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와 나> GV
일시 : 2024. 10. 26. 금요일 19시
장소 : 모퉁이극장
참석자 : 김희진(모더레이터), 이큰별 감독
작성: 양지수
Q. 인사 겸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고래와 나를 만든 이큰별입니다. 저도 고향이 부산이라 오랜만에 부산에 내려왔습니다. 오랜만에 부산에 오니까 좋은데, 또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영화를 보는 모습을 보니 행복합니다. 오늘 귀한 주말에 귀한 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Q. 여기가 부산이라 작품의 바다와 연결이 되는 것 같은데요, 이런 작품을 만들기까지 의지나 생각이 분명하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이 됩니다. 어떤 의도로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나 의도가 궁금합니다.
A. 저는 SBS에서 PD로 있었습니다. 다큐멘터리 만들고 싶어서 방송국에 입사했기 때문에 계속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습니다. 방송사 창사 특집이 있는데, 보통 외국에서 촬영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창사 특집을 못하다가 4년 만에 특집을 하게 되었고, 다큐멘터리를 해보라고 권유를 받았습니다. 프리다이빙과 스쿠버다이빙 취미라서 창사 특집 다큐를 하게 된다면 꼭 고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큐를 제작해서 방송을 했는데 시청자 게시판이 난리가 났어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영화로 만들어 달라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크게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아서 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영화는 다큐와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두 달 정도 후반 작업을 거쳐서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영화제에 이렇게 초청을 받아서 하다보니 또 소문이 나서 10월 30일 날 전국 극장에 개봉을 하게 되었습니다.
Q. 총 촬영 기간이 얼마나 걸렸나요?
A. 고래를 만나는 일은 네잎클로버를 찾는 일처럼 힘들었습니다. 풀숲에 간다고 네잎클로버를 찾기가 힘들 듯이 바다에 나간다고 그냥 찍을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고래를 촬영하는 것이 네잎 클로버를 찾는 것만큼 행운이 필요한지 몰랐습니다. 한국에서 고래를 계속 촬영하신 다큐멘터리 감독님들이 계셨는데, 7~8년 전에 동물농장을 하면서 그 감독님들과 인연이 됐습니다. 자연 다큐멘터리 감독과 같이 하자고 의기투합이 되었고, 감독님들이 7년 동안 찍어두신 것에 더해서 SBS에서 제작비를 투자하고, 시스템 짜서 20~30개국으로 고래를 찍으러 다녔습니다. 그래서 총 촬영은 감독님들께서 7년간 찍어두신 것에 더해서 본격적으로 촬영한 건 1년 정도입니다.
Q. 다큐에 나온 벨루가 모자는 소장 중이신가요?
A. 모자는 현지 가이드 분들이 너무 좋아하시고, 선물로 달라고 하셔서 나눠줬습니다. 모자가 방한도 되지만, 그 지역에 모기가 너무 많거든요. 사실 촬영 때문에 모기 가드를 안 썼는데, 입에 들어갈 정도로 너무 많았어요. 모자를 쓰면 귀나 뒤쪽에 모기가 안 붙으니까 가이드 분들이 달라고 해서 선물했습니다.
Q. 벨루가 모자는 어디서 구할 수 있나요?
A. 울산 고래 부검을 촬영하다가 옆에 고래 박물관에 갔는데, 소품샵에서 귀여운 고래 인형이 있었어요. 그래서 업체에 전화를 해서 사정을 말씀드리고 모자를 만들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특별히 업체에서 만들어주셔서 판매는 하지 않습니다.
Q. 원양어선 제보자의 영상에서 어망을 버리는 것이나 혼획된 고래를 그냥 수장시키는 장면 등을 보고 충격을 많이 받았는데, 이런 장면을 다큐에 넣을 때 고민하지 않으셨나요?
A. 제가 고래 관련 다큐멘터리를 찍는다는 이야기를 고래 전문가에게 소문을 내고 도움을 구했습니다.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전문가가 있는데 원양어선에서 고래 관련한 좋지 않은 사건이 많은 것 같은데 제보자를 만나보겠냐고 해서 연락처를 받아서 연락했습니다. 제보자와 13시간 인터뷰를 하고, 다음날 5시간 추가로 인터뷰를 했는데, 제가 PD 15년 정도 했는데 PD 인생에서 제일 긴 시간 인터뷰를 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에 나오지 않은 불편한 것들이 훨씬 많은데 최대한 순화시켰습니다. 너무 자극적인 것을 제작하는 것보다 현실을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에 딥하게 들어가지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또 어린 아이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불편하다고 느끼는 장면은 모두 삭제했습니다.
Q. 무게감이 있는 장면에 비해 동화적인 제목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초기에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생명체인 고래의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부분 고래를 촬영하러 나가면 하루종일 고래를 못 찍습니다. 거의 못 찍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하루 종일 바다만 바라보는데, 망망대해에 쓰레기들이 막 떠나는 것들을 많이 봤습니다. 고래를 찍으러 갔는데 바다의 쓰레기가 보이기 시작하고, 벨루가를 찍으러 북극에 가면 북극곰이 사냥을 하고 있고, 이런 경험들이 계속 쌓이다보니까 지구의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고래 이야기로 시작해서 결국 나의 이야기,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끝난다는 취지로 고래와 나라는 제목을 짓게 되었습니다. 처음 회사에서 제목을 이야기 했을 때, 일본어 같은 느낌이라고 싫어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로고 디자인으로 확실하게 전달하겠다고 설득해서 제목을 짓게 되었습니다.
