당시 평양에서 간경화로 치료를 받다가 중국과 한국에서 치료하면서 작년에 간암 수술을 받았어요. 계속 관찰하면서 지켜보는 중이예요.

 

이승준 : 영화가 김련희 씨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요. 분위기를 만드는 게 필요한데요. 워낙 민감한 이슈예요.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지는 못했어요. 이전 정부에서 보내주지 않을까 희망했었죠. 그때는 뭔가를 해주지 않았어요. 근데 최근 태영호 국회의원이 김련희 씨 특별법을 발의했어요. 오히려 보수 정권에서 이런 특별법을 발의하더라고요. 그게 워낙 시끄러워서 지금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모르겠어요.

 

주윤정 : 현재의 법체제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많아요. 우리 사회가 나아가기 위해서는 문제의식, 공감하고 법치체제 안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해요. 다큐멘터리가 사회문제의 해결책을 내놓을 수는 없어요. 사회에서 어떻게 시민들이 해결할 수 있을까요. 그게 다큐멘터리와 교육의 힘이죠.

 

관객 : 짧지 않은 영화임에도 몰입해서 잘 봤습니다. 감독님께 질문 드립니다. 어떻게 보면 장기적으로 촬영하면서 어떤 게 힘들었는지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뭔가요?

 

이승준 : 제작 기간은 4년이었어요. 찍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조급해하지 않고 찍는 편이에요. 항상 긴장하는 편인데요. 김련희 씨와 어디를 갈지, 어떤 일이 있을지 걱정하는 편이에요. 촬영을 안 할 때는 맥주를 한 잔 하거나 그런 시간을 쌓았어요. 촬영하면서 특별히 어려웠던 건... 글쎄요. 평양 촬영이 1년 걸렸던 것이요. 저는 이 다큐멘터리가 해피엔딩이었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남북정상회담을 하면서 실제로 이 영화를 끝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언제 이 영화를 마무리 할 수 있을까 걱정됐어요. 언제 끝낼까가 힘들었어요.

 

주윤정 : 마지막 질문을 여쭙고 싶은데 가족을 만나면 뭘 하고 싶으신가요?

 

김련희 : 엄마 손잡고 엄마 밥을 먹고 싶어요. (북에 못 간 지) 이제 11년이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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