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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제12회 부산평화영화제/기록문

<백야>, <딸 셋, 엄마 하나>, <짝사랑>, <인흥리 37-1> GV

<백야>, <딸 셋, 엄마 하나>, <짝사랑>, <인흥리 37-1> GV

2021.12.29

제12회 부산평화영화제 GV

<단편B>

 

 

일시 : 2021.10.31.(일)

장소: BNK부산은행 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

영화: <FANNING>, <백야>, <딸 셋, 엄마 하나>, <짝사랑>, <인흥리 37-1>

기록: 박상우, 황예지

참석자: 모더레이터(진행자) 윤내경(예선 심사위원), 게스트 염문경(<백야> 연출), 한준희(<딸 셋, 엄마 하나> 연출), 주영(<짝사랑> 연출), 김지혜(<인흥리 37-1> 연출)

 

진행자

제가 먼저 물어보고 싶은데 제목이 <딸 셋, 엄마 하나>인데 영화의 내용과 제목을 어떻게 짓게 됐는지 궁금해요.

 

한준희 감독

영화를 찍게 된 계기가 제가 알던 실제 친구가 케티라는 대학 동기가 있어요. 걔와 어머니 사이를 보면 딸과 언니, 어머니 사이처럼 관계가 모호하다고 생각했어요. 제목도 그렇게 짓게 된 것 같아요.

 

관객

제작의도가 궁금합니다. 엄마와 딸이 언니와 동생 같은 관계가 신기해서 만드셨다고 하셨는데요. 매춘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넣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엄마가 딸을 노래방에 데려간다는 걸 보고 친엄마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가, 외국남자가 딸에게 이상한 짓을 하려는데 엄마가 말리는 걸 보고 친엄마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한준희 감독

실존 인물의 경험을 차용하다 보니 매춘 소재가 들어간 것 같아요. 케티는 어머니가 고등학교 때 집을 나가셨어요. 남동생 1명과 여동생 2명을 자기 손으로 키웠어요. 케티라는 인물은 엄마를 변호해요. 엄마만큼은 진실된 사람이었다고 말해요. 어머니는 돌아가셨는데, 미국에서는 영주권 결혼이라고 어머니가 미국 시민권자인데 외국인이 미국 시민권을 사기 위해서 위장 결혼을 했거든요. 어머니가 위장 결혼한 남자에게 살인을 당해서 돌아가셨어요. 어린 나이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자기가 어머니 역할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는데 어떻게 저 친구도 어머니를 변호할 수 있을까. 그 친구는 홍콩계 미국인이었어요. 저는 LA에 살았고, 한국 사람이다 보니 노래방 도우미가 많아서 그 친구의 경험과 내 환경을 섞어서 시나리오를 썼고 이야기가 이렇게 풀어진 것 같아요.

 

관객

왜 영화 제목이 <백야>인가요?

 

염문경 감독

원래 의도는 촬영적으로 훨씬 더 따가워 보이는 쨍쨍한 여름이길 바랬어요. 근데 저의 여러 가지 미숙함과 날씨의 여건으로 흐릿한 여름으로 나왔어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다 괜찮고 이미 사건은 지나갔고 연극계도 많은 것들이 해결되고 여성 작업자들이 조명받고 괜찮은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짐을 안고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존재해요. 저조차도 유난 떤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서 화들짝 놀라요. 그런 세계 속에 존재하는 지혜라는 인물은 다른 사람들에겐 환한 낮인데 본인에게만 깜깜한 밤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제목을 백야라고 지었습니다.

 

진행자

<백야> 감독님께 질문합니다. 마지막에 가해자의 딸에게 여자 주인공이 미안하다고 말하고, 딸이 미안해하지 말라고 하잖아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지만 다른 마음이었을 텐데요. 그때 두 인물이 느꼈을 감정은 어땠을까요?

 

염문경 감독

제가 이 작품의 연출이자 작가이자 배우인데요. 굉장히 아이러니한 위치에 있는 두 사람을 나란히 앉히는 게 연대의 의미로 보는 사람에게 일종의 묘한 위로가 될 거로 생각했어요. 각기 다른 의미로 피해자이기도 하잖아요. 제가 배우로서 앉아 있을 때는 좀 민망했어요. 사실은 무너지고 싶지 않고, 울고 싶지 않아 버티다가 정아가 다시 돌아오니 머쓱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머쓱한 게 웃기다보는 진정이 되는 것이었어요. 그것도 일종의 희망이겠죠.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과 다른 살아갈 날이 있다는 것과. 앉아 있던 배우 입장에서는 울다가 들킨 것처럼 머쓱하고 좀 진정이 되었습니다.

 

관객

<짝사랑> 감독님께 질문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누군가가 옷을 입고 명찰을 보여주는데 그분이 누구신지 모르겠어요. 엔딩에서 관객이 느꼈으면 하는 의도가 무엇이었나요?

 

주영 감독

마지막에 등장한 사람은 몽골의 이주노동자이고요. 산업 현장에 한국 사람들은 거의 없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고요. 사실 전체적으로는 소소한 이야기이지만 산재 당하는 사람이 바로 내 옆에 있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일 수 있다는 걸 느꼈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하루에 7명이 사망자가 발생해요. 촬영 전에는 3명이었는데 촬영할 때는 7명으로 늘어났는데, 그런 수치가 아니라 바로 옆 사람이라고 느꼈으면 합니다.

 

진행자

제목부터 <짝사랑>이어서 마지막 장면을 예상 못 하고 있다가 정말 충격적으로 다가왔어요. 또 질문 없으신가요?

