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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제12회 부산평화영화제/기록문

<차별> GV

<차별> GV

2021.12.23

 

  

 

제12회 부산평화영화제 GV 기록 <차별>

 

일시 : 2021.10.31.(일)

장소: BNK부산은행 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

영화: <차별>

기록: 이재영, 황예지

참석자: 관객, 모더레이터(진행자) 김희진(예선 심사위원). 게스트 김지운, 김도희 (<차별> 연출)

 

김도희 감독

조선학교에 관심을 두었으면 하는 마음에 영화를 만들었다. 사상과 관계없이 아이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찾을 수 있길 바란다.

 

 

진행자

영화가 촬영된 마지막 시점이 2019년도다. 그 이후에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있을 것이다.

 

김지운 감독

영화에도 나오지만, 소송은 5개 학교가 패소했다. 졌지만 조선학교를 아끼는 사람들의 모임이 이어지고 있고 고교무상화 문제에 관해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졌지만 이긴 싸움이라고 말하고 싶다.

 

진행자

김지운 감독의 전 작품인 <항로>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작품은 극단 달오름을 중심으로 하여 조선적을 가지고 있는 재일 코리안이 이명박 정권 때부터 국내에 들어오실 수가 없었던 문제를 다루었다. 이번 작품 <차별>을 보면서 전작하고 아주 다르다고 느낀 부분이 이번에는 김도희 감독이 영화에 많은 중심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어요. 여성 배우들의 이야기를 끌어내고 감정을 끌어내는 부분이 여성이 접근하지 않으면 하기 힘든 부분들이 많다고 느꼈어요. 이번에는 김도희 감독이 영화에 더 많은 역할을 하지 않았나요?

 

김도희 감독

사실은 <항로> 때 제가 촬영한 부분이 더 많이 나오고요. <차별>에는 제가 촬영한 부분이 많이 짤렸고요. <항로>의 여주인공의 딸인 강하나 양이 학생이 한국에 유학을 왔는데 강하나가 저를 편하게 여기니까 제가 많이 참여하긴 했는데. 솔직하게 <항로> 때 제가 참여한 부분이 더 많이 들어가 구요. <차별> 때는 재판이나 투쟁을 더 많이 담다 보니까 같이 촬영한 부분이 고루고루 들어가 있습니다.

 

진행자

중간중간 질문이든 의견이든 좋습니다. 언제든지 손을 들어주시면 마이크를 드릴게요.

 

관객

전에 본 거랑 내용이 조금 다른데 혹시 결론을 다르게 낼 의도신가요?

 

김지운 감독

저희를 후원해 주신 분들께 드릴 용도로 온라인 시사회를 했는데 그때는 편집 1차 본이었고, 지금도 바뀌고 있습니다. 중간에 들어가 있던 부분들을 뒤로 빼기도 하고... 처음에는 아마 제 감정이 그랬던 거 같은데, 재판에서 처음 딱 지고 나서 편집을 시작했을 때 제 자체가 우울하다고 해야 하나 절망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엔딩을 그렇게 했던 것 같습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결론을 이렇게 내면 안 되겠구나, 보는 사람들에게 이 싸움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어서 싸움에서 이겼던 이야기들을 더 넣었습니다.

 

진행자

관객분들이 많다고 하여 극장에 일부러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제가 본 버전과 크게는 다르지 않다고 하시니 다행입니다. 제가 <항로> 때부터 이 이야기의 출발이라고 볼 수 있고, 그 이전부터 관련 활동을 하셨지 않습니까.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된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주 긴 시간 동안 이러한 이야기들이 진행되지 않을까 여러분들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김도희 감독

영화에도 나오기는 하는데 조선학교에 관한 이야기는 동포들은 잘 알고 있는 이야기예요. 영화에도 나오지만 일본인 분들이 많이 도와주고 계세요. 영화 속 인물이 우리를 제일 도와주는 사람들이 일본 사람이라고 말하는 내용이 나와요. 자기 나라의 과오를 덮는 게 아니고 제대로 후손들에게 전달해야 하고, 아이들에게 왜 교육을 못 받게 하는지에 우리보다 더 분노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저는 그런 일본인분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저희와 친한 분들 가운데도 일본인을 낮춰 부르기도 하는데, 이런 걸 알아주시면 좋겠다. 국내에도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몇 개 있는데, 어느 순간에 회원 수가 급증할 때가 있데요. 하지만 꾸준히 이어지지 않고 반짝하고 사라지는 게 문제다.

