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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제8회 부산평화영화제 /알립니다!

제8회 부산평화영화제 시네토크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오고 간 내용

8회 부산평화영화제

시네토크 <7-그들이 없는 언론>

 

일시: 520() 4시 영화 상영 후

참석자: 김진혁 감독, 노종면 YTN 해직기자

진행: 박홍원 부산평화영화제 집행위원장

 

 

 

 

박홍원: 조승호 기자가 마라톤을 하는 엔딩 장면에서 언론 자유를 위한 기나긴 여정이 느껴졌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노종면 기자와 김진혁 감독은 언론사에서 14년 간 근무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분 다 다재다능하기로 유명하죠. 김진혁 감독은 ebs 근무 당시 지식채널e와 다큐프라임을 연출했고, 감성지식의 탄생이란 책도 썼습니다. 노종면 기자는 YTN 메인 뉴스라 할 수 있는 뉴스 창을 맡았고, 돌발뉴스도 노종면 기자의 아이디어라고 알고 있습니다. 현재는 <일파만파라>라는 미디어 플랫폼의 대표입니다.

 

(이어지는 관객 질문)

 

관객A : 국민들이 정신 차렸으면 이렇게까지 고생 안했을 텐데 어리석어 죄송합니다. 해직된 지 7년이 지났기 때문에 해직기자들이 복직하면 누군가는 나가야 하지 않나요? 상생할 방법은 없을까요?

 

노종면 : ytn의 해직 기자는 3명이고, 직원 수는 1200명입니다. 저희가 들어가서 나갈 사람은 없어요. mbc의 경우 밖에 있는 분이 여섯이고, 직원 수는 5천명 정도 될 걸요. 그런 우려보다는 혹시라도 지난 시기에 불공정한 방송에 기여한 사람들, 흔히 부역자들, 그들에게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생각했으면 합니다. 답은 여러분들이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관객B : 제가 지식채널e를 좋아합니다. 이 영화는 주제가 무겁고 사실을 많이 보여주는 영화라 형식면에서 김진혁 PD님이 하던 것과 달랐습니다. 어려운 분야에 새로 도전한 이유를 묻고 싶습니다.

 

김진혁: 전국언론노동조합에서 연출을 제안해 주셨어요. 마침 ebs를 퇴사한 지 얼마 안 되어 겸사겸사 연출을 수락한 거고요. 어떻게 만들까 고심하던 중에 해직언론인이 찍은 투쟁 영상을 봤어요. 그 생생함을 보니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 게 착각이었더라구요. 이렇게까지 처절한 몸짓일 줄이야... 지식채널e는 가공하고 다듬은 영상인데 이것은 그렇게 다룰 것이 아니었어요. 최대한 정신없고 두근두근하고 패닉상태가 되는 그런 경험을 극장에서 한다면 그 분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이 문제가 우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현장감 있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이런 형식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관객C : YTN 사장이 바뀌었는데, 복직에 관한 현재 상황이나 희망 등 향후 행보를 묻고 싶습니다.

 

