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평화영화제 아카이브
<셀프-포트레이트 2020> GV 본문
<셀프-포트레이트 2020> GV

제12회 부산평화영화제 GV 기록
<셀프-포트레이트 2020>
일시 : 2021.10.28.(목)
장소: BNK부산은행 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
기록: 이재영, 김지빈
영화: <셀프-포트레이트 2020>
참석자
모더레이터: 조영각 (부산평화영화제 본선 심사위원)
게스트: 이동우 감독(<셀프-포트레이트 2020> 연출)
진행자
보는 사람도 힘들었지만 카메라를 들고 있는 이동우 감독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인 것 같아요. 한국의 복지 문제라던가 그걸 노숙자분들이 이용하고 있나? 그들의 삶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로 고민하게 되는 영화였는데요. 감독님께서 이상열 감독 만나게 된 과정을 한 번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동우 감독
오랜만에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려고 하려니까 긴장이 되네요. 영화에 나온 것처럼 3-4개월 간격을 두고 우연히 3-4번을 만나게 된 것 같아요. 탑골이랑 여기저기서 막걸리 마시면서 친해지게 됐는데 그러면서 이 분이 자기 이야기를 시작했죠. 자신이 영화감독이었다고 베니스영화제에 초청된 적도 있다고 과거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연락처도 교환하고 사는 곳도 가까웠었거든요. 그리고 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영화를 만들고 힘든 시간을 많이 보내서 (다시 만들) 기회가 없었다' 그런 대화를 했었고 제작 지원을 받게 되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었습니다.
진행자
이 영화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어떤 감독님이 이 영화의 시놉시스를 캡처해서 저한테 보낸 거예요. 영화를 만든다는 게 평생 동안 한 편만 만드는 분도 있고, 많은 영화를 만드는 분도 있지만 영화를 하기 전까지 고통의 시간을 겪거든요. 그분은 ‘자신의 삶과 다르지 않은데?’ 하면서 시놉을 보고 공포를 느꼈나 봐요. 또, 다른 사람은 '이렇게 진부한 영화가 있나' 극영화인 줄 알았던 거죠 영화를 찍었던 감독이 노숙자가 됐구나 '그런데 이게 다큐멘터리란 말이야? 이게 진짜란 말인가?' 진짜 ‘영화 같다’라는 표현을 하잖아요.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는데 그걸 또 영화로 담고 계신 거죠. 이 영화가 무주산골영화제 영화평론가상을 받으면서 거기서 이렇게 이야기하더라고요. 이 영화에서는 3가지 영화가 동시에 진행된다. 20년 전에 만든 이상열 감독의 자화상 2000, 이상열이 준비하는 완성되지 못한 영화 그리고 그 과정을 찍는 이동우 감독의 영화가 있는 거죠. 상당히 복잡하게 진행되고 여러 가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감독님은 이상열 감독의 <자화상 2000>을 처음 보고 어떠셨나요?
이동우 감독
처음에 제가 이제 이상열 감독님의 영화를 도와주겠다 했을 때 되게 신나셨어요. 그러면서 자기가 가지고 있던 비디오테이프를 저한테 주셨어요. 그걸 봤거든요. 그때는 그 영화가 자체가 주는 감동이 컸다기보다는 그 사람이 영화를 열심히 만들었고 비디오테이프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는 게 저한테는 와닿았던 것 같아요. 내용은 그냥 뭐 그런 것 같았는데 (웃음) 그 행위 자체가 되게 와닿았고, 그 소중한 걸 저한테 넘겨줬을 때 좋았던 것 같아요.
진행자
<자화상 2000>뿐만 아니라 메이킹 영상이 있잖아요. 영화제 다니면서 해수욕장이라던가 또, 단편영화제 같은 경우 영화 한 편이 상영되고 나면 불이 켜져요. 그리고 박수를 막 치고 다시 불이 꺼지고 다음 영화가 상영되는데요. 그걸 본인이 다 담으셔서 갖고 계셨고.. 사실은 되게 힘들잖아요. 밖에 살고 계신데 그걸 다 가지고 있기 힘들잖아요.
(이동우) 감독님은 약 2년 정도 찍은 것 같아요. 그 상황들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요. 혹시 도망가고 싶었던 적이 없나요? 그 순간을 어떻게 버텼는지 궁금합니다.
