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선사람입니다> GV
<나는 조선사람입니다> GV

제12회 부산평화영화제 GV 기록
<나는 조선사람입니다>
일시 : 2021.10.30.(토)
장소: BNK부산은행 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
영화: <나는 조선사람입니다>
기록: 김지빈
참석자
모더레이터: 허정식 (예선 심사위원)
게스트: 김철민 감독(<나는 조선사람입니다> 연출)
진행자
이 작품은 영화를 떠나서도 재일교포문제에 관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편하게 질문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관객1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 때, 재일조선인문제를 알게 됐고 이번에 영화를 보니까 자세하게 다뤄주셔서 보는 내내 마음이 안 좋기도 했습니다. 금요행동 집회를 하시는데 투쟁을 하면 어쨌든 그 사회에서는 이분들이 소수잖아요. 이 문제가 해결되려면 일본의 시민단체라든지 다른 사람들과의 유대가 형성되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 그런 움직임이 있는지 궁금하고요.
그리고, 일본 정부는 고등교육 무상화하는 것을 지원 안 해주고 있잖아요. 우리 정부에서는 이 문제에 관한 관심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 동포로서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영화 잘 봤습니다.
진행자
일단 질문이 포괄적인데요. 연대 문제, 한국 정부와 관련해서 감독님이 평소에 고민하고 스스로 질문하셨던 것들을 편하게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철민 감독
우선 일본 사회에서 연대 문제는 영화에서도 좀 다루진 못했는데 편집하는 과정에서 재일조선인분들의 역사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까 일본 사회에서 함께 하시는 사회단체 분들이 많이 계세요. 일본은 연대하는 분들이 있지만, 그 힘이 크게 닿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어요. 아베 정권이 들어서면서 좀 더 극우화된 성향이 있습니다. 그래도, 일본 시민사회 단체에서 함께 시위하고, 도쿄에서 함께 시위하고, 오사카에서 할 때도 악기 연주하시는 분들은 다 일본인이시거든요. 일본 사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 시민사회에서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일본이 부당한 문제에 있어 맞서서 저항하는 목소리가 적은 데 그 안에서 재일조선인분들은 70년이 넘게 꾸준히 저항하고 있고요. 영화의 시점이 2019년이니까 2년이 지났는데 그사이 일본의 각 지역에서 조선학교만 무상화 부당하다고 재판을 진행했는데 작년까지 거의 모든 재판이 패소했습니다. 정부에서도 재판의 과정에서 할 수 있는 게 다 정치적 판단으로 재판을 하게 되거든요. 북한과의 문제 일본과 북한의 적대적인 관계때문에 북한과 조선 학교가 관련이 있다는 정치적인 이유로 부당한 판결을 내고 있는데 결국 이 문제를 계속 일본 정부에서도 정확히 이야기하거든요. 정치적 문제다. 정치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지 법적으로 할 수 없다고 변명같이 하고 있거든요.
결국, 통일이 멀게 느껴질 수 있는 논제이긴 하지만, 계속해서 꼭 풀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한국 정부에서는 법적인 문제로 조선학교에 대한 공식적인 지원이나 연계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가 조금씩 바뀌는 것에 따라, 온도 차이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한국에 국가보안법과 같은 법들이 있어서 조선학교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못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조선학교를 다룬 영화들을 보면서 우리 학교 시민 모임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부산에도 조선학교와 함께 하는 시민 모임 봄이라는 단체도 있고 몽당연필이라는 단체도 있고 그런 민간 시민단체에서 조선학교에 대해 연대를 하고 있고, 서울에 일본 영사관이 있는데 그 앞에서 매주 금요행동을 하고 있어요. 조선학교 차별을 반대한다는 시위를 계속하고 있고, 부산에서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그래도 시민단체가 있어서 활동들을 계속하시는 것 같고, 또, 후쿠오카 지역의 조선학교가 부산하고 가깝잖아요. 그쪽 학교와 교류도 하고요. 지금은 코로나 19로 인해 막혀있는 상황입니다.
