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회 부산평화영화제/상영작 정보

<열대소년>, <실>, <평화가 사람 속을 걸어다니네> GV

알 수 없는 사용자 2021. 12. 31. 16:33

<열대소년>, <실>, <평화가 사람 속을 걸어다니네> GV

2021.12.24

제12회 부산평화영화제 GV 기록

<열대소년>, <실>, <평화가 사람 속을 걸어다니네>

 

 
 

일시 : 2021.10.30.(토)

장소: BNK부산은행 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

영화: <4단지에 사는 인자>, <열대소년>, <실>, <평화가 사람 속을 걸어 다니네>

참석자: 모더레이터(진행자) 전은정(예선 심사위원), 게스트 이지형(<열대소년> 연출), 조민재(<실> 연출) 함유선(<평화가사람속을 걸어 다니네> 연출)

기록: 박선재, 황예지 

 

진행자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 혹은 영감을 받은 것에 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이지형 감독

영화 <열대소년>을 만든 이지형입니다. 학교 때 영화를 전공했다가 생업을 하다가 영화를 다시 만들게 되었습니다.

 

함유선 감독

저는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가 2014년도이고, 강정마을 소식을 들었어요. 자세히 몰랐지만 그 마을에서 평화 시위를 하러 가자는 이야기를 듣고 2015년 1월쯤에 강정마을에 갔어요. 그때 당시 한창 봉사를 하고 있어서 앞에서 기도도 드리고 했었는데 이렇게까지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었는데 해답을 얻지 못하고 돌아왔었어요. 영화를 전공하는데 졸업할 때쯤 됐을 때 강정마을 소식을 들었어요. 아직도 시위하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미 해군기지가 완공되었는데 왜 그분들은 아직 시위를 할까 궁금해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조민재 감독

이 영화는 제가 창신동에 살 때 서울시 도시재생사업 일환으로 사업가들이나 예술가들이 와서 사업을 하려는데 막상 할 게 없어서 영상을 찍기 시작해요. 저는 그 방식이 아이러니했었거든요. 공간의 언어와 표현을 모르는 사람들이 영상이라는 번역의 작업을 하는 것이 오류가 있다고 봤어요. 육체와 공간을 증언하기 위해서 역사를 끌어오는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이 영화를 기획했습니다.

 

진행자

저의 감상평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열대소년> 감독님.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무서운 영화였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지금도 얼이 나가 있는데요, 가슴 한 켠이 너무 아프고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소리의 활용이었거든요. 그 소리들이 공포와 위험과 그런 와중에도 또 시간이 흐르는 소리들을 참 잘 잡아내신 것 같다는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평화가 사람 속을 걸어 다니네>같은 경우 파괴되어 가는 제주도의 모습인데 그래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속 내레이션 혹은 증언처럼 ‘평화가 두 개가 되어 버렸어요.’ 평화라는 단어는 추상적인 것인데 적극적인 평화라는 것이 와 닿았어요. 큰 것 바라는 게 아니고 내 삶의 모습을 조금 더 지키고 싶은 건데. 그게 왜 이렇게 나뉘어 버린 건지. 국가 폭력에 앞서서 이렇게 자꾸 분할이 되는 것의 안타까움이 와 닿았습니다.

 

<실>이라는 다큐멘터리는 여기 집행위원장님이 말씀해주시더라고요. 미학적으로 참 아름다운 프레임이라고요. 따뜻하고 큰 목소리를 내고 있진 않지만 창신동이라는 상징적인 곳에서 한 이름 없는 스쳐지나갈 한 여성 노동자의 긴 시간이 담겨 있는 그 공간을 찍음으로서 그 긴 시간을 짧은 30분 안에 우리가 오롯이 느끼게 해 준 영화라는 생각이들었습니다. 저의 간단한 영화평이었습니다.

 

가장 궁금한 게 <열대소년>의 소년은 정말 죽었습니까? 저는 꿈이었으면 좋겠어요.

