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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제13회 부산평화영화제/기록문

<하산>, <꽝> gv

 일시 : 2022. 10. 30. 일요일 1시 30분

장소 : 모퉁이극장

참석자 : 김준(<하산> 감독), 유소영(<꽝> 감독), 전은정(모더레이터)

작성: 조현주

 



전은정 : <꽝>의 감독님 유소영 감독님, <하산>의 김준 감독님 모시고 얘기 나눠 볼게요. 박수로 맞이해 주세요. 반갑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공포 영화를 잘 못 봐요. 되게 무서워하는데 <하산>은 공포를 위한 공포가 아닌 사회적인 주제, 중년 여성의 트라우마, 심리적 묘사와 함께 잘 어우러진 오랜만에 보는 깔끔한 공포 영화죠. 너무 잘 봤습니다.

 

<꽝> 같은 경우에는 이 영화 덕분에 꽝이라는 단어를 배웠어요. 미나리 밭을 꽝이라고 한다고 하더라고요. 미나리같이 끈끈한 생명을 가진 이정애 씨의 짧은 단편이지만 생의 깊은 한 단면을 본 것 같은 감동적인 영화였습니다.

 

두 분 감독님 오늘 와 주셔서 감사드리고 상영 순서대로 질문을 먼져 드려 볼게요.

어디서나 제일 먼저 받는 질문 있으시죠. 이 영화는 어디서 시작됐을까요.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고 어디서 영감을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하산>

김준 감독 : <하산>은 제가 법률 스님의 즉문즉설을 즐겨듣는데요. 거기 보면 질문자에 대부분이 5, 60대 여성분들이세요. 그분들의 이야기를 계속 듣나 보니까 그분들의 삶에 대해 관심이 생겼고, 몇몇 분들의 고민이나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듣다 보면 지금 시점에서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비폭력적이고 비이상적인 사례들을 보게 됐었어요. 그런데 신기했던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었어요. 가족이 있고,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고, 이런 부분들을 보면서 혈연공동체가 기괴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시나리오를 생각하면서 이런 부분들을 악몽과 환상을 통해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하산이라는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전은정 : 혹시 중년 여성이나 치매 노인과 관련해 주변에서 영감을 받은 게 있으실까요? 젊은 감독님께서 너무 섬세하고 생생하게 잘 그려 주신 것 같아서 놀라웠습니다.

 

김준 감독 : 실제 주변에서는 저희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치매를 앓으셨고 이번에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하면서는 자료 조사를 열심히 했었어요. 치매 부양 가족들의 고통이나 겪는 일상들을 다큐멘터리나 인터뷰를 보며 디테일들을 많이 찾으려고 노력했었어요.

 

<꽝>

 

유소영 감독 : 제가 올해 결혼을 했는데 데이트하던 장소가 원양 읍성이었어요. 그래서 미나리를 종종 사곤 했는데 원래는 5개 이상이었던 노점이 언젠가부터 하나만 남게 되더라고요. 다 없어지기 전에 기록을 남겨 두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전은정 : <꽝> 같은 경우에는 분명히 하루 만에 촬영된 게 아니라는 건 영화에서도 드러나죠. 이정애 씨와 많은 촬영을 하고 많은 이야기가 나왔을 텐데 그걸 2, 30분 안에 담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우선 촬영 기간과 시간은 어느 정도 되셨나요?

 

유소영 감독 : 작년 6월부터 작년 11월까지 촬영을 하고 올해 1월에 편집 완성을 했어요. 말씀해 주신 것처럼 너무 촬영본이 많아서 다듬는 작업이 오래 걸렸어요. 그래서 장편으로 만들까도 고민을 했었는데 그러려면 미나리 꽝이나 노점이 아닌 다른 공간이 있었어야 했거든요. 그런데 어머니께서 집 공개를 창피해하시는 부분이 있으셔서 강요할 수는 없으니 단편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를 했습니다.

 

전은정 : 저는 <꽝>이라는 다큐멘터리 미덕 중 하나가 감독님이 이정애 씨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고 카메라가 옆에서 지켜보더라고요. 그렇지만 방조하는 것이 아닌 옆에 내가 있다, 감독님이 나는 이정애라는 인물과 소통하고 있다는 걸 끊임없이 일깨워 주며 관객들도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준 게 저는 너무 좋았습니다.

 

<하산>

 

전은정 : 저는 <하산> 감독님께 원초적인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어요. 왜 제목이 하산일까요?