이 영화 작년에 첫 상영을 하고 공동체 상영을 쭉 이어왔었는데 그때에도 많이 궁금해하셨던 게 우리도 어떤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그런 하고 싶으실 때는 적극적인 단체나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동포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해요. 조국에서 우리를 잊고 있거나 배제하거나 외면했었던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가 관심 가지고 있다는 것에 힘을 얻기도 해요. 저는 아직 재일조선인에 대해서 많이 모른다고 생각해요. 어떤 역사로 인해 그렇게 살고 계신 지 왜 조선사람이라는 명칭을 쓰고 계시는지 등 많이 알고 관심을 가지는 게 첫 번째인 것 같고, 그런 마음으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진행자
지금 코로나 시국이잖아요. 약 2년 전부터 일본의 연대나 금요행동 이런 것들이 계속 행해지고 있나요?
김철민 감독
네, 저도 페이스북으로 많이 소통하는데 매주 하고 있고, 일본인이 주축인 ‘고교무상화연락회’ 라는 단체가 있어요. 하세가와라는 선생님이 고교무상화 피켓을 들고 일본 전역을 순례하시는데요. 작년에 이 영화를 일본 도쿄에서 상영했을 때, 선생님을 만나 뵙고 고교무상화연락회 중심으로 일본에서 40회 정도 상영을 진행했거든요. 단체에서는 차별반대 운동과 함께 영화상영을 통해서 일본 사회에 많이 알리게 됐는데요. 일본 관객들이 꽤 많이 보고 그 안에서도 흐름이 있는 것 같아요.
저한테 소감을 보내주신 분들도 있는데, 일본인 분들은 정말 재일조선인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왜 일본에 살고 있고, 왜 일본말을 잘하지, 왜 한국에 안 가지, 싫으면 가면 되지, 하면서 이런 무지한 사람들이 꽤 있더라고요. 일본 사회가 상식적인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들이 빨리 해결되어야 한다는 의견들도 주셔서 참 보람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순회 상영할 때 교포분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김철민 감독
재일조선인 역사가 많이 복잡하고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오해가 될 수 있고 이런 걱정이 많이 됐어요. 또, 설명하려면 해야 할 일도 많고 어떻게 한 편의 영화 안에 잘 담을 수 있을까 끝까지 고민이었고 만들면서 제일 걱정한 부분은 주인공분들이나 일본에서 저를 만나서 도와주셨던 분들이 영화를 어떻게 보셨을까가 걱정이었는데 작년에 도쿄에서 첫 상영 할 때 150분 정도 강당에 모이셨는데, 숨소리, 웃음소리 이런 영화관에서의 긴장 등 제가 이런 얘기하기 좀 그런데 너무 좋아하셔서 끝나고 1세, 2세 분들이 손을 잡고 조선사람으로 살아서 좋았다고 얘기를 해주실 때 저도 많이 감격했었는데요.
또, 시민단체 안에도 청년, 민간 등 다 나눠 있다 보니까 다른 단체에 계신 분들의 고민, 역사 이런 것들은 잘 모르세요. 조선학교 출신분들은 한국민족통일연합(한통련)이 이런 단체였구나 하고 놀라시는 분들이 있고 오사카와 나고야에서는 같이 처음으로 상영회를 만드는 분들이 있었고요.
관객2
궁금한 게 두 가지 정도 여쭤볼게요. 먼저 역사적으로 의미 있고 감동적인 영화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단 말 전하고 싶고요. 첫 번째는 이 영화가 아무래도 색깔이 있는 영화다 보니 촬영이나 연출하시는데 애로사항이 많았을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힘든 부분이 있었다면 어떤 점이었는지 궁금하고요. 그리고, 좋은 영화 만들었는데 대중들에게 매체를 통해서 알릴 방법이 많을 것 같습니다. 향후 계획에 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철민 감독
영화가 예전 장면부터 나오잖아요. 2002년부터 이 영화를 만들겠다는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니었고 영상 관련 활동을 하다 보니 만나서 기록을 할 수 있었고요. 2016년부터 시작을 했고 4년에 거쳐 만들었는데요. 넉넉한 규모의 예산이 아니다 보니 스태프가 부족하고 제가 촬영, 편집 모든 걸 하는 시스템이라 그런 과정이 어렵긴 한데요. 저는 그동안 재일조선인분들 만나면서 좋았어요. 저한테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시고, 소중한 인연이 생겨서 그분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영화는 12월 9일 극장 개봉할 예정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개봉지원을 받게 되어서 의욕적으로 많이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화에 관심이 좀 있으셨던 단체에서 배급위원회에도 참가해주시면서 영화 보기 운동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관객3
영화 잘 봤고요. 저는 잘 모르고 있다가 이번에 알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간단한 질문 세 가지인데요. 하나는 (조선학교가) 학력이 인정되는지 아니면 한국처럼 검정고시 같은 걸 쳐야 하는지 궁금하고요. 또, 고교무상화 이야기가 나오는데 유치원, 초등학교는 지원이 되는지 안 되는지 그런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세 번째는 민간에서는 비슷한 학교가 있는지 지원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김철민 감독
우선 간단히 말씀을 드리자면 일본에 1조교 학교가 있고, 2조교 학교가 있는데, 여기에는 조선학교나 미용학교, 기술학교가 분류되어 있고요. 고교무상화 문제는 1조교라고 말씀드린 학교는 원래 무상이었고, 2013년에 2조교 학교들, 외국인학교를 포함한, 모든 학교가 무상화 정책을 시작하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조선학교가 제외됐습니다. 유치원 보육료 무상화도 이번에 시행하는데 거기도 조선학교는 제외했고요.