이동우 감독
도망가고 싶었죠. 매 순간이. 물론 처음에는 재밌었는데 그 시간이 지나면 슬슬 힘든 시간이 오는 건데 잘 모르겠어요. 찍어라고 하면 찍고 있고 놀자고 하면 놀고 있고 너무 술 취해서 보기 싫으면 그냥 집에 가고 그런 식이었어요. 처음에는 왁자지껄하게 자주 보고 연락을 많이 하고 그랬는데 나중에는 영화에서 보듯이 감정적으로 힘들어지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었거든요. 이 사람이 나 때문에 더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행자
그게 제일 고민이었을 것 같아요. 카메라를 들고 있을 때 영화를 찍고 있다는 것에 흥분해서 안 하는 행동들을 하게 되잖아요.
이동우 감독
카메라는 계속 들고 있었고, 찍어라고 요청하면 그때부터 계속 찍었고, 나중에는 안 찍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아요. 영화를 처음에는 시작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중후반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걸 완성할 수 있을까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온 것보다 같이 약속을 하고 시간을 보내러 왔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고, 의무감으로 카메라를 들고 있었지만 찍기 위해 노력하고 그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막 많이 흔들리는데 너무 흔들리게 찍어서 죄송합니다. (웃음) 큰 화면으로 보니까 힘들더라고요.
진행자
오랫동안 찍으면서 분량이 쌓이는데 그때그때 기록하는 분이 있고 다 찍어놓고 한꺼번에 보는 분도 있거든요. 감독님은 어떤 스타일이 신가요?
이동우 감독
저는 한 번에 다 했던 것 같아요. 몇 년 동안 찍은 것을 중간에 편집하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영화를 많이 만들어보지는 않았지만 만든 2번 다 그런 식으로 만들었어요. 마지막에 편집을 하면서 다 정리하고 편집의 기간도 길지는 않아요.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지는 않습니다.
진행자
한 가지 더 궁금한 것은 이상열 감독께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는지 아니면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그 상황 자체를 즐긴 건지 그분의 감정 상태가 궁금하더라고요. 감독님이 느끼시기에는 어땠습니까?
이동우 감독
처음엔 희망을 품었던 것 같은데 뒤로 갈수록 그냥 자신이 살기 위해서 희망을 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사실은 모르겠는데 자신이 며칠을 견딜 수 있는 재미난 것이 있으니까 거기에 몰두해서 시간을 보내고 영화를 만드는 것에 에너지를 쏟으신 것 같아요.
진행자
지금 이상열 씨는 어떤 상황인가요?
이동우 감독
올해 계속 힘든 시간을 보냈고요. 최근에 다시 몇 번 만나고, 좋아지려고 노력을 하는데, 한동안 탑골 공원도 안 나가고 병원 치료도 받자고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고 다시 탑골로 가셨습니다. 지금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데 더 나빠지지 않게 힘이 될 수 있는 한 도와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관객 1
영화를 보면서 아주 충격적이었습니다. 제가 서울에 있을 때 종로에 낙원상가 4층인가 정말 어울리지 않게 아트시네마가 있더라고요. 탑골공원 주변이 새삼 제가 15년 전에 그 시네마에 자주 갔었는데 그때 기억도 떠오르더라고요. 겨울에 탑골공원에 계신 할아버지와 아저씨들이 제각기 사연과 과거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쓸쓸해지더라고요. 저도 그랬는데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촬영하는데 힘들었을 것 같아요.
이상열 씨도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겠지만 일단 영화계 내에서 그분 뿐만이 아닐 것 같아요. 우리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 감독이 흥행하는 영화를 만들면 계속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굉장히 지식이 많으신 분들이신데 백수처럼 지내는 경우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어쩌면 영화계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본인의 미래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되면 안 되겠지만.
그래서 질문은 이상열 씨의 상황은 어떻고, 영화계 내에서는 이 영화가 어떻게 이야기가 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진행자
영화에 예술인 복지라던가 이런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시는 것 같은데요.
이동우 감독
저는 이상열 씨를 사회적으로 어떻다 실패하고 뭐 그런 기준이 아니었고, 길에서 만난 머리 긴 친구 느낌이었어요.
그 나이 때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보다는 친구들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이 많았고 음악이나 말도 잘 통했고 친하게 술 먹고 놀다 보니 그 사람이랑 친해졌거든요. 영화인으로서 실패한 사람이 이렇고 저렇고 하려는 생각은 없었어요. GV 하면서 이런 질문들을 받고 아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관객 1
저는 처음에 영화를 볼 때 이동우 감독님 본인이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영화감독 중에서 이렇게 살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그래서 찍은 줄 알았어요. 근데 이야기 듣고 보니 전혀 그런 게 아니네요. 우연히 만나서 그 사람의 삶의 인생의 시간을 들어보니까 영화감독이었고 영화제에 초청이 되었고 이랬던 거잖아요. 감독님도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공감이 되셨을 것 같아요. 어쩌면 그게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
이동우 감독
그런 생각을 당연히 하긴 했는데 진지하게 걱정하거나 고민이 아니었어요. 그냥 깔깔거리며 ‘형이 내 미래야’ 하고 웃고 넘기는 농담이었거든요. 사람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도 하는데 농담에서 시작된 거였는데 농담이 다음 시기가 넘어가니까 사람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
진행자
가능성은 항상 있잖아요. 잘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영화 하는 사람들은 불안감을 항상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는 조건들이 만들어져야 되는데 이 영화는 그런 제도적인 것들이나 이런 것들을 주장하기보다는 이런 사람이 있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꾸준히 보여주는 게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고 거기에는 제 과거도 있을 테고 미래도 있을 테고 그런 것 같습니다.