Q. 다큐멘터리 중간에 북극곰 이야기가 많이 나온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포커스가 북극곰으로 옮겨진 것 같아서 아쉽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부분을 처음부터 구상을 한 건지? 아니면 제작 과정에서 바뀐 것인지 궁금합니다.
A. 다큐멘터리라는 것은 결론을 정해놓고 촬영을 시작하면 너무 뻔하게 가거든요. 영화는 당연히 대본이 있어야 되고 구성을 짜서 시작을 하는데, 다큐멘터리는 취재를 하면서 취재 현장에서 연출자가 느끼고, 제작진이 느끼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첫 시작에 “이 지구에서 거대한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우리는 이 이야기의 끝이 어디에 닿을지 몰랐습니다.”라는 나레이션이 정말 저의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저도 북극곰이 특별 출연인데 임팩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벨루가를 촬영하면서 벨루가가 참 귀여웠지만 한편으로 북극곰이 너무 불쌍했습니다. 영화에서 나왔듯이 북극곰이 계속 사냥에 실패를 해서 3주 동안 식사를 못했습니다. 영화에 나오지 않았지만 북극곰이 하루에 1kg씩 빠지거든요. 그러니까 약 20kg정도 빠졌어요. 북극곰 성체가 300~400kg정도 되는데 여름에 한두 달 식사를 못하면 100~150kg정도 빠지는 겁니다. 그래서 벨루가를 찍으러 가서 마주쳤던 것을 영화에 녹여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렇게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Q. 고래가 알려진 게 별로 없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나요? 본인과 닮았다고 생각하는 고래가 있으신가요?
A. 향고래가 서서 잔다는 것이 밝혀진 게 10년도 안됐습니다. 모유 수유하는 장면도 저희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찍었습니다. 이 정도로 고래에 대해서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습니다. 저희는 운 좋게 고래 가족을 만나게 되어서 지극정성으로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보면서 저희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에 나오지만 감독님께서 고래에게 영향이 갈까봐 스쿠버 다이빙 장비를 전혀 쓰지 않았습니다. 산소통을 메면 바다에서 1시간 넘게 찍을 수 있지만, 산소통 소리가 새끼를 키우는 고래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갈까봐 맨몸으로 찍으셨습니다. 향고래의 지느러미로 교감을 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인간과 비슷한 고등 생명체구나 많이 느꼈습니다.
Q. 고래 사체를 쓰레기 버리듯이 폐기물에 매립해야 하는 게 마음이 아팠습니다. 다른 나라에도 그렇게 하는지 아시는 바가 있으신가요?
A. 뉴욕이나 호주에서 취재를 했을 때도 바닷가 모래사장에 묻더라고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고래 안에 가스가 있기 때문에 폭탄처럼 터집니다. 터지게 된다면 위험하기도 때문에 묻는 것 같습니다. 참 공교로웠던 것이 저희가 2023년에 발견한 고래 사체는 9.8m로 10m가 안되는데 2022년에 고래 연구소에서 부검을 하는 장소가 만들어졌습니다. 그 장소 길이가 11m라서 10m 정도의 고래만 부검할 수 있었습니다. 서해안에 있는 고래를 부검하기 위해 트레일러를 동원해서 고래 연구소에 넣어드렸습니다. 5박 6일 동안 부검을 했습니다. 이 고래 몸속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올 거라고 생각을 못했습니다. 고래 식도가 10cm정도 되는데 플라스틱 뚜껑의 지름이 8.7cm입니다. 조금의 차이로 넘어가서 장 폐색이 일어났는데, 이 모든 공교로운 일들이 고래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고래 고기를 먹어본 적이 있나요?
A. 없습니다. 여러분 고래 고기를 드시면 안 됩니다. 왜냐면 박사님들께서 고래는 최 상위 포식자이기 때문에 바다 속에 있는 오염 물질을 먹고 축적을 합니다. 그래서 과학적으로 고래 고기는 인간에게 별로 좋지 않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브라이드 고래는 정어리같이 크릴보다 오염물질이 많이 축적되어 있는 다음 단계의 생선을 먹는 고래이기 때문에 고래 고기는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실제 고래 부검 현장을 보시면 절대 안 드시게 될 겁니다. 기생충이 너무 많아요. 고래회충이 정말 바글바글합니다. 박사님들이 이 이야기를 많은 관객에게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Q. 다음엔 어떤 것을 찍고 싶으신가요?
A. 지구와 나를 찍자고 말했을 때 20억 정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SBS가 올해 100억 정도 적자라서 20억을 투자해주기 힘들 것 같아서 넷플릭스에 기획안을 내보려고 고민 중입니다. 지구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나로 끝나는 그런 블록버스터를 준비하고 싶습니다. 시작은 안했습니다.
Q. 마지막 인사 부탁드립니다.
A. 이 영화는 지구에 하루라도 더 살 학생들과 어린이들이 많이 봤으면 해서 초등학교 고학년 기준으로 편집했습니다. 이 자리에 선생님이나 학부모님께서 계신다면 홍보 부탁드립니다. 운동장에서 단체 관람을 하는 학교도 있으니, 배급사 문의해서 학교에서 단체로 관람했으면 좋겠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콘텐츠가 주는 충격이 크다고 생각해서 단체 관람의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질문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개봉을 앞둔 감독으로서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