 

이지형 감독

어렸을 때 꾼 꿈 중에서 가장 무서웠던 꿈이 남아 있어서 그 이미지를 만들었어요. 소년의 생사여부는 죽었다 살았다를 떠나서 ‘한오’라는 소년은 꿈을 이뤘다고 설명을 드리고 있어요. 꿈속의 꿈이든, 확실히 구분 되지 않게 생사여부를 초현실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소년 안에 어떤 것들이 자리 잡고 있고, 불안의 원인은 무엇이고 추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진행자

함유선 감독님께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인터뷰어들한테 이름을 남기지 않았어요. 왜 그랬는지 들을 수 있을까요?

 

함유선 감독

인터뷰는 많은 마을 분들과 했지만 제가 임의로 선정한 것이기 때문에 이름을 달고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의미가 크게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이름을 넣지 않은 것도 있었습니다. 그분들이 활동하고 계신 분도 있었어요. 예전에 이름을 밝히게 되면 경찰서에 잡혀가기도 해서 가명을 쓰시기도 했었고 그래서 이름을 밝히는 것을 거부하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래서 이름을 밝히지 않고 영상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진행자

<실> 감독님의 인터뷰를 읽어봤어요. 여기 실에 나온 주인공은 조민재 감독님의 어머니이시죠. 어떻게 흥미로운 인물을 바로 옆에서 구할 수 있었는지. 어떻게 어머니를 찍게 되었는지 알려주세요.

 

조민재 감독

어머니를 찍을 생각은 당연히 없었고요. 극영화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처음 어머니를 영화에 담아야겠다고 결정하게 된 계기는 원래는 배우들을 섭외했었는데 어머니가 배우에게 옷을 알려주고 동작을 따라하던 순간이 있었는데 어머니 몸에 있던 표현들이 그대로 넘어가면서 상쇄된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이 영화의 목적은 영화가 표면으로 담아낼 수 없는 이미지를 끝까지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육체를 카메라로 담을 때 오류가 몇 번 생겨요. 카메라에 내가 온전히 담을 수 없겠다 혹은 내가 실패를 하겠다는 감각이 있어요. 그럼에도 배우보다는 어머니의 몸을 그대로 담아내는 게 이 영화에 더 맞겠다는 생각에 결정하게 되었어요. 2016년도부터 오랜 시간 어머니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기록해 나가면서 2019년에 행동들을 시나리오로 써서 극영화로 찍었습니다.

 

진행자

두 감독이 함께 일을 했는데 그게 당연히 더 시너지효과가 났겠죠.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을까요?

 

조민재 감독

공동작업은 굉장히 많이 싸우고 애당초 처음에 제가 연출을 하려고 했는데 이나연 감독이 연출하고 제가 촬영 쪽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모든 스탭들이 여성분이셨고 배우분들도 여성이었는어요. 제가 연출할 때 표현이 잘 안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진행자

함유선 감독님. 사진을 많이 활용하셨어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함유선 감독

과거에서 멀어졌던 일들이 지금 현재에서도 그 분들의 마음에 아픈 상처이고 현재 진행이라는 게 영화를 준비해 나아가면서 많이 느꼈던 부분이었어요. 그것을 영화에 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사진이랑 사운드를 활용해서 표현했습니다. 관객들이 보셨을 때 그분들의 아픔이 직접적으로 다가오지는 않겠지만 멈춰져 있는 시간이지만 사운드가 함께 진행되면서 조금 더 체험을 느끼시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담았습니다.

 

진행자

사진이 관객의 상상력을 더 자극할 수 있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사진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그런 아름다운 것을 지키지 못한 것. 그래서 더 아픈 것 같습니다. 여기서 저는 개인적으로 예전 그대로 것을 지키는 것만이 보존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저에게도 많은 질문을 던져요. 과연 개발과 평화와 국방 이런 것들이 어떻게 조화로울 수 있는가.

