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터> GV

일시 : 2021.10.30.(토)
장소: BNK부산은행 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
영화: <파이터>
기록: 박상우, 김지빈
참석자
모더레이터: 허정식(예선 심사위원)
게스트: 윤재호(<파이터> 연출)
진행자
<파이터> 연출하신 유재호 감독님과 GV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관객1
‘탈북’을 주제로 선택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탈북자에 대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셨을 것 같은데 왜 선정했고 그걸 표현할 때 ‘파이터’라는 주제를 가지고 하셨나요? 또, 관객들이 어떤 걸 느꼈으면 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진행자
감독님의 전작을 포함해서 선택하시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윤재호 감독
일단 가족이라는 주제 안에서 탈북하신 분들에 관한 영화를 많이 만들고 있는데요. 시작했을 때가 2010년에 만든 ‘약속’이라는 단편 다큐멘터리예요. 프랑스 파리에서 어떤 빵집을 하던 조선족 아주머니를 만난 다큐멘터리인데요. 그 이후에 그분의 억양? 그분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북쪽 억양들에 관심이 많았어요. 결국에는 사투리의 일종이잖아요. 저도 부산 사투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분의 억양을 들었을 때 묘한 느낌이 들었어요. 좋은 이미지보다는 좀 다른 느낌이잖아요. 우리는 왜 편견을 갖고,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살아왔을까, 그런 질문에서 시작했어요.
‘파이터’는 제가 2012년에 구성했던 가족에 대한 삼부작 중에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그전에 이나영 배우가 나왔던 ‘뷰티풀 데이즈’가 첫 번째 이야기이고, ‘파이터’가 두 번째 이야기인데요. 아직 세 번째 이야기가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한꺼번에 본다면 하나의 영화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면서 계획을 했었어요.
파이터는 말 그대로 싸우는 사람, 투쟁하는 사람이고요. 어떻게 보면 격투나 복싱이라는 소재는 이야기를 꾸려나가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고요. 한 여성의 투쟁, 물론 탈북자의 투쟁일 수도 있고, 개인의 투쟁일 수도 있고요. 단순히 하나의 특정 계급이나 이름으로 한정 짓고 싶진 않습니다. 진아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사회 소수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고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공감할 거로 생각해요. 결국 개개인은 다 자신을 위해 싸우고 있고 세상의 부조리를 떠나서 항상 좋은 일을 겪을 순 없잖아요.
살면서 무너질 수도 있는데 그런데도 그때 내 주위에 누가 있느냐 그때 누군가가 나에게 작은 도움이 된다면 내가 다시 일어나서 투쟁할 수 있고 싸울 힘이 된다면 그게 우리 인간이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마음이 아닐까. 그래서 진아라는 인물을 보고 영화 끝에서는 (관객이) 진아를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으면 했어요. 그런 감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면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진행자
파이터라는 제목이 단순히 탈북 여성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역경에 지지 않고 싸우는 모습을 포괄한다는 모습이라는 거죠. 다음 질문받도록 하겠습니다.
관객2
영화 잘 봤고요. ‘뷰티풀 데이즈’를 보게 되고 ‘파이터’를 보게 되었는데 ‘뷰티풀 데이즈’는 탈북한 엄마와 아들에 관한 이야기이고 ‘파이터’는 미리 탈북한 엄마와 뒤이어 탈북한 딸에 관한 이야기인데 감독님에게 가족의 의미란 어떤 건지 왜 엄마와 아들 엄마와 딸로 설정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윤재호 감독
처음 민박집 아주머니와 만났을 때도 그분 이야기가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기였고 이후에 계속 만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엄마에 관한 그리고 여성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어요. 탈북한 사람을 만났을 때도 70%가 여성이었고, 그러다 보니까 극영화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많이 반영되었고요.
제가 3부작을 계획했을 때 처음에는 중국의 아버지와 북쪽의 엄마에서 태어난 중국인의 이야기, 두 번째 파이터는 북한에서 태어나서 한국으로 들어와서 정착하고 있는 한 여성의 이야기라고 하려고 했는데요. 세 번째 이야기는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의 이야기인데 같은 맥락으로 연결되는 컨셉을 잡았어요.
실제 만난 사람들을 배경으로 글을 쓰다 보니까 사례가 많고 다양하고 어떠한 이야기를 보편화시키기는 힘들었어요. 탈북 이야기는 이렇다 할 수가 없고, 개개인의 사정들이 다 달랐기 때문에 보편화시키고 싶지 않았고요. 또, 극영화를 통해 제가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를 더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고민도 했었고요. 제가 생각하는 가족은 일단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시간이라는 건 결국 아무리 우리가 피를 나눈다고 하더라고 함께 하는 시간이 적으면 적을수록, 의무적인 가족 외에는 마음으로 가는 게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가족이 타인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요.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많으냐에 따라 가족에 대한 의미나 깊이감이 얼마나 깊어지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가족은 그런 의미고요. 영화를 통해서 심어 넣으려고 하는 거죠.
