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GV
일시 : 2024년 10월 27일 18:15
장소 : 모퉁이극장
참석자 : 진세영(모더레이터), 임흥순 (부산평화영화제 특별심사위원)
작성 : 백주현
Q. 이 영화를 선정하신 이유가 무엇인가?
A. 제가 이번에 부산평화영화제 특별심사위원을 했었습니다. 영화제에서 그냥 심사만 하면 관객들에게 인사드릴 기회가 없기 때문에 심사위원도 이렇게 나와서 좀 인사도 하고 대화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이 프로그램을 만드신 것 같아요. 사실은 처음에 요청하셨을 때 조금 쉽게 생각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 관객분들과 보고 싶었던 영화가 떠올랐는데 또 막상 일종의 부산이라는 지역, 또는 국내 현황에 맞는 영화들, 조금 더 넓은 일본이나 다른 해외 영화들도 떠오르다 보니까 영화를 선정하는데 쉽지가 않더라고요. 러닝 타임도 맞춰야 되는 부분이 있고 영화가 너무 오래돼도 좀 그렇고 이러한 이유들을 고려하다가 제가 학교에서 강의 하고 있는데 ‘낸 골딘’ 작가가 생각이 났습니다. 낸 골딘 작가는 이미 미술과 사진 쪽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작가입니다. 제가 이제는 영화를 만들기도 하지만 처음에 미술작가로 활동을 했었습니다. 한 장르만 하지 않고 다른 장르의 일도 하고 있어서 낸 골딘과 저와 좀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낸 골딘 영화가 조금 더 이야기하기에 좀 쉽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선정한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요. 제가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학생들이 자기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쉽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구조 자체가 아무래도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자기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은데 낸 골딘의 작품을 보면 그들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생각을 해서 선정을 했습니다.
Q. 낸 골딘 영화를 보면서 문득 생각난 게 감독님의 초기 작품이 떠올랐다. 그때 당시에는 캠코더 같은 걸로 이사를 가는 모습을 직접 촬영했다고 알고 있는데 감독님과 낸 골딘이 보여주는 방식의 흐름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낸 골딘이 자기 이야기를 자신이 찍은 사진 이미지를 가지고 영화를 제작하였습니다. 임흥순 감독님 같은 경우 사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편인 것 같은데 스스로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과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방식을 택하는 것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A. 제 초창기 영상 작품을 말씀하셔서 말을 하자면 제가 학생이었을 때 회화를 전공했습니다. 그래서 그림이 저의 표현 도구라고 생각했는데 1990년대 중후반부터 이제 캠코더가 대중화 되었고 캠코더로 찍은 영상을 편집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조금 대중화되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그래서 그때 캠코더를 우연치 않게 활용을 하면서 ‘이것도 이제 표현 도구가 되겠다. 더 좋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저한테는 굉장히 더 좋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무래도 회화 사양화 이런 그림 그리는 거는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고 또 오랜 어떤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회화를 그리려면 어느 정도의 굉장히 연습량이 필요하지만 카메라 같은 경우는 버튼만 누르면 바로 찍힐 수 있는 거라서 이런 거를 가지고 충분히 내 얘기를 할 수 있겠구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서 약간 비디오 드로잉도 가능하겠구나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던 차에 지하에서 9년 동안 살있었을 때의 과정을 기록하게 됐거든요. 그 때 찍은 영상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려고 했던 거는 아닙니다. 지금 낸 골딘처럼 자기가 작가로서 작품으로 이걸 만들어야지라기보다는 자기의 삶, 자기의 생활과 친구들, 그리고 그 공간들을 일상을 기록한 것처럼 저도 그냥 기록 차원에서 촬영을 했고 만들었죠. 근데 이제 나중에 보니까 이게 굉장히 저한테는 저의 모든 작업의 어떤 원형질 같은 느낌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초창기에는 저의 가족 얘기를 했었다가 그 이후로는 이상하게 좀 안 하게 됐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사실은 ‘제 얘기를 어디까지 해야 되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언제 할 수 있을까?’ 라는 이런 고민들을 계속하고 있어요. 제 작품 중에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교환일기’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일본의 영상 작가하고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 개인적인 얘기를 했는데 그것 이외에는 개인적인 얘기보다는 아무래도 제 눈에 보이는 노동자, 노동자들이 살고 있는 주거 환경 등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 또는 노동자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갖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사회적인 얘기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생활 공간에 들어가서 여러 가지 사회적인 문제를 카메라로 담아냈습니다. 