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 제13회 부산평화영화제/기록문

<내가 누워 있을 때> gv

일시 : 2022. 10. 29. 토요일 4시

장소 : 모퉁이극장

참석자 : 최정문(영화 <내가 누워 있을 때> 감독), 허정식(모더레이터)

작성: 차문주

정리: 황예지

 

 

 

허정식 : 최정문 감독님과 GV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영화소개와 감독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정문 : 안녕하세요, 저는 <내가 누워있을 때>를 연출한 최정문입니다. 귀한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허정식 : 바로 질문 받아보겠습니다. 이 영화는 질문이 많을 영화 같은데요.

 

관객: 주연, 조연 모두 익숙한 분들이어서 좋았습니다. 흥미로웠던 건 부산이 배경인 것 같은데, 선아도 가족들이랑 대화할 때도 사투리를 쓸 것 같은데 (안 쓰더라고요.) 지수라든지 일부 인물들은 사투리를 쓰시더라고요 그래서 사투리 지도 같은 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최정문 : 선아, 지수라는 인물이 사투리를 써야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선아는 서울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지수의 사투리만 생각했었고요. 저도 부산에 살지만 (고향은 서울이라) 사투리가 익숙하지 않아서 말투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지수라는 캐릭터는 캐릭터적으로도 사투리를 쓰는 것이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다른 배우는 사투리를 전혀 못했었는데 스태프들이 대부분 부산 출신이어서 1인 전담 마크로 사투리를 지도하고 그랬습니다.

 

허정식 : 촬영을 부산에서 많이 하셨어요?

 

최정문 : 모든 촬영을 부산과 양산에서 했습니다. 진이 역할로 나온 제인 배우도 왔는데 인사할까요?

 

아역배우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방제인입니다.

 

최정문 : 영화 기억나? 그때는 제인이가 정말 어렸거든요. 이렇게 커버렸어요. 제인이 엄청 추웠는데도 모니터한다고 밖에서 헤드셋 쓰고 그랬었어요. 한마디 할까?

 

아역배우 : 영화 보러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몇살이에요?) 6살이에요. 4살 때 촬영했어요.

 

관객: 안녕하세요. 감독님께 여쭤보고 싶은 건 보미가 잠깐 만났던 남자친구랑 노래 이야기를 했었잖아요. 딸기 농장 때 그 노래를 많이 들으면서 모두의 노래가 되었다고 말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는데 그 노래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최정문 : 그 이야기는 제가 실제로 겪었던, 혹은 지인에게 들었던 이야기인데 저도 옛날에 그런 경험이 있어요. 그 노래를 우연찮게 듣게 되면 그 시절이 기억나더라고요. 그 노래를 들었을 때 힘들지만 재미있었던 순간들이 기억이 나고. 그 노래를 좋아하기도 하고. ‘최악의 상황과 밝은 노래가 충돌하면 조금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그 노래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허정식 : 뭔가 노래랑 세대가 (갭이 너무 차이가 나서) 안 맞는 것 같지만요, 이어서 다음 질문 받아보겠습니다.

 

관객 : 반갑습니다. 제목에 대해서 궁금해서 묻고 싶습니다. 보통 내가 누워있을 때, 그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를 보게 되는데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에서 깨닫게 되었다 같은 게 있잖아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통해서 내가 누워있을 때 뭔가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저는 영화를 보면서 진이가 살아갈 세상에 대해서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거든요. 우리가 교육이라고 하는 거는 이거는 된다, 이거는 안 된다고 말해주는 게 교육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영화는 너 대로 살아라, 괜찮다 이런 의미를 줘요. 내가 누워있을 때 깨달았다는 건지 아니면 주인공 선아가 자기가 열심히 발버둥 치고 살아가는 모습이 내가 원하는 게 아니었다고 깨닫는 건지.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최정문 : 제가 생각하는 제목의 의미는 있어요. 있지만 관객분들이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는지에 대해서는 모든 게 정답이라고 생각 하거든요. 제가 의외로 조금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해서 잠에 쉽게 못 드는데요. 걱정고민이 많아요. 제가 만든 주인공들도 각자의 고민과 아픔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잠 못 드는 밤들을 많이 생각했고요. 그리고 이 영화가 끝나고 주인공과 관객 분들이 오늘 밤은 잘 잤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담아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관객분이 느끼신 것도 맞는 거 같아요. 그 다음 스텝에서는 선아가 조금 더 잘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염원을 가지고 만들었습니다.

 

허정식 : 그 제목을 결정지은 이유는 뭔가요? 이 제목이 그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맥락이라 생각해서 정하신 건지, 아니면 떠올려 봤을 때 이 제목이 영화와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지으신 건가요?

 

최정문 : 사실은 윌리엄 포크너의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라는 책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은 없지만 그 책 제목이 이 영화와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내가 누워있을 때’로 변형했어요. 그 다음에 제가 바라는 것은 진이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하셨는데 이 주인공들이 다음날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잘 살았으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잘 잤으면 좋겠다는 염원으로 이어져서 제목을 지었습니다.

