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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제8회 부산평화영화제 /★관객리뷰

[공식경쟁1] <난잎으로 칼을 얻다> ‘이 땅의 평화를 위해 살다 간 사람들을 기억하는 힘’

이 땅의 평화를 위해 살다 간 사람들을 기억하는 힘

부산평화영화제 공식경쟁 영화 <난잎으로 칼을 얻다리뷰

 

우리들은 우리가 현재 존재하기 위해서 필요했던 과거에 관해 생각해보지 않거나, 알았더라도 잊어버리는 때가 종종 있다. 우리들은 지금 현재 그저 당연히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 속에서 기억되지 못한 과거는 현재와 이어지지 못하고, 단절된 상태로 과거에만 머물게 된다. 이러지 않기 위해 필요하고,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그것이 잊히지 않게 끊임없이 기억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들은 많지만, 이번 글에서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기억에 대해 말하려 한다.

영화 <난잎으로 칼을 얻다>는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고자 하는 이들이 어떤 식으로 잊지 않으려 하는가를 보여준다. 영화는 미처 다 쓰지 못한 책을 완성하기 위해서 딸에게 그것을 부탁한 아버지와 그것을 받아들인 딸이 함께 만주로 떠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주인공인 아버지와 딸은 책을 완성하기 위해 중국 다롄, 뤼순 등을 다니면서 해당 지역과 관련된 독립운동가들을 차례차례 만나게 된다. 이들이 찾아나서는 독립운동가들은 익히 알려진 안중근·윤동주부터, 막대한 재산을 처분해 독립운동을 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던 우당 이회영, 님 웨일스가 지은 아리랑의 주인공인 김산 등 다양하다. 카메라는 부녀가 이런저런 지역을 다니는 장면, 책의 완성을 위해 서로 상의하는 장면, 해당 지역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충실히 담아 나간다. 감독은 때때로 독자들도 궁금해 할 것 같은 것들을 딸인 다훈에게 직접 물어보지만, 책 완성의 과정을 담는 영화답게 기본적으로는 부녀 사이에 개입하지 않는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평화는 누구에 의해서 얻어진 것인가?’이다. 딸 다훈은 다른 나라의 평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어느 순간 지금 살고 있는 우리의 평화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생각은 아버지와의 기행 속에서 조금씩 정리되는데, 일제강점기 조국의 광복을 위해 헌신하고 인생을 바쳤던 독립운동가들에게로 모이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기억되지 못한 독립운동가들을 찾게 된다. 우리에게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던 사람은 익히 알려졌듯 안중근이지만, 그는 혼자서 거사를 치른 것이 아니었다. 단지동맹이라는 동지들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단지동맹은 우리에게는 낯선 인물들이다. 기억되지 못한 것이다. 영화는 기억된 이들과 기억되지 못한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평화가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들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야 말로 이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에 대한 해답이다. 그렇게 영화는 마무리된다.

영화를 보며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이 지금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체 인구의 1%도 되지 않았던 이들이 없었다면, 우리의 현재가 지금과 같을 것이라 단정할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필자 역시 더욱더 기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억들이 하나둘씩 쌓이고 모이면 그것은 시간이 된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시간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기억되지 않으면 안 된다. 독립운동의 기억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우리를 존재하게 해준 과거에 대한 예의이며,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한 의무이다.

 

관객리뷰단 박민주 (krzone0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