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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제12회 부산평화영화제/기록문

평화·통일 영화 <우리집이야기> 영화 해설

평화·통일 영화 <우리집이야기> 영화 해설

2021.11.17

제12회 부산평화영화제 씨네토크 기록

<우리집 이야기>

 

일시 : 2021.10.28.(목)

장소: BNK부산은행 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

영화: <우리집 이야기>

기록: 김지빈

참석자

모더레이터: 신정화(부산어린이어깨동무 운영위원)

게스트: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진행자

부산평화영화제가 올해로 12회를 맞이했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북한 영화를 상영한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왜 북한 영화인가, 북한 영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질문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전영선 교수님께서 <우리집 이야기>와 함께 북한 영화와 북한 사회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설명해 주실 거로 생각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전영선 교수

저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요. 남북한 춘향전 연구했던 것이 북한 연구를 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지금 연구하고 있는 것은 분단이 약 76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남북한 사이에서 소통이 되겠냐는 주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만나면 말은 통할까? 소통될 수 있겠냐는 것들이고요. 어떻게 느끼셨는지 모르겠는데, (영화 속) 말이 잘 들리시던가요?

 

관객들

아니요.

 

전영선 교수

안 들리시죠? 이게 현실입니다. 얼마 전에 <강철비>라는 영화가 나왔어요. 한국에서 만들었고 남북한 정상이 만나는 스토리를 담았습니다. 그런데 자막을 달았어요. 한국 영화인데도 북한 사람들이 말할 때 자막이 붙어서 자막을 보고 이해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우리집 이야기>가) 처음 시작할 때 다들 웃는데 무슨 얘기인지 어떤 의미인지 상황 맥락을 몰라서 낯설었는데요. 제가 저 영화가 2018년도에 상영하고 나서 생각했던 게 북한 문학을 번역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남북한 사이가 더 문화적인 소통이 어려운 상황까지 왔구나, 실제로 만나면 얼마나 이야기를 할까 생각을 했었어요. 실제로 북한에 계셨던 분이 남쪽으로 와서 겪는 제일 큰 어려움이 언어에요. 말은 다 통한다고 배우지 않았습니까. 남북은 같은 언어라고 그런데 의미가 너무 달라졌어요.

 

언어학에서는 언어라고 하지 않고 언어문화라고 하거든요. 예를 들어 사과할 때 미안하다고 하느냐 죄송하다고 하느냐 어떤 방식으로 감정을 전달하는데, (남북한은) 상당히 많이 차이가 나기 시작했고요.

 

(영화에서) 우리 국가 제일주의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남북한 간에 이야기했던 게 우리는 같은 민족이니까 서로 통일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왔었는데요. 북한은 공식적으로 우리는 우리 국가라고 이야기하고 있고, 그 시작 출발점을 알리는 게 이 영화였었습니다. 그래서 영화 줄거리는 아주 간단해요. ‘사회주의 우리 집안에서 저 주인공처럼 살아가자’라는 주제를 전달하는 거 하나입니다. 우리가 생각할 때 한 15분 정도면 될 것 같은데 길게 이야기를 할까 하지만 북한 영화는 그 안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고요.

 

(과거와) 달라진 게 뭐냐면 예전에는 가정이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사회주의 가정이라고 해서 우리는 같은 집안에 같은 수령을 모시고 산다 했었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고 사회주의 울타리라는 집 밑에서 북한을 상징하는 국기 아래 있는 사람은 다 똑같다고 해서 완전히 국가로 나아가고 있는 것을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어서 앞으로 남북 관계와 평화 문제를 이야기할 때도 민족 동질성이라고 하는 표현을 쓰기에는 상당히 많이 달라진 게 현실이라고 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의 포인트 중 하나는 왜 저 주인공이 선택이 됐겠느냐는 것 입니다. 왜 리정아라는 특정 인물일까. 저 인물은 장정화라고 하는 실존 인물이 있고요. 일곱 명의 고아를 키워서 김정일 청년 영예상을 받은 인물입니다. 왜 저 청년이 많은 청년 중에서 모범이 되었을까. 왜일까요? 북한이 가장 큰 고민은 이른바 집단적 트라우마라고 불릴 수 있는 게 있는데 상처 매우 큰 상처 90년대 고난의 행군이라는 것을 겪었어요. 아시겠지만 수십만 명이 굶어 죽었었고 국가 체계가 위기 상황에 빠졌었기 때문에 그걸 극복하고 난 다음, 북한이 꿈꿨던 게 뭐냐면 잘 사는 나라 좋은 나라로 가야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사회주의 문명국이라는 것을 설정했고요.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세계적인 수준의 문명국 시설을 누리는 사회로 만들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기에는 북한 사회의 현실과 목표치의 차이가 너무 커요. 사람들이 잘 안 믿잖아요. 갑자기 세계적 문명 수준을 누리겠다. 굉장히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첫 번째로 했던 것은 과학기술을 통해서 사회를 발전시키겠다는 것이고, 그다음에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겠다. 미래를 위한 투자가 뭐냐면 아이들 교육사업이었습니다. 고난 행군 시기에 부모가 없어서 떠돌던 아이들을 국가에서 보육원에 데려다가 아이들을 키우겠다 이런 고민을 김정은이 하고 있는데 그 고민을 덜어준 인물로 저 리정아가 선택이 된 거죠.

 

그러고 나서 아이들에게 애국심을 심어주는데 도대체 애국심이 뭐냐는 거죠. 뭘 가지고 애국심을 심어주냐는 것이죠. 옛날에는 최고 지도자 김일성을 향해서 손을 들고 달려가는 모습에서 다 끝났어요. 북한에서는 청소년들을 해바라기로 많이 표현합니다. 수령이 태양이기 때문에 태양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비유하거나 태양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위성처럼 수령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형상화했었고요.