 

김준 감독 : 산을 내려온다라는 건 다시 세상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가지고 쓰게 되었어요. 이 영화에서 주인공 명숙이 유일하게 숨 쉴 수 있고, 유일하게 일상생활에서 억눌렀던 감정들을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 저는 산이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일상에서 묻어 두었던 깊숙한 내면 속에 있는 감정들을 산에서 만나게 되는데, 이 사람이 과연 산을 내려올 수 있을까? 라는 질문으로 제목을 썼었습니다.

 

전은정 : 명숙이 제일 처음 나온 장면이 산에서 경삿길 내려오는 장면이죠. 그런데 바로 다음이 카메라가 앞으로 가면서 왠지 올라오는 듯한 느낌이 들게 장면을 잡으셨던데 혹시 의도한 부분이 있는 건가요?

 

김준 감독 : 너무 자세히 잘 봐 주셨어요. 사실 거기는 기술적으로 제가 실수한 부분이에요. 안 그래도 제가 찍었을 때 그 부분이 지형 기진이 나타나는 거는 한 슛으로 보여 줘야겠다는 다짐이 있었거든요. 그걸 만들려고 하다 보니 그 지형 외에 다른 지형으로 속일 수는 없는 거였어요. 그 지형 자체가 평지인데 지형을 찍었을 때의 와일드 슛이랑 다가올 때 와일드 슛이 같은 앵글에서 만들어 줘야 하기 때문에 넓게 찍다 보니 평지가 약간 다가올 때 위로 올라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전은정 : 그런데 판타지, 호러라는 장르와 묘하게 어울려서 이질적이기보다는 뜻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관객 질문이 들어왔는데요. 혹시 <하산>에서 박수는 어떤 의미일까요?

 

김준 감독 : 제가 치매 관련 다큐를 많이 보면서 치매 노인 환자들 중에서 자주 하는 행동 중 하나가 박수를 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박수의 의미나 상징이 있다기보다는 그분들이 자주 하는 행동을 가져와서 보여 주려고 했었습니다.

 

전은정 : <하산>이라는 영화에서는 소리가 화면보다 먼저 나오는 경우가 많죠. 이 소리로 인한 공포심, 불안함 유발하는 것이 있는데 치매 노인들이 하는 박수 또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한몫을 한 것 같아요.

 

<꽝>

 

전은정 : <꽝> 유소영 감독님께 관객 질문 드리겠습니다. 편집하실 때 무엇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가셨는지, 편집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유소영 감독 :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어머니의 속마음 인터뷰를 어떻게 배치할까’였던 것 같아요. 인터뷰를 한 5회 차 정도 했는데 그 양이 너무 많았고 말을 많이 해 버리면 다큐멘터리가 너무 설명적이고 상상의 여지가 없어질 것 같아서 최대한 말을 줄이는 작업을 반복했었어요. 또 내레이션을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요. 결국 처음에는 내레이션 없이 미나리 농사 하는 장면만 보여 주는 걸로 하고, 중간 지점부터 내레이션이 들어오면서 농사를 짓던 앞 장면들이 생각나게끔 연출 의도를 가지고 만들었습니다.

 

전은정 : 혹시 편집은 보통 어느 정도 걸렸을까요? 다큐멘터리가 픽션보다 조금 더 걸린다는 통상적인 예가 있잖아요.

 

유소영 감독 : 편집은 계속 병행을 해서 작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했었습니다.

 

<하산>

 

전은정 : <하산> 감독님, 동굴은 죽음을 나타내는 장소인가요? 아니면 실제로 죽음을 위해 찾아간 실존하는 장소인가요?

 

김준 감독 : 동굴은 명숙이 오랜 시간 동안 외면해 온 깊은 내면의 은유로써 설정한 게 맞고요. 하지만 아버지를 데리러 가서 사라졌을 때 거기에 있는 함의는 죽음이기도 해요. 그런데 동굴의 설정 자체는 은유적인 공간으로 설정했었습니다.

 

전은정 : 저는 계속 마음에 쓰였던 게 감독님은 명숙이 동굴을 숨 쉬는 공간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왠지 명숙이 끊임없이 사라질 장소를 찾아다닌 게 아닌가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김준 : 너무 좋은 해석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저도 무의식적으로 그런 행동을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꽝>

 

전은정 : 촬영을 시작하기 전, 어느 정도의 교감을 가지고 촬영이 진행되었을까요?

 

유소영 감독 : 어머니가 처음에는 카메라를 무서워하셔서 일단 카메라를 넣어 놓고 어머니랑 친구처럼 며칠 동안 지내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머니 화장실 갈 때 미나리 노점에서 팔아 드리기도 하고, 인터뷰 형식이 아닌 일반 대화를 많이 했었어요. 그렇게 교감을 많이 나누다 보니 실제 인터뷰는 행정복지센터에 가서 저와 단둘이 있을 때 속마음을 잘 표현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어머니와 5회차 정도 인터뷰를 진행을 했었습니다.