 

관객 : 장면마다 마트에서는 아주머니가 밥을 주시고 잠을 자는 곳에서는 주스 같은 음식을 주셨는데 이렇게 뭔가 친절을 베푸는 장면을 넣으신 이유가 있나요?

 

최정문 : 저의 영화 속 이야기는 크게 보면 새로운 공간에서 사고가 나면서 겪는 일이고 세부적으로 보면 각자 인물들이 겪는 플래시백으로 이루어진 이야기에요. 그리고 로드무비를 생각하면서 적었는데 그 주인공들이 사건들을 겪으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중요했고 과거에서 슈퍼나 모텔, 카센터 모두 양면성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츤데레 같은 슈퍼주인이지만 시골에서 자라온 여성들이 베풀 수 있는 따뜻함을 보여주고 싶었고요. 저의 개인적인 욕심이었는데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관객: 책상에서 레베카 솔닛의 어떤 글귀가 나오는데 그게 마지막에 침대에서 세 명이 이야기 하는 것과 연관을 시켜서 만드신 건가요?

 

최정문 : 영화를 꼼꼼히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레베카 솔닛의 그 문구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문구 중의 하나입니다. 영화 속에서 지수와 수연이의 이야기를 함축할 수 있는 글귀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영화를 만들 때 일맥상통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어떤 감정이입은 배워야만 하고, 그 다음에 상상해야만 한다’는 것이 한 인물과 이야기를 만들 때 그 사람의 일대기를 배워야 하고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에는 저의 색깔로 상상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글귀를 넣었던 것 같아요. 그거는 수연이가 지수한테 해주는 말이기도 하고, 제가 영화를 만들 때 태도이기도 해요. 인물들이 서로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글귀라 생각해서 넣게 되었습니다.

 

허정식 : 다음 질문 받도록 하겠습니다. 배우와 관련된 질문은 없으신가요? 저는 개인적으로 배우 분들이 너무 생동감 있어서 영화가 조금 길어지려고 하면 배우들이 살린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감독님이 배우 분들 말씀을 해주세요. 어떻게 캐스팅을 하게 됐고 연기 관련한 재밌는 에피소드 등이요.

 

최정문 : 주인공 선아, 지수, 보미를 캐스팅 했을 때 선아 역의 배우는 제가 단편을 찍으면서 영화나 삶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멋있어서 꼭 작업을 하고 싶어서 팽지인 님을 생각했어요. 지수 역을 맡은, 보미 역을 맡은 배우 두 분은 미팅을 통해서 만나게 됐는데 사실 지수 역은 더 어린 배우로 캐스팅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배우를 만나고 나서 지수 역을 하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이 굳어져버려서 같이하게 됐습니다.

보람 배우는 아무래도 연기가 처음이다 보니까 불안한 건 사실이었는데 만나서 보람이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 보람이 같더라고요.

배우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는데 에너지를 많이 쏟고 그 일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좋게 봐주신 것 같고 뿌듯합니다. 배우들 덕을 많이 봤습니다. 그밖에도 도움을 주신 활동 많이 하시는 배우들이 흔쾌히 부산까지 내려와 주셔서 몇 회 차 안 되는데 촬영해주시고 응원해주셨습니다.

 

관객 : 이제 보미가 편의점에 갔을 때 마주쳤던 편의점 알바생 분이 계시잖아요. 흰 봉투 줄까, 검은 봉투 줄까. 이 장면이 킬링포인트였다 생각하거든요. 편의점 알바생 분을 캐스팅 할 때 이미 그런 요소들을 생각하고 캐스팅을 했던 건지 아니면 캐스팅 한 후에 그런 재미난 요소들을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최정문 : 편의점 이야기도 실제 겪은 이야기입니다. 제가 밤에 혼자 갔는데 아무도 없는 거예요. 뭘 사러 갔는데 음산하고. 그런데 편의점 직원분이 너무 자신의 일에 프로페셔널한 느낌으로 ‘봉투는 검정색, 흰색으로 드릴까요’ 하는데 너무 웃긴 거에요. 긴장이 다 풀렸던 기억이 있는데요. 그 편의점 직원을 많이 생각했어요. 배우가 능청스러움이 있어야하는데. 피디님이랑 헌팅하다가 그 편의점 들어가서 그냥 일반인을 섭외할까 했었거든요. 그런데 등잔 밑은 어둡다고 데이터매니저님이 맡게 됐습니다. 은근 즐기시고 잘해주신 기억이 있습니다.

