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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제11회 부산평화영화제/영화제 사진 및 GV

11.14. 공식경쟁 ② 단편 섹션 1 GV

 

 

 

 

일시: 2020년 11월 14일 (토) 13시 30분

진행: 전은정(부산평화영화제 예심위원)

게스트: 안소회(〈코리아타운〉 연출), 이다영(〈작년에 봤던 새〉 연출), 이병기(〈이마무라 쇼헤이 입문〉 연출), 이경호(〈해미를 찾아서〉 공동 연출)

 

진행자: 〈코리아타운〉은 막막한 현실에 놓인 젊은이의 모습을 깔끔하고 세련된 연출로 보여주셔서 너무 좋게 봤습니다. 〈작년에 봤던 새〉는 여태껏 봤던 모든 영화 가운데 가장 제주도에 가고 싶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제주 제2공항이라는 민감한 사회 주제를 이렇게 인간적이고 서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이마무라 쇼헤이 입문〉은 가장 사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가장 정치적인 이야기에 접목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해미를 찾아서〉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겠지만, 이분법인 피해자·가해자 찾기가 아닌 피해자의 갈등을 생생하게 잘 표현해서 와 닿았구요. 마지막의 해미의 목소리로 넘어가는 부분에서 콧등이 시큰했습니다.

진행자: 〈코리아타운〉 안소회 감독님께 질문 드립니다. 식당의 중국 아주머니께서 무슨 말씀을 하셨나요? 왜 그 부분엔 자막을 달지 않으셨나요? 어떤 의도가 있으셨나요?

안소회: 중국인 아주머니가 하신 말씀은 중국 사람이냐, 어디서 왔냐, 산둥에서 왔다, 그런 말이었어요. 그 부분에 자막을 달지 말지 고민했었는데 진철의 입장을 고려하면 자막이 없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이 뭐라고 하는지 알지 못하는 답답함을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진행자: 대화를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아내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묻지 않는 모습에서 진철의 무관심한 캐릭터를 잘 보여준 것 같습니다.

관객: 왜 폐차를 했는지 이해가 잘 안 갑니다. 팔았다면 돈을 받았을 텐데.

안소회: 중고차 같은 경우는 조기폐차 지원금 제도가 있습니다. 조기에 폐차하면 지원금이 꽤 나오더라구요. 앞에서 살짝 나오는데, 조기지원금이 있다, 라고 말합니다.

진행자: 제주의 풍경, 인물들의 감정선이 잘 맞닿아 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쓰러지신 할머니, 임신한 여자 주인공, 청각장애인 여자. 이 세 명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남자, 남편, 마을 청년 들이 등장하지만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고 후반부 마을회관에서 노년 남성은 목소리로만 등장해요. 여기에 감독님의 의도가 있으리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리고 청각장애인을 주인공으로 선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게 중요한 얘기인 것 같거든요. 영화에서 시점쇼트가 딱 한 군데 있는데, 청각장애인이 느끼는 걸 관객이 같이 느끼게 돼요. 영화가 관조적이고 인물들과 거리를 두고 있음에도 관객은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미미하지만 청각장애인의 들리지 않음을 경험하거든요.

이다영: 남자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기보다는 미디어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더 듣고 싶었어요. 관심 있는 주인공에 가까이 가다보니 그랬던 것 같고 또 인물들이 저를 많이 닮았어요. 일을 진행하거나 바라볼 때, 관계에 있어서 좀 주체적이었던 것 같은데 그게 반영된 것 같아요. 의도라면 의도였던 것 같구요.

청각장애인 선재를 연기한 미진이라는 친구는 실제로 구화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이구요. 이걸 만들 때 장애를 연기하는 것에 회의감이 있었어요. 당사자와 예술 활동을 함께하고 싶었고 그 안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다를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청각장애인 미진과 함께 작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시점쇼트 같은 경우엔, 저흰 창문 밖에서 이야기한다는 분위기만 알고 들을 수는 없잖아요. 모든 청각장애인이 구화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선재는 구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았다고 설정했어요. 그들만의 대화라는 걸 선재는 느끼고 있음을 담아내려 했습니다.

 

관객: 청각장애인은 말을 잘 못하는 것으로 아는데, 배우 분은 몇 살 때부터 구화 훈련을 받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이다영: 많은 분들이 청각장애인 분들은 말을 잘 하지 못한다고 오해하고 계신데요. 자라는 환경에 따라서 많이 달라요. 미진 같은 경우에는 청인 부모님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구화를 사용하고, 장애가 선천적이긴 했지만 보청기를 끼면 진동이나 소음 정도는 들려서 자신의 목소리는 들려요. 미진에게는 말하는 데 있어서 부담은 없다고 들었어요. 저도 청각장애인 분들과 많이 얘기하면서 말을 하지 못하는 건 미디어에 노출되는 소수이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진행자: 감독님은 남자시고 한국인이신데, 이 영화는 ‘나’라는 내레이터가 나옴으로써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내레이터의 목소리는 일본어를 하는 젊은 여성의 것이었습니다. 이런 아이덴티티의 교차가 흥미로웠는데요. 감독님의 의도가 궁금합니다.

