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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제8회 부산평화영화제 /★관객리뷰

[공식경쟁5] <선아의 방> '어느 누구가 헤아릴 수 있을까, 소녀를'


어느 누구가 헤아릴 수 있을까, 소녀를

부산평화영화제 공식경쟁 영화 <선아의 방리뷰

 

영화는 줄 곧 어린 선아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전개된다. 아무런 음악도, 작위적인 연출도 없이 한 소녀의 내면을 담아내는 영화는 관객의 감성을 자극한다. 마트에서 라면을 살 때에도, 길거리를 지나갈 때에도, 선아의 표정은 늘 어둡기만 하다. 어린 소녀는 어떠한 사연이 있어, 이다지도 우울한 표정을 짓는 걸까.

 

소녀는 굉장히 외로워 보인다. 또 쓸쓸해 보인다. 계속해서 선아에게 접근하는 한 남성이 있지만 무슨 사연이 있어서인지, 선아는 그를 마주하기만 하여도 부리나케 도망을 가버린다.

선아는 친구도 없다. 있는 친구라고는 고양이 하나뿐이었는데 그 유일한 친구마저도 죽은 채로 발견된다. 시종일관 표정이 없던 소녀. 죽은 고양이를 보고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모습. 가슴이 아리다.

 

선아가 할머니를 여의었다는 사실은 말미에 피의자로 보이는 남성의 입으로 설명될 뿐, 죽음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지는 않지만 선아의 심정을 헤아리기에 거리낌이 없다. 그러나 어린나이에 할머니를 여의고 혼자 남겨진 소녀의 심정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관객의 입장으로 선아의 심정을 이해하려고 하였지만 결론적으로 그럴 수 없었다.

 

계속 찾아오는 피의자 아저씨도 좋은 사람 같아 보이지만 선아에게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유일하게 소녀에게 의지가 되었던 고양이마저도 세상을 떠나고, 선아에게 남은 것은 앞으로 혼자 세상을 살아가야 할 무거운 짐만이 남아있을 뿐.

굳게 닫힌 선아의 방, 방 안을 가득 채워주는 촛불.

 

관객리뷰단 박진수 (pkjnso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