 

<열대소년>에 질문 드릴게요. 죽었을지도 모르는 ‘한오’라는 소년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데요. 움직이는 기차가 과거로 가는 기차인가 하는 생각도 문득 했어요. 혹시 거기에도 의미를 둘 수 있을까요. 그 음향효과가 굉장히 강하게 다가왔어요.

 

이지형 감독

기차는 이동을 하는 방향성을 갖고 있는 것이고, 제가 좋아하는 영화 중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이 있어요. 현실의 시간성을 일깨워주는 측면에서 넣고 싶었습니다.

 

진행자

마지막 장면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간을 표현할 때 그것 또한 크게 계절을 드러내지 않지만 고추 잠자리를 한 마리를 잡으면서 넘어가는 표현이 시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관객

각자 제목을 지을 때 고민이 많으셨을 때 어떤 의미로 지으셨는지요? 관객들에게 보여줄 때 가장 영화에서 신경 썼던 부분은요?

 

이지형 감독

<열대소년>이란 제목을 짓기 전에는 <숨바꼭질>이라는 제목의 시나리오였어요. 나중에 는 이 제목이 맞지 않는 거예요. 자진해서 숨게 되는 숨바꼭질이 내용과 맞지 않았어요. 주인공 소년이 베트남 출신이기 때문에 열대라는 지역성을 넣었고, 14살이 되면 사춘기에 에너지가 끓어오르는 혼란함을 간직하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해서 열대소년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이런 의미를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가장 신경 쓴 장면은 엄마와 ‘한오’라는 아이가 받아쓰기하는 장면입니다. 두 분 다 연기를 전문적으로 하지 않았던 배우여서 리허설을 하고 원테이크로 찍었는데 가장 애정하는 장면입니다.

 

함유선 감독

다큐멘터리 편집을 하면서 제가 인터뷰했을 때 모든 분들에게 평화에 초점을 두고 했던 질문이 있었어요. 많은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그걸 어떻게 쌓아서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이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민들이 겪고 있는 상처나 아픔. 그리고 해군기지가 지어져서 평화와 대립적인 의미가 생긴 것. 이 부분들이 이야기로서 어떻게 형성해 나갈 수 있을까를 가장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제목은 원래 다른 제목이었는데 계속 편집을 하다 보니까 마지막 노래에서 ‘평화가 사람 속을 걸어 다니네’라는 문구가 영화와 잘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짓게 되었습니다.

 

조민재 감독

<실>이라는 제목은 공간과 시간을 실처럼 이어지는 것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지었고요. 이 영화를 준비할 때 특정 장면들, 어머니가 일하는 장면들을 표현하는데 가장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는 노동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있는데요. 노동 영화하면 정치적 사상적 이념을 설파하는 것들이 많은데, 그런 영화들도 좋아하고요. 저는 처음 노동 영화를만들겠다 생각할 때 굉장히 대상화된 전태일이나 청계천 이런 것들과 어머니의 몸 자체의 움직임을 분리해나가는 장면이 중요했어요. 지금 창신동에 있는 분들은 다른 역사의 결에서 오신 분들이 많거든요. 청계천과 창신동의 역사는 깊이 들어가면 분명히 달라요. 그걸 분리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어머니의 운동성이 이 영화에서 아름답게 표현되잖아요. 어머니가 옷을 만들어내는데 옷 위에 과거의 역사들이 끊임없이 미끄러지잖아요. 표면에 미끄러진다는, 실패한다는 의미가 중요해요. 우리가 볼 때는 해석하기 나름이잖아요. 저 역사가 어머니의 과거의 역사겠지 생각하지만, 개별의 역사들은 가시화할 수 없거든요. 어떻게 실패해 나가는 지 몸짓 자체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다 생각했어요. 노동자의 투쟁의 역사보다는 일하고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진행자

조민재 감독님께 묻고 싶은게, 그 좁은 공간에서 카메라 위치를 잡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카메라는 놓는 다는 것은 감독이 세상을 보는 자리라고 하잖아요. 감독님이 한 노동자의 몸짓, 육체를 담기 위해 카메라를 놓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아요.