 

전은정 : 픽션 같은 경우는 배우라는 사람이 연기를 하고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넓지만 다큐멘터리에서는 한 인물을 선택해서 말을 하죠. 이것 또한 감독이라는 사람의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멋진 캐릭터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영상이 담겼을 때, 인터뷰를 했을 때 삶을 드러내지를 못한다면 아쉽지만 포기를 하는 것 동안 감독들의 역량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인물을 발굴해 내시는 것만으로 대단하다 생각 들어요.

 

<하산>

전은정 : 관객 질문이 있는데요. <하산>에서 과일을 먹을 때 칼로 먹는 장면도 나오고, 효자손으로 소리를 내는 장면도 나왔는데 칼이고, 효자손인 이유가 있을까요?

 

김준 감독 : 효자손은 자료 바탕으로 나왔어요. 제가 봤던 다큐 중에서 치매 노인분이 계속 효자손으로 바닥이나 물건을 때리면서 밥을 달라고 하거나 어떤 요구를 하기 위해 효자손을 막 때리는 분이 계셨어요. 그 모습을 박수와 함께 이용할 수 있겠다 생각 들어서 효자손을 택했어요. 칼은 사실 위험한 물건이고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도 포크가 아닌 칼로 사과를 찍어서 아버지한테 주는 장면이 있는데 결국은 뒤에 벌어질 일들을 작게라도 암시하는 지점으로 사용한 부분이 있거든요, 잘 봐 주신 것 같아 감사해요.

 

전은정 : 다음 관객 질문이 있습니다. <하산>에서 마지막 동굴 환한 출구가 희망으로 보였는데 죽음으로 마무리하신 건가요? 아니면 어려움에서 도망갔다는 의미인 건가요?

 

김준 감독 : 제가 시나리오를 쓸 때는 두 가지 층위를 같이 생각하긴 했어요. 하나는 함께 죽는 의미가 있고, 다른 하나는 주인공의 오랜 꿈인 아버지한테 자신과 자신의 딸의 삶을 인정받는 것인데 저는 두 가지에 동시에 충족되는 결말을 고민했었어요. 그래서 결말이 해피엔딩처럼 보이기도 하고, 비극적인 엔딩으로 보이기도 할 것 같아요.

 

전은정 : 다음 관객 질문이 있습니다. 딸 지영이를 왜 장애인으로 설정하셨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고, 아버지가 치매 노인이 되었을 때 본인이 약자가 되었다는 인지나 슬픔이 있는 상태인지 궁금합니다.

 

김준 감독 : 첫 번째 질문에 관해서는 지영이가 가지고 있는 장애는 얼굴 반쪽이 붉은색이 되는 병인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지영이를 시각적으로 바로 볼 수 있는 지점도 필요했었어요. 그 다음 딸을 잃었다는 극복되지 않았다는 상실의 아픔을 설정하기 위해서도 영향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질문은 저는 없기 때문에 명숙이 더 분노와 슬픔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어요. 딸이 몇십 년 만에 와서 자신을 위해 희생하고 고생하는 모습조차 인지를 못 하기 때문에 명숙의 용서하려는 마음 자체가 차단되어지는 지점이라 생각했습니다.

 

<꽝>

 

전은정 : <꽝>에서의 이정애 씨와의 주변 인터뷰, 아들이나 손님의 인터뷰가 없어 이정애 씨의 삶에 1인칭 시점으로 집중할 수 있었는데 의도한 연출일까요?

 

유소영 감독 : 연출 의도 자체가 왜 이정애 어머님은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실까에 대한 걸 파는 것이었기 때문에 어머니 말씀을 듣는 데 집중했었어요. 어머니가 처음에는 속마음을 많이 숨기셨는데 그걸 제가 계속 물어보게 되면서 어머니조차 모르시고 계셨던 어머니의 마음을 드러내며 서로 치유하게 되는 과정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전은정 : 관객 질문이 하나 더 있는데요.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가 ‘열심히 사는 게 최고의 복수다’입니다. 대본이 아니라 날것 그대로의 대사일 텐데 감독님께서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유소영 감독 : 우선 이 대사를 들었을 때 이거다, 이거를 무조건 영화의 맨 마지막에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왜냐면 그 전까지 어머니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하세요, 라고 물어봤을 때 아들 때문에 산다고 대답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건 엄마로서의 이야기고 저는 여성으로서의 이정애의 마음을 듣고 싶었는데 맨 마지막 인터뷰 때 사실 시댁 식구들이 노점 앞을 지나다니시는데 이렇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게 복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주시더라고요. 그때 저도 역시 가만히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게 복수구나, 라고 생각해서 관객들도 공감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넣게 되었습니다.