관객 2
저는 영화를 보면서 인물들이 나오면서 그 대사가 하나하나가 생각을 하게끔 하더라고요. 그런 거는 의도적으로 말씀을 하신 건지 원래 그렇게 자연스럽게 찍은 건가요?
이동우 감독
당연히 자연스럽게 나온 거고요. 개입한 건 하나도 없습니다.
관객 2
이상열이라는 영화감독이 과거에 살고 있잖아요. 영화를 위해 태어난 사람인 것처럼, 영화가 아니면 자신의 삶이 아닌 것처럼, 그래서 너무 삶을 막 사는 것처럼. 개인적으로 그분이 영화가 아닌 삶도 있다 그런 것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동우 감독
영화가 아닌 삶도 많이 겪으신 분이었어요. 영화에 많이 담지 않았는데 힘든 시절을 많이 보냈던 사람이고... 어쨌든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영화를 찍었던 시간인 것 같아요. 뒤늦게 무언가를 하게 된다면 그게 영화가 됐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은 나이 들고,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잖아요. 일반적인 사회생활하고 동떨어진 생활을 너무 오래 했기 때문에 평범해지기가 되게 힘들 것 같아요. 주변에 많은 도움이 필요하고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아요.
진행자
영화를 보면 싸우는 장면들이 있고 폭력적인 장면들이 많이 담진 않았지만 그런 불안불안한 순간이 있거든요. 공포감을 느끼진 않았는지, 친구처럼 지냈지만 폭력적인 상황들이 있잖아요. 그런 상황들을 보게 되는데 어떠셨나요?
이동우 감독
싸움은 하룻밤을 같이 있으면 다섯 여섯 번은 보는 것 같아요. 한 시간 단위로 계속 싸움이 생기는 것 같았어요. 아마 제가 외부인이었으면 저를 향해서 많은 폭력이 있었을 것 같은데 저는 신기하게도 처음부터 외부인이 아닌 상태로 사람들이랑 친해졌거든요. 농담으로 제가 탑골 막내로 인식이 되었어요. 그때 되게 외모가 비슷해서 그렇게 되었던 것 같아요.(웃음) 당시에는 이상열이라는 사람도 사람들이 좋아했던 캐릭터라서 같이 왔다고 하니까 엄청 반겨주셔서 그 안에 들어갈 수 있었죠. 그런데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오면 엄청 경계하는 분위기입니다.
관객 3
보통은 우리는 타인의 모습을 통해서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잖아요. 이 영화도 제가 계속 든 생각이 이상열 그 감독의 영화도 그렇고, 이동우 감독이 담는 이야기도 타인의 모습을 통해 본 나의 모습인 것 같아요. ‘나는 나를 보는 나를 바라본다’라고 이야기하잖아요. 그래서 감독님은 이상열 감독님을 보면서 혹시 그분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모습을 담고자 했는지 궁금합니다.
이동우 감독
시간만 다르지, 비슷한 타임라인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을 보면서 내가 그 사람을 닮을까 봐 불안해하는 게 아니라 너무 당연하게도 비슷할 거야 인생이 흘러가는 거 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비슷한 점이 많다고 농담을 하면서 친해진, 친구가 된 것 같아요.
진행자
영화를 만드시면서 이상열 씨가 불쌍해 보이기도 하고, 미친 사람 같기도 하고, 격하게 말하면 사회에서 격리해야 할 것 같다는 그런 반응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이 분이 불쌍하거나 타자화하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핵심적으로 했는지 궁금합니다.
이동우 감독
편집하기 전까지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더라고요. 어쨌든 편집을 해야 할 때가 와서 두렵지만 파일을 열었고요. 당시에 느꼈던 왁자지껄한 느낌보다는 이 사람이 힘든 시간을 많이 겪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응원을 해주고 싶은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영화가 길어지게 된 것 같은데 이 사람들을 짧게 보게 되면 당연하게도 쉽게 판단하고 자기 마음대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워낙 이미지가 세고 쉽게 판단할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사니까. 그래서 더 길게 이 사람들의 사소한 것까지 보고 나서 그래도 처음에 생각했던 선입견은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욕을 하든 뭘 하든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응원을 줄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생각했던 게 사람들이 이걸 보고 나서 응원한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고, 그 피드백을 주인공에게 전하니까 힘든 상황인데도 힘이 난다고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많지는 않지만 상영을 이렇게 조금씩 지속하는 것도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진행자
이상열 씨는 영화를 봤나요?