노종면: 대선 직전에 해직자를 복직시키자는 말은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대선 앞두고 이 기회마저 놓치면 자정, 스스로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거죠. 아무리 늦어도 우리 내부에서 해직자를 복직하는 결단을 내리자는 뜻에서 4월 초에 사측에서 저희에게 복직을 제안했습니다. 선거를 코 앞에 둔 4월 초란 시점이 속이 보이잖아요. 이것은 우리의 취지에 어긋나며 정치적인 계산 끝에 복직을 자리를 보전하려는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지만 격론 끝에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늦었지만 아무 조건 없이 복직만 보고 제안을 수용하여 해직자들의 아픔을 위로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4월 중순 쯤 퇴직금 누진제를 없앤다는 얘기가 들렸습니다. 경영 상태는 호전되겠죠. 생각해보니 우리가 복직하는 조건으로 직원 수백명의 복지가... 그 제안을 어떻게 받아요. 이 사실이 공개되고 사장은 들끓는 사퇴압박을 받았어요. 더이상 YTN의 걸림돌이 되지 말라는 사원들의 요구에 회사를 나갔습니다. 이제 공정한 과정으로 사장이 선임되는 절차가 남아있겠죠. 사장이 선임되면 자연스럽게 복직에 대한 얘기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관객D : 영화 제작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고 오늘에서야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제 주최 측에 감사하단 말 전하고 싶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저는 일터에 대한 간절함이 절실하게 느껴졌습니다. 영화를 만들며 감독님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알려주신다면 제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김진혁 : 저는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영상을 만드는 편이예요. 지금 사실 분위기가 어색한데요. 정권이 교체되어 그런 것 같아요. 영화를 개봉할 때만 해도 훨씬 어둡고 침울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어두웠던 것만은 아니다. 양심을 지킨 이런 언론인들이 우리에게 있었다.’는 걸 보여주며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고, 저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하지만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박홍원 : 참고로 김진혁 감독도 반민특위에 대한 다큐를 제작하다 사측의 압력에 의해 수학교육팀으로 자리를 옮기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 참에 그만 두고 지금 한예종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마 이런 경력도 해직언론인에 대한 공감이 증폭되는 데 큰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관객 E: YTN의 기자들이 파업하는데 왜 회사에선 좋은 기사가 나오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파업하는 와중에 시민들로부터 어떤 지지를 받았고, 어떤 서운함을 느꼈는지 솔직하게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노종면: 언론계에 출입처 제도가 있어요. 기자는 출입처로 출근해서 기사를 씁니다. 내가 자유한국당 출입기자면 촛불집회 취재하러 못 가는 거예요. 출입처에 맞는 역할만 할 수 있게 역할을 세분하게 나누기 때문에 편집권 및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고위층이 적재적소에 기자를 배치하지 않으면 좋은 보도가 나오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출입처 제도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딱 요만큼입니다. 앞으로 언론 개혁의 방향은 출입처 제도를 혁파하는 데 있습니다. 출입처에 메이지 않고 좋은 보도를 찾아다니는 기자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그런 쪽으로 제도 개선이 되어야 한다고 대답을 대신하겠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이 우리 집회 때 많이 없어서 서운 한 건 없었어요. 언론사가 가야할 데에 안 간 데가 얼마나 많은데 우리가 시위한다고 안 오는 게 서운한 게 말이 됩니까. YTN 앞에 매일 시민들이 왔어요. 그래서 저희가 정문 앞 집회를 시작하게 된 겁니다. 시민들이 오셔서 우리 투쟁을 응원해주시고, 배지와 스카프 등 선물을 원없이 받았습니다. 서운한 건 못 느껴봤습니다.

 

관객 E: 그래도 이 사안이 더 커지지 못한 한계가 있지 않습니까. 아쉬움이 남을 것 같습니다.

 

노종면: 어떤 사건이 언론으로부터 고립되어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모르는 것이지, 시민들의 관심도가 떨어져서는 아니라고 봅니다.

 

관객F : 미디어를 공부하는 저와 같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김진혁: 저널리스트는 하나의 창이 되는 거예요. 예전에는 누군가가 만들어 준 창을 통해 선택하여 봤는데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본인이라는 창을 통해 보게 됩니다. 명확하고, 설득력 있고, 논리적으로 충분히 고민하고 정서적으로 충분히 공감한 자기나름대로의 창을 가지는 게 중요해요. ‘비판적 사고라는 뻔한 언어일 수도 있고, ‘본인만의 창’, ‘프레임이라고 하는 것을 가지고 끊임없이 세공해나가는 것이 저널리스트로 살아가는 평생의 업보이지 않을까 싶어요.

 

관객G : 반갑습니다. 저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논술 선생님입니다. 지식채널e에 담긴 지혜로운 촉을 배우고 싶습니다.

 