저는 노동자 뿐만 아니라 저의 가족에 대해서도 담아냈습니다. 아버님은 노동을 계속 해오셨고 아버님과 나이가 비슷한 같은 세대 분들이 중동을 갔다 오시거나 또는 이제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시거나 이런 것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었습니다. 그러다가 사회적은 문제에 관심을 가진 큰 계기가 있었는데 제가 2009년도에 지금의 아내랑 이제 막 만나는 시점이었는데 저는 이제 미술을 하고 있었고 저의 아내는 영화를 막 시작하려고 할 때였어요. 그래서 그런데 우연찮게 제주도를 갔는데 제주도에 어떤 할머니가 혼자 살고 계셨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제주 4.3 사건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4.3 사건에 대해 들으면서 사회적인 이야기, 역사적인 이야기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Q. 얘기를 듣다 보니까 처음에 감독님께 질문드릴 때는 낸 골딘은 자기 이야기를 쭉 한 영화에서 진행이 되는데 듣고 보니까 낸 골딘도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주변의 친구라든지 당시에 같이 활동했던 다른 작가라든지 이런 사람들을 향할 수밖에 없고 그들과 어울리면서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방식으로 채택을 하는 그런 거여서 또 감독님도 계속 하시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계신 것 같다는 생각이 또 드네요.
A. 네, 맞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제 이게 제 이야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게 지금 다루는 영화, 그다음에 주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 제 이야기처럼 사실은 느껴집니다. 다시 이야기가 영화제로 돌아가자면 처음 씨네토크를 제안 받았을 때 평화에 대해 고민을 좀 많이 하게 됐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특히 지금 시대에 평화는 어떤 것일까? 그다음에 어떤 거를 보여드리면 함께 좀 고민해 볼 수 있을까? 우리의 일상 안에 있는 여러 가지 평화부터 사회적인 공동체가 요구하고 바라는 평화에 대해 어떻게 고민할 수 있을까 하다가 처음에는 지금 상황이 좋지 않은 남북 문제에 대한 영화를 좀 하면 어떨까 이런 생각도 했는데 이거보다는 조금 더 약간 밖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를 조금 돌아볼 수 있는 영화를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일본에서 재외동포 분들이 제작한 영화들 아니면 재일조선인 관련 영화들 이런 것들도 좀 많이 생각을 했거든요. 재일의 삶을 살고 있는 재일조선인들이 어떻게 보면은 한반도의 남북 분단의 문제를 잘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분들의 대한 이야기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낸 골딘 영화처럼 우리하고 굉장히 문화적으로 다르고 이해하기 쉽지 않고 우리와 다른 낯선 상황들을 보여드리는 게 조금 더 우리의 현실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을 하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이 영화를 선정한 이유는 용기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용기라는 단어가 많이 떠올랐어요. 특히 제가 지금 작업을 계속하면서 이 작업을 어떻게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계속 하거든요. 그리고 조금 쉬운 방식 또는 안주하는 방식으로도 생각을 하거든요. 그랬을 때 이 영화를 보면서 굉장히 치열하고 또 용기와 실천을 이렇게 만들어내는 거 그다음에 이제 영화로만 끝나는게 아니라 외부 세계와의 연결을 만드는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현실 또는 부산의 현실 또는 개인들의 고민 등 이런 것들이 해결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지를 좀 한번 같이 고민해 보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관객의 소감 1) :
저는 본선 경쟁작 중에 ‘어른 김장하’라는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슷한 일이 없다고 말씀을 하셨지만 저는 약이랑 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김장하 선생님께서 약방을 운영하시면서 되게 큰 재력을 가지시고 그거를 되게 나누는 일을 하시는 걸로 나오는데 거기서 제가 아픈 사람으로 인해서 번 돈을 자기 이익을 위해서 쓸 수가 없어서 사회에 쓰신다고 말씀하셨던 게 엄청 기억이 나는데 그래서 뭔가 낸 골딘의 이야기도 문화적으로는 다르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결이 같은 것 같아요.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하고 얻었던 명성으로 사회에 좋은 일들을 하시는 모습을 보면 그 두 분의 결이 되게 비슷하게 느껴지고 또 우리나라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인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Q. 낸 골딘은 약물 과용에 대한 투쟁과 자신의 언니에 대한 기억, 그리고 예술작가로서의 활동, 이렇게 세 개의 큰 줄기가 있는데 임흥순 감독님도 낸 골딘의 이 영화처럼 자신의 작품 속에서 큰 줄기가 있다면 그게 뭔지도 굉장히 궁금해집니다.
