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8 제9회 부산평화영화제/★관객리뷰

<소성리> 박배일 감독 씨네토크

<소성리> 박배일 감독 씨네토크

모더레이터 : 윤내경 (부산어린이어깨동무 운영위원)



작성자

관객심사단 : 정윤진



윤내경: 주로 감독님께서는 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영화를 많이 찍으시는 것 같은데 소성리를 찍으신 계기가 있나요?

 

박배일: 특별한 계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박근혜 정권이 몰락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오는 시점에 사드가 이슈였잖아요. 그런데 저는 물리적으로 부산에 있으니까 관심은 있지만 특별하게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선거가 끝나고 나서 그 지역 자체의 투표 비율이 문재인 표가 20%, 홍준표가 80% 나왔어요. 그런데 그 결과를 보고, 조금은 진보적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댓글로 그 지역 사람들에게 너희들은 어쩔 수 없네. 사드 안고 죽어버려라.’라고 하는 거예요. 그 이상한 댓글들을 보고 제가 너무 화가 났었어요. 제 상식으로는 20%를 격려하고 위로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게 아니라 이 지역은 어쩔 수 없어. 그래, 사드가 들어가서 같이 죽어버려.’ 이런 것 때문에 화가 났어요. 제가 소성리를 찍은 데에 특별한 계기가 없다고 말씀드리는 건 영화를 찍으러 갈 때 대부분 욱해서 가는 거였거든요. 그러니까 밀양 들어갈 때도 욱해서 간 거였고, 최근에 생탁 노동자들을 찍었을 때도 파업은 계속 되고 있는데 미디어 활동가들은 주변에 없다는 소식 때문에 그러면 우리가 뭐라도 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간 거고, 이번에도 그런 계기 때문에 들어가서 이 분들이 왜 표를 이런 식으로밖에 찍을 수 없었는지, 그리고 이 지역 자체의 정서와 달리 소성리라는 공간에서는 어떤 역사가 있었는지, 이게 한국 사회의 보수적인 역사와 맞닿아있을 것 같아서, 가서 그것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보자. 이런 생각 때문에 찍게 된 겁니다.

 

윤내경: 영화를 보다보면 거의 반 이상을 소성리의 역사나 환경, 거기 사시는 분들의 분위기 같은 데에 더 많이 할애를 하셨는데, 그런 것들이, 그 뒤에 보여지는, 사드배치가 결정되고 하면서 보여지는 어떤 혼란스러움 같은 것들을 저희에게 더 크게 다가오게 만드는 것 같아요.

 

박배일: 제 기획이랑 똑같이 다가간 것 같습니다.

 

관객A: 영화 초반에는 굉장히 평화롭다는 생각과 함께 사드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돌아가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생각이 나고 시골 여행을 하고 싶다는 그런 생각만 들다가 영화 중반부터 영화의 주제가 다가오더라고요. 감독님도 감독님의 생각이 있을 텐데 영화를 보면서 저 나름대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하나의 정답이나 해결책이 있으면 좋겠지만 정치는 그런 것이 없어서 답답하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안보와 그곳에서 살고 있는 할머니들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했고, 또한 어떤 무기도 없는 게 평화라고 생각되지만 한편으로는 대응할 방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도 옳은 말이라고 생각되는데 그것에 대한 답을 찾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영화 초반엔 감독님이 중립을 지키려고 하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할머니의 입장에서 표현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감독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박배일: 지금 정치상황에서 우리가 스스로 평화를 지키고 방어를 하려면 우리도 거기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런 말씀을 굉장히 자주 들어요. 그런데 저는 그런 해결책을 바라면서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고, 그냥 이런 공간에 이런 분들이 살고 있고, 사드라는 무기가 들어오면서 그 분들의 평화가 어떻게 깨지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예요. 평화를 가지고 올 수 있다고 생각되는 그 안보라고 이야기하는 것들 때문에 일제와 6·25를 겪으면서 빨갱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 자기 목소리를 숨기고, 그렇게 목소리를 숨기면서 더 보수화가 되신 분들이 어떻게 전쟁 속에 살아가고 있는지. 할머니들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여드리는 게 아니라 제 입장에서 영화를 보여드리는 거고, 저는 국가가 대화도 한 번 없이, 설득 한 번 안 하고, 그냥 정치적인 이유로 다시 안보를 들이대고 평화를 얘기하면서 공동체를 부수는 걸 보면서, ‘이건 좀 아니지 않나.’라고 생각했어요. 저의 입장이 할머니들의 입장과 동등해서 그렇게 보이는 것 같고, 제 개인적으로는 제가 만든 영화 중에서 가장 입장이 없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이 영화는, 사드가 잘됐다 잘못됐다 이야기하는 것보다 한 명의 정치인의 목소리가 우리 같은 소시민들의 일상을 어떻게 깨뜨려 나가는가에 대한 이야기예요. 다들 평화를 이야기하잖아요. 무기를 가지고 오는 사람도 평화를 이야기하고, 무기에 저항하는 사람도 평화를 이야기하고. 그런데 어떻게 무기를 가지고 오면서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저는 난센스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할머니들의 입장에 동의를 하는 건데, 그런 이야기들을 조금 해보고 싶어서 영화를 만들었어요.