 

관객

영화 너무 잘 봤고요. 반드시 해야 할 이야기를 하신 것 같다고 생각하고요. 궁금한 것은 한국 정부에서는 지원이 이루어진 게 없는 것 같아요. 이번 정부에서는 조선학교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부분에서 진척된 사항이 있는가요?

 

김지운 감독

작년부터 국회의원들이 외교부에 조선학교 차별에 대해서 언급을 해달라는 말을 계속해서 던지고 있는데 외교부의 답은 외교상의 문제라서 한국 정부가 공식적인 답을 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정부에서 직접 하기 어렵다면 민간단체를 통해서 인도적인 지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안 된다고 합니다. 우리 부산에도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봄이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는데 정부 지원을 안 받으면 어렵죠. 다른 단체는 정부지원금을 받아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쌀을 지원한다거나 그러는데 여전히 조선학교 문제는 민간단체에서 소위 ‘몸빵(육체적 노동으로 대신하는 것)’하고 있습니다.

 

관객

판결 이유가 회계 불투명성에 대한 불신이라고 얘기했는데요. 단지 그것뿐인지 더 알고 계신 게 있으신지요?

 

김지운 감독

총련과 관계가 있고, 총련에 이용될 의혹이 있다는 것과 총련의 부당한 지배를 받았다는 그 두 가지의 문제인데요. 부당한 지배를 받았는지 확인도 안 했고요.

 

관객

4년 이상 소송이 길어진 것에 대해서 그 기간에 대한 학생들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한다는 소송이 있다는 발언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진행되는 건가요? 소송이 지연된 거에 대해서는 위자료를 배상한다는 게 굉장히 독특한 거라서요.

 

김지운 감독

소송 자체가 지역마다 다른데 오사카의 경우 학교와 학생이 공동으로 원고가 되었고, 히로시마는 학원만 원고가 된 곳도 있고, 규슈 경우는 학생들 위주로 소송이 되었습니다. 소송이 지연된 것에 대한 소송이 아니라 애초에 학생들의 정신적 피해에 관해 소송했습니다.

 

진행자

마침 일본에서 선거가 진행 중인데, 자민당이 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두 분이 이 작품과 관련해서 앞으로 개선점을 찾으려면 아무래도 정치 분야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떤 말을 해주실 수 있나요?

 

김도희 감독

저는 솔직히 일본 내부도 중요하지만 한국 내부에서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일본 정부는 한국정부에서 더 강력하게 말하면 일본에서도 자기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그 권리를 인정할 거예요.

오사카에서 G20 아시아 정상회담이 열렸어요. 재일동포들과 간담회장을 만들었어요. 문재인 대통령도 왔었어요. 그 자리에 강하나 양이 <귀향>의 여주인공 역을 맡았던 이유로 초정이 되었어요. 총련 쪽 소속인 분들은 초청을 못 받았어요. 민단(재일본대한민국민단) 행사여서. 그 안에서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 들어보니까 조선학교에 있는 얘기는 없었고, 교토에 있는 국제학교에 지원하는 이야기만 했었다고 합니다. 조선학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어요. 혹시나 민단 분들이 많이 오시니까 하나 양이 혹시나 난처한 일을 당할까 봐 걱정되었어요. 대통령 연설문이 나왔는데 민단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만 했어요. 한국 정부조차도 이렇게 선을 그어버리고 있습니다. 한국정부에서 관심을 끊어버린 상태에서 일본 정부에 관심을 바라는 것은 저희가 잘 못 생각하는 게 아닐까요.

 

김지운 감독

한일 관계가 나빠지면 제일 공격받는 대상들이 재일동포이고, 특히나 총련 쪽 조선학교거든요. 한일 관계가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남북관계에서 한국 정부가 차별하는 거죠. 항시 외면받고 공격받는 대상들이 총련과 동포들이 아니까 생각합니다. 조선학교도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면 여러 가지 방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관객

영화 너무 잘 봤고요. 두 가지가 궁금합니다. 하나는 초창기에 보니까 조선학교를 다 폐지하라는 말이 나왔는데 지금 학교는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조선 고등학교는 학력 인정을 못 받아서 검정고시를 봐야 한다는데 소학교나 대학교는 학력인증을 받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지운 감독

48년도에 미군정이 일본당국을 점령할 때라 미군정이 조선학교를 폐쇄하라는 명령을 내려서 그때는 학교가 다 없어졌습니다. 재일동포 2세 중에는 조선학교 가고 싶어도 학교가 없어서 일본학교 가신 분들도 많거든요. 1955~1956년부터 학교들이 다시 만들어지기 시작했어요. 처음 만들어질 때는 조선총련이란 단체도 없을 때거든요. 조선인연맹이라고 조련이 있었는데 남과 북의 이데올로기로 인해 분리되지 않은 하나의 단체였어요.

