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박수남 감독 방한
‘교쿠사이의 진실’ 2부 촬영
여든이 가까운 나이에 평생 세 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누군가는 ‘과작’의 감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재일동포 2세 박수남(79·사진) 감독에겐 한편 한편을 찍는 일이 ‘진실을 파내 혁명을 이뤄내는’ 과정이라해도 지나치지 않다.
첫 작품으로, 한국인 원폭 피해자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린 <또 하나의 히로시마>(1987)는 64년부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등을 돌아다니며 자료와 증언을 모은 결과물이었다. 일본 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다음엔 ‘위안부’ 문제였다. 스스로 몸을 판 게 아니라 끌려간 일본군 성노예였다고 처음으로 목소리를 낸 고 배봉기 할머니의 증언을 듣고 충격을 받은 박 감독은 <아리랑의 노래>(1991)를 만들었다. 독립영화로는 드물게 당시 일본에서 20만명의 관객을 불러들였다. 발표된 지 20년이 훌쩍 지났지만 일본에선 여전히 <아리랑의 노래>를 통해 성노예 문제를 알게 되는 사람이 많다고 그는 설명했다.
2012년 일본에서 개봉한 <교쿠사이의 진실-오키나와가 부른 아리랑>이 세번째 최근작이다. 박 감독은 “오키나와 주민들과 당시 조선인 ‘군속’들의 침묵이 너무 깊어 이들의 증언을 듣는 데만 2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다른 말로 “이들의 신뢰를 쌓는 데만 20년이 걸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쿠사이(玉碎)’는 ‘옥처럼 부서져라’는 뜻으로, 2차 세계대전 말기 “미군이 상륙하면 항복하지 말고 천황 폐하를 위해 모두 다 교쿠사이하라”는 일본군의 명령에서 나온 말이다. 이 명령으로 인해 당시 오키나와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약 3만명의 오키나와 주민들과 조선인 군속들이 맨몸으로 전차에 부딪쳐 스러졌다. 그는 주민 27명의 입을 열어 영화를 제작했다.
박 감독은 최근 <교쿠사이의 진실>의 2부 촬영을 위해 한국에 왔다. 2부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 위주로 담을 계획이다. 그는 “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언니’라고, 군속들을 ‘오빠’라고 부른다. 한 민족 한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끈질긴 창작의 원동력을 설명했다. <교쿠사이의 진실>은 새달 27일부터 3일간 열리는 부산평화영화제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http://www.hani.co.kr/arti/society/women/63911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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