이동우 감독
영화를 볼 상황이 아니었어요. 계속. 내용이나 이런 것들은 미리 다 알려줬었고요. 그중에서 원하지 않는 장면이 있다고 해서 그건 빼고 만들었어요.
진행자
거의 모든 장면에서 이상열 씨나 그 주변 사람들이 나오는데요. 그중에서 예외적인 장면이 그 장소들이 공사 중이고 변하잖아요. 그때 벽에 있는 ‘새롭게 ~을 정비하겠습니다.’와 같은 글귀들, 크레인 등 서울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이 인상 깊었다. 영화적으로 보면 인서트들 찍어서 넣으신 건데 어떤 의도를 가지고 넣은 장면들인지 궁금합니다.
이동우 감독
인서트 장면은 ‘넣어야겠다’ 하고 찍은 것보다는 중간중간에 사진으로 찍어놨던 거나 그 동네 나가면서 혼자 있을 때 찍어 놓은 것들이 사진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느낌도 비슷해서 왠지 넣고 싶어서 넣었다. 지금 보니까 왜 넣었지 싶기도 하고 조금 인위적이어서(웃음) 편집할 때는 넣을 때 저걸 넣을 생각이었구나. 저도 저를 잘 몰라 가지고..
진행자
영화가 시간 순서대로 안 되어 있어요. 처음에 나왔을 때가 가장 안 좋은 상태의 모습이 오프닝으로 등장하거든요. 씻지도 않고 술에 취해 있고 냄새가 나고 이런 모습이 있다가 다음 장면은 또 멀쩡한 장면이고 시간이 많이 꼬여 있거든요.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때 뒤죽박죽 시간을 편집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이동우 감독
큰 뭉텅이들은 시간순인데요. 그 뭉텅이 안에서 왔다 갔다 하게 넣은 건데, 감정선을 보여주고 싶고, 그런 식의 편집이 주인공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내가 가까이서 봤던 모습이 이런 식의 편집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전달되지 않을까. 내가 이 사람을 보여주고 싶은 방식에 맞춰 관객들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의도로 그랬던 것 같습니다.(웃음)
진행자
만약 시간 순서대로 편집했으면 고통스러워서 못 봤을지도 모를 것 같습니다. 그 포인트들을 잘 섞어서 감정들을 잘 조정해 준 것 같습니다.
마무리하기 전에 최종적으로 영화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어떤 느낌을 받고 돌아가기를 바랐는지 작은 거라도 있으면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상열 씨는 철이에게 그런 말을 하거든요. “한 명만 만족하면 된다” 본인도 아는 거예요 영화를 많이 보지 않을 거라는 걸 근데 “한 명만 만족하면 된다”라고 철이에게 이야기를 했다고 하거든요. 철이가 이상열을 믿고 따랐던 게 그 말 멋있잖아요. 저는 독립영화를 하는 많은 사람들, 그리고 예술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고 유명해지고 싶은 목적이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한 명, 두 명, 내가 만든 영화를 봐주는 사람이 몇 명만 있으면 끝까지 영화를 만들 수 있어 이런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이상열 씨도 그렇게 말을 하잖아요. 그건 이상열 씨의 태도이고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이동우 감독
이때는 20대 후반에서 30살까지인데 이때 친해지게 되었고 꽤 많은 시간을 보낸 이상열 씨가 건강한 생활로 회복하고 응원하고자는 게 이 영화를 만든 목적이며 과정이었고 마무리가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사실 이 영화를 만들고 나서 한 번 봤거든요.(웃음) 영화뿐만 아니라 지난 시간들을 기억해 보는걸 잘 못하겠어요. 제가 큰 도움은 못 됐지만 그 사람이 더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친구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줄 수 있는 것들을 이 다큐에 대해서는 그런 마음으로 마무리가 된 것 같아요.
'2021년 12회 부산평화영화제 > 기록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휴가> GV (0) | 2021.12.31 |
---|---|
<나는 조선사람입니다> GV (0) | 2021.12.31 |
<보라보라> GV (0) | 2021.12.31 |
<미얀마의 봄: 파둑 혁명> 씨네토크 (0) | 2021.12.31 |
평화·통일 영화 <우리집이야기> 영화 해설 (0) | 2021.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