민간학교도 있어요. 오사카도 있고 도쿄에도 있는데 많지는 않고요.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에서도 지원을 받고요. 차이는 뭐냐면 기본적으로 한국어를 제2외국어 시간에만 배울 수 있는 그런 조건을 부여해요. 기본적으로 일본 교과서, 일본 교육과정을 따릅니다. 민간학교에 다녀도 우리말을 거의 못 하는 학생들이 많죠.
관객3
민간학교는 1조교인가요
김철민 감독
2조교입니다. 그리고 조선학교는 북한 정부에서 지원을 받는데 그 액수가 많지는 않습니다.
진행자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재일교포 중에 가난한 분은 우리 학교(조선학교)에 못 보내는 경우도 있는 건가요?
김철민 감독
네 그렇습니다. (조선학교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지만, 형편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끔 이런 질문하신 분들도 계세요. 재일조선인이 일본에 세금을 내면 되지, 세금을 내고 권리를 주장하던가, 그런 얘기를 하신 분들 있는데요. 당연히 세금도 다 내고 있습니다.
관객4
영화 너무 잘 봤습니다. 보면서 자연스럽게 저희와 같은 말을 쓰는 재일조선인들의 이야기에 공감이 되더라고요. 한편으로는 나는 혹시 어떤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지거나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2002년을 계기로 하면 그래도 약 20년간의 세월을 영화 속에 잘 담아주셨던 것 같은데 그동안 해오셨던 작업이라든지 이후에 관심이 있는 작업이 있나요?
김철민 감독
감사합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하게 돼요. 저와 다른 것에 대해 틀린 것으로 보거나 알지 못하는 무지함에서 오는 편견과 오해가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됐거든요. 그중에서도 큰 건 북한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북한에서도 가장 모르는 나라가 어디냐고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을 하는데요. 그만큼 정해진 규정이나 틀 안에서만 정보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게 있으니까요. 그런 문제들에 관심이 있고요.
그리고, 유튜브 채널 운영하고 있는데 오랫동안 ‘다큐창작소’라는 단체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장편 영화는 지금이 세 번째 작업인데요. 또 새로운 작업을 하겠지만 금방금방 만들지는 못하겠더라고요. 시간이 필요해서 그사이에 다른 단편 작업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진행자
간단한 질문 하나만 하고 마무리를 하려고 하는데요. 여기 계신 분들은 재일교포분들을 직접 만나보지 못하신 분들이 많으실 거잖아요. 감독님들은 재일교포분들을 직접 만나보니까 어떤 게 인상 깊었는지 궁금합니다.
김철민 감독
뭔가 잘 통한다는 느낌이 들었고요. 문화의 공통성 이런 것들이 있다 보니 잘 통하고 그분들이 가진 애정과 애틋함이 느껴졌어요. 그분들한테 제가 대단하다고 느끼는 점은 자기 정체성을 찾는다는 문제가 우리는 고민하지 않잖아요, 그분들은 태어나서 자기들은 어떤 존재인지 고민하고 살아가니까 어린 시절부터 그런 고민 속에서 괴로울 수 있지만, 자신을 인정하는 힘, 그래서 타인을 바라보고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고 느껴졌어요.
학교에서도 혼자 경쟁하는 것보다 더불어서 함께 사는 것을 많이 강조하고 배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자기 문제뿐 아니라 역사, 사회문제를 같이 바라보니까 시선도 앞으로의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 있어 그런 점에서 저도 배우는 것들이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