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경쟁2] <달과 닻>
관객리뷰단_유수미
북에서 간첩 수송 임무를 지령 받고 남에 내려왔다가 잡혀 몇 십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된 박희성씨. 풀려난 후에도 그는 북에 남겨둔 자신의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에게는 “영화촬영기사” 라는 접지 못한 꿈 하나가 있다. 그는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자신의 삶을 프레임 속에 담아낸다. 북에 대한 그리움과 통일을 소망하는 박희성씨의 마음이 더해지며 영화 “달과 닻”은 그렇게 완성된다.
“언젠간” 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보자. 아직 이루진 못했지만 미래에 희망을 꿈꾸며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박희성씨는 얘기한다. “내가 건강한 이유가 뭔지 알아? 그건 내가 평양에서 살기 위해서야.” 박희성씨의 마음 한켠 속엔 “언젠간” 이루어질 남북통일이 자리 잡고 있다. 언젠간 이라는 희망을 품으며 박희성씨는 미소를 살짝 지어 보인다.
박희성씨는 꿈을 꿔도 아들내미가 손 흔드는 것만이 보인다고 한다. 그것이 아들의 마지막 모습이자 마지막 인사였다. 박희성씨의 시간은 그 이후로 흘러가지 않고 그 기억 속에 멈춰져있는 듯했다. 멈춰진 시간 속에서 그는 이산가족을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하며 큰 외로움을 느낀다. 그의 깊게 파인 주름살이 지난 여생의 외로움의 깊이를 더해주는 듯 했다.
박희성씨는 캠코더를 잡는다. 꽃, 풍경, 집안 곳곳을 찍으며 자신의 꿈을 상기시킨다. 시내에 나가 새로운 캠코더를 사고 그는 세상을 프레임 안에 담기 시작한다. 이뤄지지 못할 것 만 같았던 영화촬영기사라는 꿈은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된다. 그는 구치소에 잡혔다가 풀려난 동우들을 찍으며 인터뷰를 한다. 그는 묻는다. “구치소에서 풀려난 후 현재, 어떤 감정과 기분이 드나요?” 인상 깊고 웃프었던 대답은 사회에서 보장해주는 게 없으니 교도소에 다시 들어가고 싶다는 대답이었다. 분명 교도소에서 나왔지만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란 공간이 또 하나의 교도소로 느껴진 게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