전은정 : 한 질문이 더 있습니다. <꽝> 미나리에서 이정애 씨가 다시 태어난다면 혼자 살 거라고 했는데 혼자 사신다는 주인공을 배경으로 만든 이유가 있을까요?

 

유소영 감독 : 저는 혼자 사시는지 모르고 시작을 해서 처음부터 그런 의도를 가지고 영화를 만든 건 아닌데 혼자 사시는 여성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 같기는 해요. 가부장제를 바탕으로 남편에게 이혼당하고 시댁에게 폭력을 당한 여성이 혼자 산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저보다 더 좋은 해석을 해주신 것 같아요.

 

전은정 : 우리의 인생을 짧고 응축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이정애 씨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거기서 수십 년의 인생을 깊이 있게 본 듯한 느낌이었거든요. 더군다나 여성의 삶에 집중해서 얘기해 보고 싶었다는 게 와 닿는 말씀이었습니다.

 

관객 질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꽝>에서 편집하면서 미처 담지 못했던, 망설이거나 추려 냈던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 같은데 무엇이었을까요? 두 번째 질문은 이 다큐를 만들고 나서 다시 본 감독님의 소감도 궁금합니다.

 

유소영 감독 : 첫 번째 질문과 관련해서는 어머니가 사실 인터뷰하셨을 때 많이 우셨었어요. 너무 우울한 삶을 살았고 울분에 가득차서 정신병원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그 시점에 저라는 사람이 찾아왔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서 나는 영화고 뭐고 다 떠나서 내 병을 치료하기 위해 너에게 모든 것을 얘기해 줄 거다,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다큐멘터리 영화 속에서는 우시는 모습을 넣고 싶지 않았어요. 사실 어머니는 되게 여리신데 제가 어머니의 강인한 모습만 넣은 거거든요. 그리고 어머니가 아들 얘기 많이 하셨거든요. 우리 아들이 도나쓰 사준다고 했었는데 하시면서 도나쓰 얘기를 굉장히 많이 하셨어요. 그 도나쓰 관련된 에피소드를 한 챕터로 넣고 싶었는데 제거를 했었습니다. 다큐 다 찍고 나니 어머니라는 좋은 친구가 생긴 것 같아요.

 

두 번째 질문에 관해서는 저는 이 영화가 볼 때마다 감회가 새로운데 특히 앞전 영화가 어땠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요. 마침 그 전이 김준 감독님의 <하산> 어머니의 이야기여서 좋았습니다. 어머니는 지금도 태풍 한남노 때문에 쓰러져 있는 노점을 다시 일으킨다고 힘들어하시는데 어머니를 생각하며 봤었고요. 그리고 요즘 통풍이 오셔서 병원에 다니시곤 하는데 어머니가 영화 속에서 돈을 셀 때 병원비로 나갈 생각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산>

 

전은정 : 하산 감독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당연히 어떤 감독님이시든 작품을 할 때 모든 신경을 쏟아붓겠지만 하산의 경우에는 장면 장면을 공들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특히 인상적이었던 게 세 형제가 제사가 끝나고 이야기를 나눌 때 어느 순간부터 아버지와의 화해의 문제를 나누기 시작하죠. 독백 비슷한 명숙의 이야기가 시작이 될 때 카메라가 다가가면서 마치 고해성사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때 이야기가 딱 끝나는 순간 카메라가 멈추고 명숙과 뒤에 있는 아이의 사진을 잡히는 장면이 롱테이크가 됩니다. 잡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어떠셨어요?

 

김준 감독 : 촬영 감독, 미술 감독, 스태프분들과 같이 위치를 조정하면서 그 샷이 그렇게 나오면 좋겠다 하며 여러 번 찍어 공들여 만든 작업이에요. 하도 길어서 제가 알기로는 열한 번, 열두 번 갔었어요.

 

<하산, 꽝>

 

전은정 : 마지막으로 감독님들의 차기작이나 영화에 대해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실까요?

 

유소영 감독 : 지금 장편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는데요. 촬영은 50퍼센트 정도 진행했고 여성 도배사에 대한 이야기인데 저희 어머니세요. 어머니의 이름을 딴 공순이라는 작품으로 내년이나 내후년에 재미있는 다큐멘터리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준 감독 : 저는 내년 4월 정도에 단편 하나를 더 찍는데, 장르는 가벼운 여행 영화고 코미디와 여행에 관한 영화입니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