 

관객

영화 <짝사랑>에서 복선이 아주 촘촘하게 설정되어 언제 사고가 날까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봤어요. 평화영화제의 영화이기 때문에 단순히 사랑만이 아닌 다른 메시지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긴장하며 봤어요. 뜻밖의 엔딩인데 감독님의 의도가 분명했던 것 같아요.

 

주영 감독

시나리오 단계에서 두 가지 반응이 나왔어요. 뻔하다는 얘기도 있고 생각도 못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관객의 보는 시각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복선이라고 생각 못 하는 사람도 있고 평상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잠깐 등장하는 거로도 예민하게 알아차린다. 이런 차이 아닐까요?

 

진행자

저도 복선이라 생각했지만, 워낙 앞에선 달달하게 흘러가서 나중의 장면이 갑자기 와 닿았어요. 조마조마하셨을 마음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관객

<딸 셋 엄마 하나> 감독님에게 물어볼 게 있는데요. 여기서 엄마 역할은 복합적인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감독님은 어떤 사람을 상상하면서 이 인물을 만들었는지 궁금해요.

 

한준희 감독

저 같은 경우에는 좀 더 현실적인 어머니를 그린 것 같아요. 흔히 알고 있는 헌신적인 어머니가 있지만 어떻게 보면 이기적인 면도 있고요. 일반적인 어머니 속에서 영화 속 인물 같은 어머니의 마음이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연출할 때 그런 어머니들을 판단하겠다는 건 아니었습니다.

 

관객

<인흥리 37-1> 감독님께 질문합니다. 단편영화 제작비가 많지 않을 텐데 다 타버린 집과 산이 나와서 실제 현장을 찍었을까 궁금했습니다. 로케이션은 어떻게 구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지혜 감독

고성에서 1996년도부터 2020년까지 매해 끊임없이 화재가 발생했어요. 2019년도 화재를 계기로 고성에 관심을 두게 되었지만 그 후에 매년 산불이 발생했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고성을 계속 찾다 보니 주민들과도 알게 되었어요. 고성에서 사전 제작을 하기 위해 지내는데 바람이 정말 세게 불었어요. 원인이라고 하면 인재도 있고 자연재해도 있고 다양하겠지만 인재인 경우가 많아요.

 

진행자

외국 유학생들이 주로 그 지역에 많이 살아요. 아버지라는 분이 외국 유학생을 자기 잃어버린 아들을 대신하는 것 같았어요. 우리나라에 많은 유학생들이 있지만 아버지라고 부르는 게 인상 깊었어요.

<백야> 감독님께 이어서 질문드립니다. 미투운동을 통해서 사회가 진보한다는 걸 느끼기도 하지만 지금 20대나 30대와 다르게 우리 때는 더 이런 일이 많았지만 다 넘어가는 경우가 더 많았을 거예요. 기억에서 소환해야 할 사람도 많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이런 부분에 갭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시대적 배경이 있을 테고. 진보하는 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참 많다는 걸 느꼈어요. 감독님께서는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한 숙제라든가 바람이 있으신지요?

 

염문경 감독

저는 개인적으로 젠더 이슈에 관심이 굉장히 많아요. 미투 운동이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되기 전부터 발화했던 것 같아요. 어린 여자 배우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보니 대부분의 사회초년생이 겪는 위계로부터의 고통을 더 힘들게 경험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젠더 문제를 경험했던 것 같아요. 저는 89년생이에요. 저는 인터넷을 굉장히 열심히 하는 청소년이었어요. 인터넷 초창기 때 커뮤니티는 지금처럼 여초(여자가 남자보다 더 많은 경우)이거나 남초(남자가 여자보다 더 많은 경우)로 나뉘지 않았고 남초 커뮤니티였어요. 개그 성향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생겼는데, 머리가 크면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것도 생겼어요. 성인이 되니 젠더 이분법적으로 가시화되는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저는 미투 운동이 좋은 방향의 변화라고 생각해요.  성범죄 이슈에서 남성인 경우에 가해자로 몰리는 심리가 당연히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이쪽의 목소리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더 세게 밀고 나가야 하고 그 힘도 분명 필요하지만 그 안에서 미시적으로 우리가 어떤 숙제를 가지고 있고 어떻게 서로를 이해시킬 수 있는지가 저한테는 디테일한 화두인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백야>를 만들 때도 제 딴에는 가해자로 그려지는 박 교수도 최대한 악마적으로 그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저한테 선배로서 여러 가지 상처를 준 사람들도 (본인은) 제가 상처받은 줄 전혀 모를 거예요. 그게 친해지는 방법이라든가 그런 방식이 통용되는 시기가 분명히 있었어요. 서로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야 조심할 수 있고, 알아야 더 분명하게 피할 것은 피하고 대응할 건 대응할 수 있잖아요. 배타성이 강한 자는 누군가를 찌르는데 인간은 찔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요. 제가 하는 일이 누구를 계속 찌르고 반목하게 하는 것인가 생각해 봤어요. 어떤 목소리는 분명히 필요하고 그것을 섬세하게 발화하면 단지 서로를 찌르는 것만이 아닐 수도 있어요. 영화처럼 보고 성찰하게 하는 것이라면 계속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작업을 하고 있고요. 제 안에 심술이 있어요. 이런 사람을 더 나쁘게 그리고 싶은데 그 심술을 위험하다고 여겨요. 배우이고 작가이니까 왜 이렇게 인식의 간극이 다른지 생각해보고, 어떤 지점에서 만나고 나아갈 수 있는지 창작자로서 조금 더 그려보고 싶은 게 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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