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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제10회 부산평화영화제/★관객리뷰

[공식경쟁7] <디엔 비엔 푸>

 

관객리뷰단_손민화

 

한 줄 평: 진정한 가족은 저절로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노력으로 일구고 지켜내는 것이다.

리뷰: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이 그저 짠하다. 동생에게 무시당하는 큰아들, 세상에서 본인이 가장 잘난 줄 알지만 실은 낡아빠진 편견에 갇힌 둘째 아들, 그런 몰상식한 둘째 아들과 결혼을 생각하는 여자, 과거의 잔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버지 병수, 그리고 타국까지 와 하찮은 대우를 받는 자스민까지. 서로에게 이렇게까지 해로운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인연으로 엮여 사는 것이 안타깝다. 무엇보다도 이 가족이 비단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진 않을 것 같다는 점이 가장 씁쓸하다.
영화의 주인공 격인 병수는 필리핀에서 온 며느리 자스민에게 그의 지난 과거를 투사한다. 자스민은 병수가 베트남전에서 만났던 베트콩이다. 재미없는 아들들과는 달리 자스민은 꽤나 충실하게 병수의 ‘베트콩 놀이’에 동참한다. 전봇대 뒤에 숨어 공격을 준비하는 병수를 보곤 재미있다는 듯 웃음도 짓는다. 매일 병수의 전투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유일한 이도 자스민이다.
자스민은 병수의 떠난 아내이기도 하다. 병수는 장을 보러 나간 자스민이 혹여 도망가지는 않았을까 걱정하고, 간이 덜 된 자스민의 음식을 맛보고는 아내의 요리와 닮았다 말한다. 이런 그에게 자스민은 말동무이자 놀이 상대이며 누구보다도 가까운 가족이다. 극 중 병수는 말하지 않아도 보이는 것이 가족이라고 표현한다. 때때로 자스민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고 괴롭히긴 하지만 그와 자스민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끈끈한 가족애 같은 것이 있는 걸까.
사실 이 영화는 상처투성이인 사람들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전쟁의 폭격 소리로 물든 젊은 날의 기억 속에 사는 병수, 어머니 없이 홀로 큰 두 아들, 단지 동남아에서 왔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괄시 받는 자스민. 이런 사람들이 한 가족으로 묶여 사니 삐거덕거리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서로를 보듬어주면 될 텐데 아무래도 인간인지라 연습이 필요한 듯하다. 그리고 어쩌면 그 연습의 일환으로 병수는 알게 모르게 자스민을 감싸주고, 큰 아들은 필리핀식으로 손님을 맞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 세상 모든 가족이 어디 화목하고 행복하기만 하겠는가. 이런 가족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리라.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가족이라는 것의 의미와 그것을 지키기 위해 실은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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