 

관객B: 영화를 보고 사드라는 걸 찾아봤거든요. 굉장히 뜻이 있는 영화인 것 같아요. 사드가 이슈가 되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굉장히 묘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괜찮은 것도 같고. 세계정세에서 군사적인 문제라든가 하는 건 잘 모르겠지만 평화적으로 흘러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적절한 시기에 영화가 나와서 이렇게 안보문제 같은 것에 대해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배일: 저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과 만나는 걸 보면서 굉장히 감동받았어요. 이랬든 저랬든 이제 평화로운 한반도를 위해서 한 발짝 내딛은 거니까.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들어섰던 그 10년 동안의 기간을 녹여주는 그런 장면들이어서 굉장히 감동적이었는데, 그 화면을 보고 있으면 오버램 되는 사람들이 있는 거예요. 소성리의 할머니들이나 주민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거든요. 여전히 군인들이 들어가는 걸 막고, 여전히 평화로운 소성리가 연출되고 있는데 이제 평화, 평화, 평화 얘기를 하면서 그런 목소리들이 묻히고 있는 상태예요. 그런데 제가 생각했을 땐 사드가 잠재적인 위험군이거든요. 국제 정세에 따라서 방금 이야기하신 것처럼 중국과의 관계나 북한과의 관계는 또 어그러질 수도 있는 거고. 그런 것뿐만 아니라 이 영화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한 개인의 안보를 책임지지 못하는 국가가 어떻게 대의의 안보를 책임질 수 있을까, 그리고 조금 더 근본적으로 평화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었어요. 결국엔 근본적으로 평화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계속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질문 속에서 이 정세를 풀어나가야 하는 거고. 그런 의미에서 지금 가장 불안한 요소는 사드이기 때문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요즘에 하고 있습니다.

 

윤내경: , 영화감독이라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공감이 되네요. 어떤 투쟁이나 그런 시위는 자기의 생명권, 살아가기 위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고, 우리에게 우호적인 정부라 하더라도 자기가 평화나 살아가는 권리를 침해당했을 때 당당하게 소리를 내는 게 평화라는 생각이 저는 들더라고요. 평화는 결핍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박배일: 이 말씀도 맞는 것 같은데, 이 사드와 관련된 투쟁을 그렇게 좁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이분들의 싸움이 우리나라의 평화를 담보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계속해서 우리나라는 평화롭지 못한 상태라고 계속 드러내는 방식으로, 어떻게 무기가 있는데 평화를 얘기할 수 있냐고 결국에는 저건 없어야 돼.’라는 근본적인 메시지를 던지면서 몸으로 투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 지역에만 들어오지 마.’ 이런 게 아니라 사드는 없어야 돼. 무기는 없어야 돼. 평화가 와야 돼. 우리가 평화롭지 못하다는 말을 하지 않아야 돼.’라고 계속 주장하고 계신 거거든요. 이걸 님비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이분들이 주장하는 메시지는 그런 게 아니에요. 또 영화도 이 지역의 6·25와 전쟁의 역사만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고요. 우리나라는 다 같이 그런 전쟁을 겪어왔거든요. 그런 선상에서 사드가 이분들에게 얼마나 더 전쟁 같은 공포로 다가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였어요. 이걸 조금 더 좁게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을 보면 아, 그것도 맞는데, 조금 더 이 분들의 투쟁이 조금 더 넓게 의미화가 되고 확산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 이분들이 그렇게 주장하고 있으니까.