관객
영화 잘 봤고요. 임성미 배우님 목소리나 표정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면서 봤는데요. 저는 진아라는 인물이 단단하기 위해서 애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눈물도 애써 참으려고 하고요. 그런데 조금 이해가 안 됐던 부분이 윤서를 만나서 싸우고, 경기에서 맥없이 맞는 장면이 저는 조금 이해가 안 됐어요. 어머니가 왔을 때 더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쓸 것 같은데 오히려 맥없이 쓰러지는 게 어떤 감정으로 또, 감독님이 어떤 의도로 그렇게 표현한 건지 궁금합니다.
윤재호 감독
가족이든 개인의 관계가 끊어졌을 때 다시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유일한데 실제로 행동으로 하는 게 굉장히 어렵거든요. 체육관에서 촬영하면서 진아라는 인물을 만들어가면서 찍었어요. 여러 감정을 시도해보면서 이 감정이 잘 어울렸고, 오히려 엄마와의 대립 관계가 더 극적으로 왔었어요. 진아 입장에서 너무 오랫동안 맺혀있던 감정들이 너무 세다 보니까 그걸 한번 풀어야 하는 과정에서 윤서와 마지막 싸움이 가장 큰 해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걸 넘어간 이후에 엄마와의 화해라기보다는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했습니다.
진행자
임성미 배우의 캐스팅이 호평을 많이 받았잖아요. 캐스팅 관련한 이야기도 부탁드립니다.
윤재호 감독
임성미 배우는 연기자로서 내공이 매우 많으신 분이에요. 수많은 독립영화, 산업 영화, 단역, 조연 등 많이 해오신 분인데요. 실제로 이 작품이 오랫동안 투자 진행을 했었고, 영화의 특성상 아무도 투자를 안 한다고 해서 한 1~2년은 어려웠습니다. 실제로 이 영화를 만드신 대표님이 극한직업을 공동제작하면서 영화가 잘 되어서 본인이 투자하겠다고 해서 저는 운이 좋았죠. 그 이후로 주연배우를 찾기 시작했고, 쉽지는 않았어요. 배우 입장에서 연기도 하고, 북한어도 공부하고, 권투까지 해야 하므로 할 수 있는 분이 찾기가 어려웠어요. 그러다가 ‘뷰티풀 데이즈’를 함께 했던 대표님의 소개로 매니지먼트 대표님을 소개받아 (임성미 배우와) 미팅하게 됐죠.
30분 정도 미팅을 했었고 이분은 굉장히 깊이감이 있었어요. 말을 할 때마다 어떤 느낌이 왔어요. ‘진아’라는 인물을 해낼 것 같다는 믿음이 왔고 그 믿음을 가지고 캐스팅했어요. 준비하는 시간이 한 달 반이었거든요. 그래서 다음날부터 바로 권투 연습하시고.. 정말 임성미 배우는 이 작품에 모든 걸 다 걸고 하신 것 같아요. 거의 그분이 (캐릭터를) 다 만드셨죠.
진행자
그러면 사투리는 한 달 반 정도 연습해서 하신 건가요? 리얼한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윤재호 감독
그렇죠. 그전에는 사투리를 따로 하신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진행자
감독님 입장에서는 실제 북한분들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만족하셨어요?
윤재호 감독
실제 예산도 작고 기대치가 좀 낮았는데요. 임성미 배우는 정말 할 때마다 저희는 단계별로 찍었어요. 성미 배우가 처음 체육관에 가는 장면부터 프로 복서로 가기까지 순차적으로 찍었어요. 그 과정에서 정말 진아라는 인물이 정말 살아있는 인물처럼 하시니까 저희 입장에서 정말 신이 났죠. 그분이 정말 노력을 많이 했어요.
관객
이 작품을 처음 봤는데 연기하는 사람들의 연기력이 정말 감동이고 영화를 너무 잘 봤습니다. 궁금한 점은 앞으로 3번째 작품이 나오면 여기서 나온 배역을 같이하는지 아니면 다른 배우들이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윤재호 감독
세 번째 이야기는 주제 면에서 똑같고요. 가족에 대한 갈등, 대입 그런 것들. 설정이나 배우나 배역들은 다 다르죠. 서로의 연결고리가 있다면 주제 안에서 같은 주제와 맥락 안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가 가족이라는 점이 같고요. 마지막 이야기는 조금 스타일이 또 다를 것 같아요.
