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평화영화제 아카이브
<여름이 지나가면> GV 본문
일시: 2024년 10월 26일 11:50
장소: 모퉁이극장
참석자: 김희진 모더레이터, 장병기 감독
작성: 안서정
Q. 감독님의 영화 의도와 방향에 대한 설명을 좀 더 들어보고 싶습니다.
A. 제가 차별을 한다고 느낄 때도 있고, 당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도 있는데요. 일상에서 말할 때 의도적으로 차별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잖아요. 그런 것처럼 차별의 무의식적인 형태에 대한 것들을 영화로 그려보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만들게 된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나는 저 사람과 다르다’ 이런 차별도 있는 반면, 전혀 다른 생활 환경을 가진 사람이 같다고 생각해서 행동하는 것들이 차별이 되는 등 모호하게 존재하는 차별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후자의 경우에 좀 더 초점을 두고자 했습니다. 완전히 다른 환경이라고 생각했을 때 가장 저한테 매력적이었던 건 사랑을 배우지 못한 환경이란 무엇일까, 사랑을 배우지 못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라고 해서 ‘영문’이라는 캐릭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Q. 영화의 장소적 환경이 ‘울산 울주군 언양읍’인 것 같은데 이 지역을 선택하신 이유는 뭘까요?
A. 결국엔 이 영화 안의 내용처럼 다른 상식이 만나는 지점의 로케이션에 적절한 곳으로 주변을 돌아봤을 때 이 지역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옛날의 지역 모습도 남아 있고, 또 아파트가 올라가는 등의 신도시 같은 모습도 있어서 선택했습니다.
Q. 영화의 장소적 배경이 서부극 같다고 느꼈어요. 서울을 황야로 봤을 때 갈등 요소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신화적인 요소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A. 개인 취향에서 서부극과 느와르 같은 장르물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 영화를 만들 때 먼저 염두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인물 안에서 ‘기준’이 비행에 적응하고 재미를 느끼면서 동시에 영문에 대한 동경 같은 것들이 기준에게는 느와르적인 요소로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기준이에게는 우리가 느와르 영화의 주인공처럼 어떤 권력이라고 표현하자면 거기에 이입해서 자신의 성장을 느끼고 하는 부분이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Q. 일반적인 성장 신화를 다룬 영화에서 등장하는 조력자가 이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아요. 스승이나 길을 안내해 주는 선배가 없고 등장하는 어른들은 어떻게 보면 다 개인주의자고 이기주의자거든요. 다시 말해서 롤 모델이 하나도 없는데 지금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영화에서 반영한 건 아닌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A. 원래는 ‘석호’라는 이름의 반장 친구가 다음 세대로서의 리더격인 설정이 있었는데 현장에서 조금 넉넉지 않은 부분이 있었고, 8월에 촬영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분량을 많이 줄여야 해서 그때그때 선택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석호의 그런 역할들이 좀 줄지 않았나 싶습니다.
Q. 네이버 웹툰 중에 ‘집이 없어’라는 원한 작가님의 웹툰이 있는데 어린 청소년들의 성장 이야기거든요. 제가 영화를 보고 느낀 건 웹툰을 본 후 영화를 보게 되니 등장인물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마지막 장면에서 결국 운동화를 훔쳐간 사람이 정확하게 누군지 등장하지 않는다고 저는 생각을 했는데 그 CCTV를 보고 그 아이가 훔쳐갔나 보다 하고 넘어가는 장면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그 웹툰을 보지 않았다면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웹툰을 한 번 공유해 보고 싶어서 마이크를 잡게 되었습니다.
A. 제가 웹툰을 보지는 않았는데요. 이게 일종의 성장이라고 일부 동의하면서도 어떤 쓸쓸함이 있는 성장이라고 저는 그렸습니다. CCTV는 일단 제가 처음 각본을 쓸 때는 정확하게 영준이가 가져간 게 맞다 이렇게 생각을 했었고요. 다만 영준이의 의상을 통해 알 수 있는 방치된 흔적들, 이런 것들을 통해 관객인 우리만 범인이 영준이였음을 정확하게 알 수 있게끔, 저는 그 정도의 의도를 갖고 만들었습니다. 반전이 있을 것 같지만 반전 없는 그런 내용입니다. 동네 어른들의 당연한 태도, 동네의 어떻게 보면 좋은 핑계거리로 기억하는 그런 반응들이 저의 의도에 가까웠던 부분이었습니다.