 

조민재 감독

대상과 접속하기 위해 끊임없이 영화를 만들어요. 공간이 좁지만 작은 공간에서도 규칙들이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나누어서 어머니가 몸을 움직일 때 최대한 불편함이 없도록 준비했어요. 제가 이 영화를 2년 정도 준비했는데 어머니가 일하는 방식을 수집해나갔어요. 현장에서 어머니가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화면을 담아낼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진행자

함유선 감독님은 세상을 보기 위해 카메라를 어디에 두고 싶으신가요? 카메라를 들고 어디를 들어가고 싶으셨나요?

 

함유선 감독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 꽤 오랜 시간 그 분들 옆에서 보려고 노력했어요. 처음에는 멀리서 카메라로 모습을 담았어요.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했어요. 그분들이 활동하시는 마을의 모습을 전체적인 스케치로 그려보고, 그 다음 카메라를 가까이 다가가서 촬영했어요. 그 분들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내가 촬영하는 화면이 마을의 이미지가 되도록 촬영했습니다.

 

진행자

찍히는 대상과 나의 거리를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까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지형 감독님께 물어보고 싶어요. 외국인이 주인공인 영화를 보지 않은 건 아닌데, 이 영화는 동남아시아 영화를 보는 것 같았어요. 한국 영화가 아니라. 영화의 지정학적 요소를 절대 무시할 수 없어요. 감독님 영화에서 태국 영화 같은 아열대 지방의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어디서 제가 그런 걸 느낄 수 있었을까요? 이런 느낌을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촬영한 부분이 있나요?

 

이지형 감독

가장 큰 요소는 배우들이 가진 이미지 같아요. 한오 역과 엄마 역의 기적같이 좋은 두 명을 배우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인서트도 가능한 쨍쨍한 날에 찍으려고, 최대한 더위와 뜨거운 느낌을 담아내려 했었어요. 한오의 집 같은 경우 아파트에 살면 크게 차이가 없는데 베트남에서는 선반에 재단을 모신다고 해요. 그런 문화를 살려보자고 자료조사를 열심히 해서 미술감독에게 제안했어요. 조명이나 촬영에 그런 느낌을 살리고자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관객

외할아버지가 등장하는데 저승사자의 개념으로 이해했어요. 소년이 죽었겠다는 느낌을 가졌었고요. 물 속 장면이 두 번 나오는데 두 번째 장면에서는 물거품이 나더라고요. 그것도 의도하신 건가요?

 

이지형 감독

처음에는 유영하듯 보여주었어요. 물 속 장면이 총 세 번 나오는데요. 소년이 가진 불안이 증폭되면서 변화를 주면서 찍었던 것 같아요. 할아버지 같은 경우는 데려온다는 표현을 하잖아요, 생사의 기로에서. 데려 갈 수도 있고 안 데려갈 수도 있어요. ‘한오’라는 친구가 할아버지를 따라가겠다고 나서거든요. 아까 질문과 연결하자면, 죽었느냐 살았느냐를 얘기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할아버지가 질문했고, 한오는 나름의 대답을 해요. 그 친구가 꿈을 이룰 수 있는 단초가 생겼을 거라 생각해요. 그런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서 담았습니다.

 

진행자

GV의 클리셰지요, 감독님들의 향후 계획을 듣겠습니다.

 

이지형 감독

찍을 때마다 확인하면서 더듬더듬 만들었어요. 거친 면이 있었을 텐데요. 조금 더 힘이 덜 들어가고 사람 느낌이 나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함유선 감독

제2공항을 제주도에 짓고 있어서 연결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지점을 영상으로 남기고 싶어서 계속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민재 감독

저는 요즘에는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님의 <유령의 집>이라는 단편 소설을 영화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고요. 원래 하는 일은 건설 쪽 일인데 영화를 찍다보니 계속 기회가 생기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영화할 사람이 아니라는 얘기를 많이 했었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볼 영화를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