 

관객C: 영화 잘 봤습니다. 그 어려운 가운데 힘들게 영화 찍으신다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개인적으로 감사인사 드립니다. 영화를 보면서 소성리라는 건강한 몸에 사드라는 암세포가 들어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떻게 치료를 해야 되지 하는 생각도 잠깐 했고요. 다른 것보다 감독님께서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에 소성리에서 있었던 잊히지 않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들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박배일: 영화에도 나왔는데 저희는 신서북청년단을 오랫동안 눈으로 볼 기회가 없잖아요. 저도 밀양에 있긴 했지만 밀양에 삼 년 있는 동안 가끔 왔었어요. 두 사람, 세 사람 와서 영화에서도 말한 그 메시지를 막 던지면서 우리한테 면박 받고 했는데, 그 때는 대규모도 아니고 한두 번 보는 거니까 그들이 어떤 메시지를 어떤 목소리로 내는지 잘 몰랐는데. 저희가 매번, 매주 집회신고를 했는데, 집회신고를 하러 갔더니 서북청년단이 열흘 동안 집회신고를 해놓은 거예요. 마을 입구에서 사드 배치된 골프장으로 행진하는 것까지 집회신고를 해놓았더라고요. 마을 입구에서 하는 건 어쩔 수 없잖아요. 집회의 자유가 있으니까. 그런데 할머니들은 그건 용인하는데 우리 마을회관은 못 지나가게 하겠다 해서 마을회관 앞에서 매번 싸우는 거예요. 촛불집회나 문화제 가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하잖아요. 여기서도 힙합 개사해서 틀고 그러는 거 보고 , 정말 열심히 한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전부 다 나이드신 사람들이었거든요. 그런데 한두 명은 젊은 사람이었는데 보면서 , 진짜 이런 분들이 있구나. 정말 열심히 하는구나.’ 했어요. 그리고 말하는 걸 들으면서 , 진짜 경찰만 없으면 한 대 때리고 싶다.’ 했어요. 할머니들과 종교인들을 계속 빨갱이라고 몰아세우면서 비아냥대는 거예요. 그게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저한테는 어떤 현장에서보다 특별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현장에 많이 있고 할머니들이 많으니까 할머니들이랑 이야기하거나 교류하는 것에서 힘을 받는 건 언제나 있었던 일이라서 그건 늘 감사하게 생각해요.

 

관객D: 지금 평화로운 분위기인데도 소성리에서는 여전히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셨는데, 혹시 지금 어떤 상황이 완전 반전이 되거나 소성리에서의 변화가 있을 때쯤에 다시 그곳의 이야기를 담아내실 생각이 있나요?