 

그런데 (우리집 이야기에서는) 수령 대신 국가를 상징하는 국기가 등장했다는 것이죠. 이제는 수령체제에서 국가 중심 체제로 돌아가서 나아간다는 것이고 아이들에 있어서 애국심을 심어주는 포인트가 되는 것이 리정아가 국기를 올려주는 것이었고요. 그런 상징을 쭉 심어놨습니다.

 

재미있는 게 주인공 옷 색이 한 번 바뀌어요. 처음에 입고 나온 옷이 원피스이고요. 굉장히 화려한 옷을 입고 나오다가 어느 순간에 옷이 딱 바뀌어 버려요. 흰 저고리에 검정 치마로 나오는데 이게 북한에서는 대학생들 교복이고요. 공식 행사복이면서 어머니를 상징하는 옷 색깔입니다. 아이들한테는 쫓아가서 밥해주고 빨래하고 아이들의 마음을 사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마음에 진정한 애국심을 심어주는 것이 진짜 어머니라는 거죠.

 

<우리집 이야기>에서 일기장은 아이들이 태어나서 커가는 과정을 쓰고 있고 (...) 앞으로도 누군가에 의해서 계속 쓰일 거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고요. 작게 보면 리정아가 엄마의 바통을 받아서 아이들의 일기를 쓰고 있지만 크게 보면 국가가 아이들을 계속 키워나간다는 의미를 이중적으로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리집 이야기>가 얼마나 인기 있었냐면 영화를 가지고 영상 편집을 또 만들었었어요. 영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주인공, 영화 촬영감독 그리고, 아이들을 캐스팅했던 이야기까지 다 나옵니다. 또, 2016년에 나왔는데 가장 최근에 나온 영화예요. 예술영화를 2017년부터 한 편도 만들지 않았어요.

 

북한의 모든 영화는 사람은 본받도록 합니다. 스토리 중심이 아니에요. 우리는 보통 영화를 보게 되면 이야기 중심이지만 북한은 모든 영화가 주인공을 따르게 되어있어서 가능하면 영화라는 걸 드러내려고 하지 않아요. 저건 영화가 아니야. 저건 실제 있었던 일이니까 저렇게 따라 배우면 돼 이렇게 하고 있고, 우리는 이건 영화지 현실이 아니야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영화 자체가 가지고 사회 구조가 남북이 전혀 다릅니다.

 

모범 청년대회에 나가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들이고요. 이런 장면들을 넣는 이유는 끊임없이 사실이라는 것을 재현시켜주는 확인시켜주는 겁니다. 그래서 2000년대 초반에 나온 영화들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어디 갔었다 그러면 그때 찍은 사진이나 신문 기사들을 그대로 영화 속에 넣습니다.

 

북한도 3대로 세습이 오면서 세대 차이가 많이 벌어졌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도 많이 달라졌고요. 저는 김정은 총비서의 나이 또래들이 남북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민족이라든가 국가라든가 여전히 중요한 것은 맞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시점이 많이 달라졌고요.

 

북한도 달라지고 있다는 게 현재 사실입니다. 북한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면 80년대 초반까지는 굉장히 발전했어요. 영화라고 하는 것은 국가하고 같이 갑니다. 국가의 경제력하고 위상이 높아지면 그 영화나 문화 수준은 높아질 수밖에 없고요. 경제적 위축이 되고 어려워지면 영화를 제작하는 비용을 들여 목적 달성을 크게 해야 하므로 가성비에 맞춰서 영화를 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영화 제작도 국가에서 목적을 가지고 하고, 그래서 경직되어 있다는 것이고요. 전 세계가 똑같습니다. 우리도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때는 영화 내용 자체가 특히 방송 프로그램이 경직됩니다.

 

관객1

아까 선생님이 2016년 이후로 예술 영화가 없었다고 했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전영선 교수

일단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 같고요. 지금 과학 영화라든가 드라마나 만화는 많이 투자하고 있는데요. 예술영화는 예전처럼 선전, 선동하라고 하지 않고 있어요. 선전, 선동 사업은 당원들이 현장에서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정보로 하고 영상 편집물로 와닿게 해야지 영화는 국제영화제 쪽에 나가서 경쟁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영화라고 하는 것은 장치산업이고, 디지털 산업이기 때문에 제작비라든지 예산이 많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원하는 수준만큼의 영화를 제작하기 힘든 것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관객2

저는 북한 문제에는 늘 접근하기 쉽지 않은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고 알아서 북한 영화를 직접적으로 본 게 처음이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설명해 주신 것들이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고요. 이렇게 열린 기회들이 많아서 북한에 대해 객관적으로 느끼고 판단할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안타까운 건 아까 단어가 대화가 못 알아듣겠으니까 집중이 안 돼서 그런 부분들이 어려웠거든요. 이 정도라는 걸 실감을 못 했는데 북한 사회를 좀 더 알게 됐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전영선 교수

대체로 우리가 북한을 보는 시각이 뭐냐면 자신이 살아오면서 한번 북한이 와닿았던 때가 있어요. 어떤 분들은 군대에 가서 제대해야 하는데 갑자기 북한에서 뭘 해서 제대가 늦어졌다. 그럼 그때 북한으로 딱 잡힌 분들이 계시고 어떤 분은 2000년도에 한번 평양을 갔었다고 하면 그때 북한으로 생각하는 경향들이 있습니다. 꾸준하게 생각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하는 게 어느 정도 고착되어 있고요. 영화를(정보를) 객관적으로 보는 게 어려운 일이에요. 그걸 볼 수 있는 훈련이나, 상황 판단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큰 우려의 시선으로 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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