김진혁: 촉이라는 말씀을 해 주셨잖아요. 저는 그것을 공감이라는 단어로 바꿔 부르고 싶어요.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제작진들은 이해하기 편하게 휴머니즘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또 어떤 분들은 좌우 이념이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세요. 이걸 찾기 위해 PD와 작가들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합니다. 그 지점을 찾으면 그걸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합니다. 그 부분에서 정서적 울림이 생기는 것 같아요. 모든 프로그램이 그런 부분을 고민하지만 지식채널e는 좀 더 고민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관객H : 기자님께서 해직 후 뉴스타파, 일파만파와 같은 춥고 외로운 대안미디어에서 일하셨어요. 앞으로 지역에서 대안미디어의 가능성과 개인적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노종면: 뉴스타파의 첫 회 방송의 조회수가 업로드하자마자 100만을 기록했습니다. 회사로 시민들이 야식을 싸 오고, 김치를 냉장고에 넣어주시고... 심지어 주변 사람 돈을 모아 돈봉투를 가져 오신 분도 있었어요. 제가 고집이 센 놈이라 돈은 안 받았습니다. 시민들의 지지 때문에 소위 말하는 대안 매체, 독립미디어들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저는 지속성이 떨어질 거라 봐요. 제도나 시장의 원리로 갈 수 있는 구조로 가야하는데 그게 안되잖아요. 언제까지 여러분이 이 매체를 먹여 살릴 겁니까. 안 돼요... 자연스럽게 조회수가 떨어지고, 그건 당연한 현상이예요. 그래서 어쩌란 얘기냐? 촛불이 만든 이 정권에서는 비상식을 상식으로 돌려야 하잖아요. 세금 내는 시민들이 자기가 낸 돈으로 매체를 새로 만들었다? 이건 비상식이예요. 지금 시대에는 정상적으로 시민들을 위한 언론을 제대로 살려야 합니다. 예를 들면 공영언론이 하나씩 제휴를 하는 거죠. 일반 사기업들도 사회적 환원을 하잖아요. 공생, 상생해야죠. 그동안 공영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만들어진 대안언론을 공영언론이 하나씩 먹여 살려야죠. 더이상 시민들이 돈을 안 내는 상황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미 왠만한 언론사들은 미디어 사업영역이 굉장히 다양합니다. 자회사가 한 두개가 아니예요. 이미 많은 채널을 가지고 있고, 나눠야 합니다. 인터넷 사업을 하는 YTN플러스라는 자회사가 있습니다. 논조가 없는 플랫폼 사업이예요. 이를테면 이런 자회사가 뉴스타파나 국민TV처럼 공적 역할을 해 온 시민미디어와 협력하여 주간 시사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어요.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합니다. 의지가 있고, 그걸 하도록 시민사회에서 압박을 준다면요.

 

관객I : 이전 정권이 언론사를 장악했다는 것은 알지만 4대강 사업, 생탁 파업 등 사태의 이면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언론사가 아쉽고 못마땅하거든요. 언론사들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인지 어떻게 보시는 지 궁금합니다.

 

노종면: 이명박근혜 정권동안 여러 이슈가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고, 우리 소비자 입장에선 불충분했구요. 왜곡하거나 아예 비추지 않아 모르게 하는 면도 있었고, 그건 시스템적으로 어쩔 수 없는게 아니라 언론사가 해야 할 일을 안 한겁니다.

 

김진혁: 제가 첨언을 드리면, 이 영화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언론사의 사장이 바뀌면서부터 시작합니다. 공영언론에서 사장을 국민들이 직접 뽑거나 공모제보다 더 적극적인 방식 등 좋은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박홍원: 공영언론의 지배구조 개선이 해결되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건 정답입니다. 사장 임명 방법을 개선하여 쉽게 해결할 수 있어요. 그러나 국회에서 안건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으며, 언론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겁니다.

 

노종면: 지배구조 개선도 중요하지만, 시민 여러분께 관심을 부탁드리는 것이 언론사의 노동조합입니다. 노동자들의 결사체이며, 헌법이 보장하는 합법적이고 중요한 조직이잖아요. 그런데 기자들이 왜 노조하냐는 시선이 있어요. 언론사의 노동조합이 무엇을 하냐면, 보도를 감시해요. 그동안 언론사의 노조가 사측과 만나 방송을 평가하고, 문제를 논의하고, 보도책임자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노력을 해 왔어요.

 

관객J: 기자를 꿈 꾸는 학생입니다. 영화를 보며 만약 내가 기자가 되었을 때 저 상황이 온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생각했더니 기자님처럼 못 했을 것 같아요. 바른 언론을 위해 행동할 수 있었던 신념과 기자로서 지녀야 할 생각을 여쭙고 싶습니다.

 

노종면: 제가 학생 입장에서 이런 영화를 봤다면 같은 생각이었을 거예요. 저는 노래하기 좋아하고 춤추기 좋아하는 전형적인 날라리였거든요. 회사 동료들, 더 확장하여 같은 시대의 동료들, 그런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거죠. 그 사람들의 생각 하나하나에서 용기가 쌓이는 거 같아요. 어느 순간에 그 수준이 넘어 결심을 합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예요. ‘어떤 상황이 오면 나는 어떻게 하지?’ 미리 생각하는 건 별 도움이 안 돼요. 열어 놓고,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론이 모이면, 그 공론에 적절히 참여하여 내 생각이 바뀔 수 있습니다. 아까 김진혁 감독이 프레임이나 창을 만들고 끊임없이 세공하라고 했죠. 자신의 시각이나 프레임을 갖게 되고, 그것의 변화 가능성만 인정하면 어떤 상황이 닥쳐도 크게 두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