 

박배일: 저는 소성리에 대한 영화는 더 안 찍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 안에 저보다 더 오랫동안 활동하시고 주민들이랑 교류하면서 주민들의 변화나 우리들의 변화를 위해서 영화를 찍고 계신 분들이 있어요. 그분들에게 저는 이제 바톤터치를 해드리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관객E: 늘 현장의 목소리를 이렇게 카메라로 담아주시고, 그 카메라를 통해서 마음으론 연대하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귀한 통로가 되어주신 것 같아요. 감사드립니다. 제가 요즘 안구건조증이 심해져서 눈이 많이 뻑뻑한데 화면 안의 소성리의 풍경들이 제 뻑뻑한 눈을 편안하게 해줬어요. 그리고 그 안에서 촬영하시면서 할머니들의 언어와 삶을 통해서 전달하시려고 했던 평화의 메시지를 곰곰이 생각해보게 됐어요. 그것과 다르게 촬영을 하신 하늘의 모습이 저는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땅의 모습을 비추시면서도 자주 하늘의 모습을 보여주시더라고요. 하늘에 떠있는 구름 뿐만이 아니라 비행운 같은 구름의 흔적들도 비춰주시는데 어떤 상징들을 의도하셨는지, 어떤 의미로 비춰주신 건지 묻고 싶어요.

 

박배일: 그냥 소성리에 있으면 하늘을 보게 돼요. 저 끝에 있는 푸른 산도 보게 되고, 이 앞에 있는 할머니의 주름도 보게 되는데, 그 사이사이에 하늘을 계속 보게 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소성리를 경험한 저의 고백일 수도 있어요. 단순하게 제가 혹은 제 옆에 있는 할머니들이 하늘을 보면서 살아간다는 걸 다이렉트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그리고 마지막 하늘 장면이 헬기가 떠서 사드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거거든요. 그 때 나오는 사운드가 굉장히 심장 뛰게 만드는 사운드인데, 할머니들이 비행기를 봤을 때 어떤 느낌인가 하는 걸 체감하게 해주고 싶었던 목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게 단순한 비행기가 아니고, 공사를 하거나 미군을 옮기거나 하는 비행기거든요. 할머니들이 밑에서 군인들을 못 가게 하니까 출퇴근을 비행기로 해요. 그런 것들을 보면서 할머니들은 도시에 살면서 극장에 앉아서 영화를 보는 저희와는 완전 다른 감각으로 그 헬기를 보거든요. 그런 감각들을 전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음악도 그렇고, 특별한 워킹 같은 걸로 조금 다르게 표현한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제가 소성리를 체험하면서,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어떻게 감각하고 있는가를 영화적으로 표현한 것 같아요.

 

윤내경: 감독님이 거기서 실제로 사시면서 느끼는 평화의 깨짐, 그리고 무기가 가진 잔혹함 같은 걸 우리에게 진짜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보여주신다는 걸 저도 영화를 보면서 많이 느낄 수 있었거든요. 우리가 갖고 있는 지금 평화가 올 것 같은 기대감들이 사실은 아직까지 살얼음판에 있어서, 그래서 우리가 평화를 더 간절하게 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잊고 살지만 실제로는 휴전이잖아요. 전쟁이 멈춰져 있을 뿐이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우리가 이렇게 각인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평화에 대한 문제가 어쨌든 잘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되길 기원해야 될 것 같습니다.

 

박배일: 평화라는 단어가 많이 있으면 평화롭지 못하다는 반증이거든요. 최근에 굉장히 평화, 평화, 평화, 저희가 많이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계속 휴전상태라는 걸 언론에서 각인시키고 핵도 개발되어서 아예 북한에 있다고 하니까, 평화롭지 못하니까 평화를 계속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래서 평화라는 단어가 없어지는 순간이 굉장히 좋은 거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그런 순간이 평생 살아가는 동안 올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평화라는 단어가 일상에서 적게 나오는 걸 목표로 다 같이 노력하는 게 좋다는 생각을 최근에 많이 하게 돼요

 