관객
영화 잘 보았고요. 이 영화가 사회에서 어두운 부분까지 끌어냈다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 배우분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는데 감독님께서 임성미 배우님께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끄집어내려고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순간이 있나요?
윤재호 감독
촬영할 때 인상적이었던 것은 태수 역인데요. 재미있었던 이야기가 태수의 시간이라는 게 있었어요. 진아에 대한 촬영을 다 하고 나면 남는 시간에 태수 촬영을 했거든요. 진아라는 인물이 중요하다 보니까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더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에.. 태수 역할은 백서빈 배우가 짧고 굵게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촬영할 때 항상 태수의 시간이라면서 놀리기도 했는데 거의 한, 두 씬으로 다 끝났기 때문에 하루에 30분 찍고는 했어요. 저희가 그렇게 예산이 없고 본인의 촬영 시간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다 기다려주고 서포트해 주고 진아 옆에서 항상 응원해주고 오광록 배우도 그렇고 다들 짧은 시간 촬영하셨는데 끝까지 남으셔서 배려해주고 케어해주는 게 인상적이었고요.
진아에 대해서는 정말 많은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아요. 작품들이 어쨌든 항상 임성미 배우의 어깨가 무거웠을 거라고 어떻게 보면 모든 스태프가 주연만 믿고 가는 거다 그리고 저희가 예산이 없었기 때문에 정말 필요한 컷만 찍었어요. 버릴 것도 없고 버릴 수도 없는.. 이거 못 찍으면 끝나는 영화였어요.
가장 어려웠던 그래서 인상에 남는 장면은 진아가 우는 마지막 장면이 가장 어려웠어요. 임성미 배우 본인도 굉장히 어려웠고, 저희가 그 장면만 10번을 찍었어요. 감정이입을 하기 매우 어려웠던 촬영이었고 잘 해주셔서 잘 된 것 같아요.
관객
영화 잘 봤습니다. 방금 말씀하셨던 진아의 감정을 롱테이크로 찍다가 진아가 눈물을 터트리는 순간 관장님한테 넘어가 버려요. 그래서 막상 관객은 진아가 눈물을 터트리는 순간을 볼 수 없는데요. 그 장면에서 일부러 의도하신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어머니와 태수한테 이야기하고 진아가 멀어지는데 초점이 태수한테 맞춰져 있어요. 어머니 이야기를 하고 멀어지는 진아에게 초점을 맞출 수도 있을 거로 생각하는데 특별히 연출에 의도가 있으신 건지 궁금합니다.
윤재호 감독
영화 구조나 계속 진아에 대해서 카메라가 있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감정을 보여주는 데 주연의 감정을 도와주는 부분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항상 조연의 모습만 보고 영화를 볼 수는 없잖아요. 그런 과정에서 태수의 역할 같은 경우는 고백 이후에 태수의 감정이 조금 드러날 때 어떻게 보면 태수가 이해해줄 수 있는 감정들? 관객을 설득해줄 수 있는 감정이 있어야지 진아라는 인물을 더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만들어졌고요.
관장님도 진아의 감정을 이해해줄 수 있는 조력자의 감정을 보여주고 싶었고요. 실제로 그 씬이 가장 어려웠던 이유가 감정이 우는 장면이 너무 세다 보니까 오히려 진아랑 잘 안 어울렸어요. 그래서 진아의 캐릭터는 울지만 그래도 억지로 견뎌야 하는 그런 거였기 때문에 무조건 운다고 감정이 와닿는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 걸 배제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감정을 배치하고, 그런 의도로 만들게 됐죠.
진행자
애초에 감정 절제라든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부분들이 많잖아요. 영화를 처음 설계할 때 어떻게 정보나 감정의 조절을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윤재호 감독
일단은 제가 시나리오 극영화 3부작을 쓰면서 처음에는 하나의 이야기로 썼다가 사연도 다양하고 그러다 보니까 하나의 이야기보다 세 가지 이야기로 파생된 거고요. 그 이야기가 좁혀지다 보니까 첫 번째 이야기에서 나온 내용은 두 번째에서는 생략이 되는 거죠. 중국의 이야기들을 파이터에서는 많이 생략됐고요.
'2021 제12회 부산평화영화제 > 기록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야>, <딸 셋, 엄마 하나>, <짝사랑>, <인흥리 37-1> GV (0) | 2021.12.31 |
---|---|
<차별> GV (0) | 2021.12.31 |
<휴가> GV (0) | 2021.12.31 |
<나는 조선사람입니다> GV (0) | 2021.12.31 |
<보라보라> GV (0) | 2021.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