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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제10회 부산평화영화제/★관객리뷰

[공식경쟁7] <난류>

 

관객리뷰단_손민화

 

한 줄 평: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버거울 때는 애써 담담히 견디려 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리뷰:
영화는 주인공 지규라는 인물을 통해 더 이상 ‘난류’라고 할 수 없는, 어쩌면 지극히 흔한 이 시대의 기류를 보여준다. 당연시되는 야근,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폭언을 일삼는 상사, 의붓가정과 동거 등 많은 이들이 쉬쉬하는 이야기 속에서 지규는 하루하루를 담담하게 살아낸다. 그런 그의 얼굴은 시종일관 굳어 있고, 그의 어깨는 세상 모든 짐을 짊어진 듯 한껏 웅크려져 있다. 여자친구와 대화를 나눌 때도 어딘가 모르게 불편해 보이는 그. 이 모든 것들을 견뎌는 내지만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지규는 아버지의 부고 소식과 함께 영주를 만나게 된다. 조금씩 영주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지만 이내 영주가 아버지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는다. 그리고 같은 시기에 친구이자 동료인 끄롬이 상사의 손을 고의적으로 다치게 했다고 짐작하는 지규. 결국 그는 끄롬을 추궁하며 그동안 참아 왔던 울음을 터뜨린다. 영화는 끝까지 사실을 밝히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의심의 진위 여부를 떠나 지규는 그저 울만한 구실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살아가지만 지치는 하루하루, 인스턴트로 때우는 끼니, 아버지의 죽음 같은 것들이 아무렇지 않을 리 없다.
다행히 지규는 울음을 터뜨린 뒤 한결 자연스러워 보인다. 대리운전 첫날 길을 헤맨 그의 어깨는 여전히 위축됐지만, 허겁지겁 라면을 먹어 치우는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홀가분해 보인다. 마지막 장면에 여자친구가 차려준 밥상을 보며 감탄하는 지규는 그동안의 모습 중 가장 밝아 보이기까지 한다.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떻게든 매일을 살아낼 것이다. 다만 그 과정을 어떻게 감당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가장 이로울지 생각해보게 한 영화였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는 모든 관객들이 언제고 본인도 영화 곳곳에서 등장하는 갖은 잣대와 편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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