관객F: 저는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헬기 소리가 나는데 할머니들 목소리가 같이 들리는 상면이 있었거든요. 그런 사운드적인 부분이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이 영화가 정치적인 영화라고 하셨는데 이 영화를 오히려 누군가는 정치적으로 오해하고 이용할 것에 대한 우려는 없었는지 궁금하고요. 할머니들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아무래도 저희 또래들은 그런 것에 대해 들어서 알 뿐이지, 실감이 나지 않는데 영화를 통해서,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많이 체감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런 부분도 강조하고 싶으셨던 부분인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박배일: 제가 정치적인 영화라고 했던 건, 이 영화가 정치적이라는 게 아니라 영화 자체가 정치성을 띄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던 거고, 그리고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이 대부분 소성리니까 사드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거라고 생각을 해서 자기 스스로 정치적인 상태가 되어서 들어오더라고요. 그 전의 영화들은 정치적인 내용을 전면에 내세웠는데 그건 언론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정치적인 메시지까지 던지는 영화를 만들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할 이유가 없어요. 왜냐하면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바로 알아볼 수 있기 때문에. 이쪽 의견도 알아볼 수 있고 저쪽 의견도 알아볼 수 있기 때문에 이제 영화는 조금 더 본질적인 걸 얘기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드 가고 평화 오라라는 그 말의 본질을 찾아가보자는 생각을 했고, 그 평화가 무엇인지를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영화에서 사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최대한 뒤로 미루려고 했어요. 왜냐하면 실질적으로 이분들의 일상이 평화이기 때문에 평화로운 농촌의 일상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들이 어떤 전쟁의 역사를 살아왔고, 그 전쟁의 역사가 몸 혹은 공간에 어떻게 배어있는가, 이런 것들을 던지면서 사드를 이 역사적 맥락 안에서 이분들이 어떻게 체감하게 되는지를 구조적으로 기획할 때 생각하고 들어갔던 게 있어요. 실질적으로 폭탄은 떨어지지 않지만 마음속으로는 폭탄이 떨어지는 상태, 이게 사드라는 걸 그 분들의 감각으로 빌려서 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고. 극장에서의 우리는 그런 걸 체험해본 적이 없으니까 전쟁을 겪어오신 분들은 이런 경험 안에서 사드를 체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드는 평화롭지 못한 무기라고 메시지를 전해드리고 싶었던 겁니다.

 

윤내경: 그럼 감독님께서 혹시 다음에 찾아가볼 곳이 있다면 어떤 곳이 있나요?

 

박배일: 일단 다음 영화는 이미 나왔어요. 지금 이 공간(아트씨어터)도 원래는 예술 영화관이었어요. 그런데 328일에 폐관됐거든요. 그리고 원래 부산에 예술영화관이 두 개 있었는데 다른 한 곳도 폐관됐어요. 저는 이 영화관은 자주 오지 못하고 그 영화관을 자주 가서, 한동안 그 영화관을 찍었어요. 그 영화관에서 활동했던 분들이랑 영화관 자체를 찍어서, 영화란 우리 시대의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 만든 라스트씬이라는 영화가 이제 거의 완성단계에 있어요. 그게 곧 공개될 예정이고, ‘사상이라는 곳에 제가 지금 살아요. 그 사상이라는 공간이 옛날에는 굉장히 산업적으로 부산을 먹여 살리는 공간이었는데 산업이 공업에서 관광업으로 이동하면서 굉장히 낙후됐어요. 그런 자본의 이동으로 인해 사람이 어떻게 밀려나는가, 공동체가 어떻게 밀려나는가, 이런 이야기를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제가 다른 영화를 찍으러 현장에 계속 가 있는 바람에 못 찍었었어요. 올해부터 내년 6월까지는 사상이라는 공간, 이주노동자들의 현실, 늙은 노동자가 노동에서 멀어지는 현실, 그리고 한 공동체가 자본에 의해서 뭉개지는 그런 과정들을 찍으면서 도시에서 우리가 어떤 우울증 안에 살아가고 있는가, 이런 것들을 이야기 해보는 굉장히 재미없는 영화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윤내경: 박배일 감독님은 항상 우리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우리 사회의 이면들을 디테일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려주시는데,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주시는 게 가장 큰 자산이고 가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앞으로 계속 좋은 작품을 만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