 

관객 : 질문이 두 가진데요, 카센타 사장이 그 직원이랑 문 앞에서 고조되는 씬에서 문을 열고 나와서 칼을 들고 부딪히는 장면에서 까맣게 처리를 하고 화면이 싹 전환이 되고 제가 그 장면이 됐을 때 제가 오늘 안경을 안 가지고 와서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정비소에 사장이 실려 간 것인가요? 아니면 뿌옇게 처리를 하신 건지요. 제가 느낀 게 감정이 조이면서 고조되는 그 과정 안에 갑자기 까맣게 처리하고 다음 화면이 나왔을 때 놀람과 보는 관객입장에서 잘리는 기분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감독님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기법을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는 영화 한편에 많은 이슈가 들어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인물들이 많이 있지 않은데도 직장 내 성차별, 성소수자 차별, 장애인 학대라든가, 남성 중심적인 사회인식이라던가 많은 문제들을 담고 있는데 이런 문제들을 던지는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평화는 어떤 것인지 감독님이 영화로 보여주고 싶은 평화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최정문 : 어려운 질문 감사드립니다. 두 가지 다 굉장히 어려운 질문인데 첫 번째부터 말씀을 드리자면 관객 분들의 입장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대하셨을텐데 제가 끊어버린 것 같아서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저는 현실과 맞닿아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거기에서 유혈사태를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현재 그런 소수자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영화화하는 많은 영화가 사고에 포인트를 줘서 그것을 묘사하는데 큰 힘을 쏟지만 제 영화는 그러지 않았으면 해요. 사건을 해결하는 게 영화의 궁극적 목표라기보다는 하루에 뜻하지 않은 곳에서 세 여성들이 하루를 보내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준다는 게 더 중요했어요. 선택과 집중을 했을 때 관객들의 입장을 조금 고려하지 않고 유혈사태를 그리기보다는 나아가야한다고 결정했어요.

 

허정식: 누가 실려가는지는 대답해주세요.

 

최정문: 누가 실려가는 지 물음표로 남겨두고 싶었어요. 저희 스태프들끼리 나눈 부분은 있지만 굳이 이야기를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것은 선아, 지수, 보미, 카센타직원, 어눌한 직원, 모텔주인일 수 있고. 여러 사람이 될 수 있고. 그렇지만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다름을 바라봐 주는 게 평화이지 않을까요. 다양한 이야기, 다양한 사람들,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켜봐 주는 것이 제가 솔직하고 진심을 다해서 할 수 있는 일인 거 같아요. 그런 방식으로 영화를 찍으려고 합니다.

 

허정식: 이야기가 많아서 만들면서 헷갈리는 건 없던가요?

최정문: 제가 책임을 지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했어요. 많은 이슈들이 포함되어있는데 그 이슈들을 소재로만 이용하면 안 되는데 그런 생각에 책임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관객: 진이는 사산된 아인데 보미는 어린이의 모습으로 보는 게 궁금했어요.

 

최정문: 애기의 모습보다는 보미가 상상하는 아이로 그렸어요. 내가 진이를 키우고 케어하고 옆에 있으면 이런 모습이겠지 상상속의 진이를 계산해서 그렸습니다.

 

관객: 영화가 저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일반적인 로드무비일 수 있는데 기저에 긴장감을 줄 수 있는 카센타 직원 두명 때문에 로드무비인데도 긴장감이 깔려 있는게 신기했어요. 주인공 3명이 결핍을 갖고 있는 사람들인데 한 명은 성소수자, 한 명은 화목한 가정은 있지만 인정욕구나 명예욕 때문에 자기 자신을 갉아먹고 헛똑똑이이고, 나머지 한 명은 개인적 아픔을 가지고 있죠. 그 친구들이 세 명이서 1박 2일 동안 서로에게 상처가 되었다가 위로가 되었다가 그런 모습들이 좋았고 감독님이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깊이가 좋았어요. 일반적인 로드무비로 만들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았어요. 모텔주인 장화 같은 것도 나름대로 반전이었지만 긴장감도 넣은 게 제가 느끼기에는 세 명이서 같은 위기상황을 겪으면서 다시 뭉치는 계기가 되더라고요. 그런 장치를 넣으신 이유가 궁금해요.

 

최정문 : 응원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영화를 만드니 평가를 받는 것에 무서웠는데 감사합니다.

스릴러라는 장르를 이용한 것은 주인공 세 명이 현실세계에서 겪는 아픔이 공포로서 표현되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실제로 여성으로서 맞닥뜨리는 공포들을 장르를 이용해서 영화 속에 내재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허정식: 감독님의 첫 작품인데 관객과의 대화를 하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최정문: 부산에서 지원을 받고 처음으로 부산에서 상영을 하는 자리인데요. 오늘 너무너무 떨렸고, 오는 내내 <마인드헌터>를 보면서 마인드컨트롤을 했어요. 영화를 만든다는 건 엄청난 책임감이 있고, 냉철한 평가를 받는 자리라고 생각하는데 따뜻한 눈으로 끝까지 자리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첫 장편영화입니다 다음에 또 찍는 기회가 있길 바라며 와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