이병기: 다큐멘터리도 결국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 안에서는 내가 누구든 될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어요. 〈이마무라 쇼헤이 입문〉 작업을 하면서 나는 여자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했고, 그럼 국적도 정해야 하잖아요. 어쨌거나 이 영화는 이마무라 쇼헤이와 오즈 야스지로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고 그러면 내레이터의 국적이 일본이어야지 영화가 더 잘 진행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한국어를 굉장히 잘하는 일본인에게 부탁했고, 아주 좋았어요.

진행자: 박정희 생가에서 쿠데타와 빨갱이를 이야기하는 청년의 목소리는 실제인가요?

이병기: 일단 그걸 담으려고 거기에 간 건 아니었어요. 어떤 국적이든 누가 가든 일본의 집에 가는 이상 낮은 위치에 카메라를 두고 촬영할 수밖에 없을 거란 얘기를 듣고 너무 궁금했어요. 서울에서 갈 수 있을 만한 일본식 가옥이 많이 없었는데 우연히 박정희 생가가 잘 보존되고 있다고 했어요. 가서 이 집의 구조에 관심이 많다고 말씀드리니 많이 설명해주셨는데 공교롭게도 보수적인 분이셨어요. 전 그냥 찍고 있었는데 사운드로 들어온 거죠. 정리 안 되는 마음으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참 복잡했어요. 그러면서 영화가 나오게 됐고요.

진행자: 최근 가장 이슈가 되었던 미투, 성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미스터리 스릴러로 만들었어요. 긴장감을 자아내면서 해미, 선아의 미세한 움직임을 잡아내는 게 인상적이었거든요. 이 이야기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게 되었는지, 연출 의도도 듣고 싶습니다.

이경호: 연대활동하시는 분들의 수기, SNS상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고 같이 활동하는 허지은 감독이 여성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전작에서는 일대일의 연대를 그렸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그걸 그리는 것으로 내가 작은 목소리라도 내는 데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영화를 만들고 나서 ‘모인다’는 행동의 이미지가 더 중요하겠다, 뭉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활동을 하는 동아리 이미지를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저는 원래 서스펜스 장르를 좋아합니다. 그러다 페미니즘 여성 서사의 스토리텔링 과정에서 되게 묘한 경험을 했어요. 예를 들면 이 중에 한 사람만 살인마라고 해도 우리는 불안해하잖아요. 그런데 ‘살인마는 한 명일 뿐이야, 보통 사람은 다 착해. 근데 넌 왜 이렇게 불안해하냐?’ 그런 말을 들으면 이 생각이 들어요. 운이 좋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피해 사실을 숨기고 있을 수도 있고, 없다고 하더라도 평생 불안해하면서 사는 거죠. 일상의 어떤 지점이 빵 터져버릴지 모른다는 상황이라는 게, 서스펜스 장르의 침대 밑 폭탄 같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진행자: 저는 〈해미를 찾아서〉에서 가장 영화적이었던 장면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전화 진동이 울릴 때였거든요. 소리가 아닌 진동으로 울려서, 해미의 결심이 안에서부터 올라오는 움직임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인상적이었습니다.

관객: 〈작년에 봤던 새〉에는 청각장애인, 공항 건설로 마을을 떠나야 하는 이들이 등장하는데 영화를 보면서 너무 아름다운 제주도 풍경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 대한 감독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이다영: 저는 문제를 이야기하는 방식이 다양하다고 생각해요. 봉사하는 마을 주민 이야기를 깔아놨으면 시위하는 현장으로 옮겨가고 재개발 현장이 나왔겠죠. 그런데 전 사실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개인적으로 그런 의견에 공감하고 목소리를 내지만 운동의 차원으로 움직이기보다 개인으로서는 어떤 걸 해야 할까, 그런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개인이 운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나는 좋지 않은 사람인가? 이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랬을 때 난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할까 그 생각으로부터 출발했었구요.

그들이 살고 있는 공간이 제2공항이고, 사실은 비장애인이 왜 나오는지 안 물어보잖아요. 장애인이 왜 나오는지 안 물어보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들이 각자 살아가면서 지금 가지고 있는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 나갈까. 제목에서도 나왔지만, 같이 공유하고 있는 마음을 기억하는 개인의 자세가 중요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영화를 마무리하고 싶었어요.

 

진행자: ‘너의 글은 손바닥을 펼쳐놓은 것 같다.’는 말은 어떤 뜻인가요?

이경호: 잡고 싶고, 먼저 다가갈 수 있고, 마음이 이어질 수 있는 이미지라는 뜻이었습니다. 시를 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시적인 말을 넣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