지금도 학생들이 2학년만 되면 대학입시능력시험을 칩니다. 예전에는 일본대학을 아예 들어가지 못했거든요. 그것도 투쟁을 해서 지금은 능력시험을 치면 일본 대학을 들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 대학도 있습니다. 예전에 어느 의대에서 조선학교 출신은 안 받는다고 하여 문제가 된 적 있어요. 각종학교란 우리나라의 대안학교 같은 개념이에요.

 

진행자

이산을 통해 흩어져 있는 민족을 담은 기록영화를 많이 보게 되었는데요. 우리가 잃어버린 신명을 저분들이 지켜오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정신적인 민족적 가치가 현재에도 생명력 넘치게 살아 있었습니다.

 

김도희 감독

저희가 10년 전부터 많은 동포를 촬영하고 만나왔는데요. 연변, 사할린, 파독 간호사분들 등. 재일동포는 특수한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보니 우리 민족에 대한 개념이 훨씬 강하시거든요. 조선족은 중국인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재일동포는 조선인이라고 말하세요. 그래서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그렇게 만들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우리 것을 지키려는 정신이 더 강하고 그래서 우리의 역사를 더 잘 알려고 하고 우리 말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 조선학교입니다. 그런 학교를 왜 정치적인 이유로 다 막는가. 다른 외국인 학교는 다 지원이 되지만 조선 학교만 유일하게 배제를 한다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고 아이들에 대한 권리를 뺏는 것입니다. 그래서 화요행동이든 금요집회든 동포분들하고 일본인분들이 계속해서 집회하고 있거든요. 한국에서도 아이들이 배우는 권리를 찾기 위해서, 재판에서 졌지만 어떻게든 행동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바뀌지 않을까 계속해서 관심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관객

영화 너무 잘 봤습니다. 조선학교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는데 이 영화는 구체적으로 상황을 묘사해줘서 당면해있는 상황을 이해할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사실 영화 한 편이 해결점을 제시할 순 없겠죠.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사유를 하게끔 하고, 지표를 제시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조선학교 관련된 영화들을 보면서 느끼는 게 남쪽에서 조선학교를 도와주지 않는 것은 남남갈등과 연관이 있다고 봅니다. 남남갈등의 뿌리는 레드콤플렉스이고 그건 반공주의거든요. 반공주의가 해소되지 않는 한 조선학교를 돕는 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조선 시대가 있었고 우리의 역사지만 북쪽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이름을 쓰기 때문에 ‘조선’이라는 그 말 자체에서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오랜 세월 축적된 오해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가 관건 같습니다. 우리가 조선학교에 관심을 가지려면 남남갈등이 해결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김지운  감독

네, 감독님. <바다로 가자>도 감명 깊게 잘 봤습니다. (일동 웃음)

10년 전 처음 조선학교를 방문했는데요. 그때도 떨면서 갔거든요. 우리도 북한학교를 간다고 하면서. 원래는 통일부, 외교부에 사전 신고를 하게 되어있습니다. 학교를 공식적으로 방문할 때는요. 해외에 있는 북측을 지원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만날 때 사전과 사후 신고를 한다. 지금은 사후 신고로 바뀌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전 신고를 해도 허가를 안 내줍니다. 학교를 방문하려 한 게 아니라 지나가다 보니 우리말과 우리 노래가 들려서 우연히 잠시 들렀다는 식으로 방문했었습니다. 저희도 계속 방문하다 보니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사라지고 학생들이 보인 거거든요.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받은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저희도 학교에 가면서 깨달았습니다. 작품을 만들 때도 학교가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학교를 보자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데올로기라는 벽을 허물어 보고 싶었습니다.

 

진행자

제가 읽은 책 구절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남의 잘못을 고치는 건 불가능하다. 자기 잘못을 고치는 건 가능하다. 불가능한 것을 하지 말고 가능한 것을 하라.’ 우리 사회도 다문화나 소수자들을 떠올리며, 우리 사회의 조선학교가 있지 않은지 살펴보고 가능한 부분을 고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도희  감독

조선학교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가능한 일이 있습니다. 부산에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봄’이 있습니다. 봄에 관심을 두시면 조선학교와 더 가까워집니다. 감사합니다.

 

김지운  감독

차별의 대상으로 조선학교를 보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일본에서 관심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평화의 상징이 되어 가는 조선학교로 인식하면 좋겠습니다. 아까 김도희 감독이 소개한 단체 봄에 많이 참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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