Q. 운동화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운동화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운동화라는 소재 자체가 가진 큰 의미는 없고요. 다만 기준이는 운동화를 잃어버려도 큰 타격이 없는 환경인데 처음에 이 동네도 마음이 안 들었는데 그런 식이고... 운동화 자체보다는 이런 사건이 있었고 마치 운동화를 가져간 사건이 이 동네의 자신들의 실패에 변명이 되는 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운동화는... 그게 장갑이어도 상관없고 무엇이든 상관없지 않았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Q. 여름이 지나가면 이라는 제목으로 만드셨는데 영화 안에는 여름의 상징적인 요소가 별로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왜 여름이라는 소재를 붙였는지가 궁금하고요. 두 번째는 감독님의 어린 시절이 이 영화를 만드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A. 여름을 상징하는 계절감보다는 상징으로서 이 인물들이 겪는 이 시기가 저한테는 여름 같아서 그렇게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제가 편집하면서 느낀 건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더운지 모르겠구나’ 라고 생각했는데요. 촬영 당시 한 두 테이크 찍고 그늘로 와서 쉬고 다시 찍고 그렇게 촬영을 했거든요. 정말 더웠지만 영상으로는 별로 안 더워보인다... 그렇게 생각했고요.... 계절감은 욕심이 없었던 건 아닌데 우선순위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결과물에서 들어나진 않았던 것 같고요. 두 번째 질문의 답으로는 제가 이런 사건을 겪었던 건 아닌데 오래전 어렴풋하게 어떤 공포와 동경은 조금 있었던 것 같아요. 힘의 권력에 대한 동경 그런 게 그 땐 마음 속에 있지 않았을까 싶고요. 그런데 나이 들고 나니까 내가 동경인 줄 알았던 것들이 사실은 내가 저 사람을 되게 불편해 했었구나 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Q. 여름을 계절로 선택한 영화 치고는 매미소리가 잘 안 들려요. 이게 실제로 안 들렸던 건지 촬영할 당시 혹은 편집 때 제거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A. 저희 사운드 감독님이 되게 걱정하셨던 부분이예요. 후반 작업도 같이 하신 분이어서 매미 소리가 들어갔을 때 후반에 사운드 퀄리티를 손 보는 게 너무 어렵다고 말씀하셔서 결국 독립영화에 잘 없는 일인데 사운드팀 인원 2명을 더 구하게 되었어요. 또 촬영 에피소드를 말씀드리자면 매미가 엄청 많아서 쫓아내려고 물총을 나무에 쏘기도 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매미 소리를 많이 조절하려고 했었고 매미 소리를 이용한다 안한다 정도는 사운드 감독님께서 디자인해주신 거고 제 의도는 딱히 없었습니다. 사운드 팀이 세 명이었다 매미소리가 소리에 너무 들어가서 음향감독이 걱정이 많았다 물총을 쏴서 매미를 쫓아내기도 했다
Q. 영화 속 아이들이 사투를 자연스럽게 잘 하는데 정말 저 동네 사는 아이들인가요?
A. 영준이로 나오는 그 친구는 아직 거제에 살고 나머지는 표준어를 사는 친구들이거든요. 제가 사투리를 녹음해서 보내주고 그 친구들이 엄청 연습을 해왔더라고요. 극 중 나이와 거의 비슷한 친구들이라 사투리가 어색해도 어느 정도 포기하면서 진행할 생각이었는데 너무 잘 준비해와서 현장에서 사투리 잡는다고 시간을 보내는 건 거의 없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A. 이 평화영화제가 제 개인적인 추억이지만 7년전에 제 첫 영화로 온 첫 영화제가 이곳이거든요. 그 당시에 저는 앞으로 영화를 못 하겠다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이 평화영화제를 시작으로 다른 영화제를 많이 갈 수 있었습니다. 그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았었고 덕분에 잊지 못할 기억이 되었습니다. 별개로 아침 시간에 이렇게 많이 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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