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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제6회 부산평화영화제/관객 리뷰

공식경쟁6 <지금 당장 보건증이 필요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상황 지금 당장 보건증이 필요해

 

신혜린 

 

20, 아니 정확하게는 18분이 조금 못 미치는 이 작은 시간이 각자에게 주어진다면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할까. 무엇을 시작하기에도, 그리고 그 끝을 보기에도 짧은 시간일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18분은 이야기를 시작하고 끝을 맺고 의미를 전달하고 유쾌한 웃음까지 뱉어내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소재부터 결말까지 어느 하나 익숙지 않은 것이 없다. 보건증이라는 소재가 낯익을뿐더러 영화의 기획의도 역시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상황이라고 소개되어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가지 눈여겨보았던 점은 보건증을 받아올 돈 1500원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주인공의 극 중 이름과 이 영화의 감독님의 이름이 같았다는 점이다.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고 도입부에 시작되어서 그런 걸까. 조금 더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드는 점이었다.

 

보건증이라는 소재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행동 하나 하나가 익숙하다. 도무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친구에게 돈을 빌리기 위해 전화를 하며 괜스레 자신의 상황을 변명하고, 시간이 지나도 입금되지 않는 돈 때문에 마음을 졸이면서도 친구에게 다시 연락하지는 않는다. 괜히 ATM기를 눌러 잔액을 확인하기 바쁘다. 게다가 왜 이렇게 타이밍은 좋지 않은지, 보건소에서 동전을 세고 외상은 안 되냐고 직원에게 물어봤을 때 뒤에 있었던 여자는 ATM기앞 에서도 마주친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성적이기 보다 감정적인 주인공이 잘 드러나는 장면들이었다. 나 역시 이성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지 않는다. 우울함에 모든 것들을 재미없고 시시하게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주체할 수 없는 기쁨에 하루를 즐거움으로 물들이기도 한다. 그런 나의 모습을 그대로 닮은 장면이 바로 주인공 나경과 한 남자의 짧은 갈등장면이었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자면 나경의 행동은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왜 저 남자에게 화를 내고 왜 눈물을 흘리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껏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부끄러움, 속상함 그리고 말로 표현하지 못할 미묘한 감정들을 알고 느낀 우리들은 충분히 아. 하고 나경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감정적인 면은 뒤이어 울고 있던 나경이 돈을 입금했다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기쁘게 ATM기로 달려간 부분에서도 느낄 수 있었는데 앞서 나경과 짧은 갈등을 일으켰던 남자의 표정과 대조되는 나경의 기쁜 얼굴은 조금 코미디의 느낌마저 느낄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이 주는 의미는 생각보다 큰 의미를 지닌다. 크게 거창한 일도 아니지만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이 상황은 무언가를 생각나게 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