A. 전체적으로 이제 영화의 구조에 대해서 잘 얘기를 해 주셨는데 저도 이제 그런 부분을 좀 인상 깊게 봤고 개인사와 사회적인 문제랑 또 자기 작품 세계를 연결해서 이야기한 부분이 인상적이었고요. 저도 낸 골딘처럼 어떤 부분에서 혼자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어쨌든 본인이 주축이 돼서 단체를 만들었고 활동을 해왔는데 저 같은 경우 사실 이제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지만 작업을 하고 사회 활동을 하면서 저한테 힘을 주는 거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가 있습니다. 그분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들을 때 한 분, 한 분의 이야기, 한 분, 한 분의 경험들 그다음에 한 분, 한 분의 삶의 의지와 용기들이 굉장히 좀 큰 힘이 되고 있긴 해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제가 가진 예술에 대한 권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권력을 굉장히 잘 활용하고 예술가가 가진 힘을 잘 활용하는 방법을 아직은 못하고 있지만은 저 나름대로도 좀 어떻게 하면 그들과 함께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면서 작업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가 만났던 사람들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연결하고 참여하고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같이 얼굴 비추고 우리가 함께하고 그리고 옆에서 뭔가를 함께 하는 것을 촬영으로 보여줬을 때 그분들한테도 힘이 되고 저한테도 좀 힘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은 평화영화제 같은 경우도 같이 뭔가를 한다는 게 쉽지는 않지만은 저도 같이 조금이라도 뭔가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하고 싶어서 오는 것이기도 합니다.그래서 아마 그런 식의 고민과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이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이런 분들의 삶과 꿈과 용기가 바탕이 된다고 생각을 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관객의 소감 2) :
좋은 작품을 소개해 주신 덕분에 저도 잘 봤습니다. 일단 이 영화의 제목이 참 좋다고 생각이 듭니다.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라는 게 어찌 보면 정신과 의사가 낸 골딘의 언니에 대한 기록을 남기면서 써놓은 일종의 그냥 드라이한 문장일 수 있는데 어찌 보면 우리가 인간으로 살면서 겪게 되는 많은 문제들은 그러한 양면성이 다 있는 것 같아요. 그로 인해서 발생할 수 있는 또 어떤 잔혹한 결과들도 있기도 하고 그래서 굉장히 유의미한 작품이지 않나 싶습니다. 낸 골딘 자체도 언니로부터 받은 약간의 힘든 상황들, 그리고 부모의 문제도 있고 어떻게 보면 자기 스스로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말씀하셨듯이 어떤 용기를 갖고 스스로 어마어마한 고통을 눈 돌리지 않으려고 참 애썼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이 작품 활동으로 발현이 됐던 것 같고 모더레이터님께서 말씀하셨듯이 그러한 영향력들이 전 세계와 어떤 한 개개인들한테 잘 전파가 된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화라는 게 절대 쉽지 않고 어떻게 보면 전쟁과 같은 여러 가지 힘든 상황 속에서 피어오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더 가치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고 이 작품이 참 그래서 저에게 참 뜻깊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소감 2를 들은 감독의 답변) :
좋은 말씀 너무 해주셔가지고 감사합니다. 저도 평화란 뭘까 라고 생각을 하면서 사실 평화가 누가 지켜주는 것 같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스스로 좀 지켜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그러려면 이제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발언을 해야 되고 표현을 해야 되는데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그게 좀 쉽지 않고 어려워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근데 이제 그럴수록 사실은 평화영화제의 역할이라든가 의미가 더 커지는 것 같고 그리고 이 영화를 처음에 보자마자 용기와 저항이라는 단어도 생각나지만 마지막에는 용기를 내라 라는 말을 하는 것처럼 들렸어요. 그래서 사회적인 여러 가지 문제도 중요하지만 일상 속 각자에게 처해져 있는 어떤 부조리한 상황이라든가 문제들 또는 뭔가 해결해야 될 부분들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때그때마다 조금 용기를 내서 표현하고 이야기하고 대화하는 게 일상에서 실천하셨으면 좋겠다 라는 말씀을 덧붙이고 이렇게 이 자리를 함께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