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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제6회 부산평화영화제/관객 리뷰

공식경쟁 5 <늘샘천축국뎐>

 

 

 

늘샘천축국뎐

 

권지혜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중요한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것에도, 내가 당신을 싫어하는 것에도, 간절히 바랐던 사람과의 인연이 끊어진 것에도 반드시 그 까닭의 원인이 존재하리라. 발음하기 선뜻 망설여지는 이 영화 늘샘천축국뎐은 세상의 이러한 무수한 물음 중 인간 존재 본질에 대한 이유를 찾기 위한 땅 천축국(인도)을 포함하여 아시아 총 8개국을 유랑한 감독 늘샘의 이야기이다. 감독이자 주인공인 늘샘은 주머니가 두둑하지도, 외국어가 그리 능통하지도, 함께 짊어진 기타 실력이 아주 뛰어난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그저 나는 누구이며, 행복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해 의문을 품은 평범해 보이는 어느 한 청년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자신과 마주하는 데, 또 타인과 그들의 삶을 받아들이는 데 누구보다 적극적인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영화는 감히 말하자면 세련됨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당신이 만약, 감독이 여행한 여러 국가의 장엄한 풍경과 다듬어진 영상미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감독의 여행과정도 마냥 순탄하고 다듬어지지는 않아서, 예상치 못하게 숙소에서 쫓겨나가는가 하면 국경을 넘을 때마다 물갈이와 설사를 반복하고, 여러 종류의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무엇보다 진솔한풍경과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아닐까. 사실 여행지라는 것은 낯선 이의 입장에서 내린 언어의 표현일 뿐, 우리네 일상처럼 지극히 평범하고 화려하진 않은 삶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감독의 카메라에는 화려한 건축물의 외형이 아닌 기차 안에서 지쳐 누워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골목을 지나가는 고양이의 모습, 그리고 흘러가는 강물의 정취가 더 많이 담겨있다.

 

  하지만, 감독이 전해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절대 가볍지 않으며 우리네 삶의 맥을 정확히 짚고 있는 듯하다. 중국에서부터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 네팔 그 넓은 세상을 254일이라는 시간동안 여행하면서 감독이 던지는 공통적인 질문이 있다. 첫째, 당신은 누구이며 지금 어떤 일을 하는가? 둘째, 당신의 인생에서 행복했던 순간과 불행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셋째, 당신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넷째,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그 많은 사람들의 대답이 이 영화의 주된 내용을 이룬다. 더불어, 영화를 보는 우리 역시 이 질문의 대답에 대해 저마다 생각해보게끔 한다. 어김없이 지나간 과거 어느 시간의 한 자락과,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를 담담히 얘기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됐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인터뷰를 했던 사람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인생의 가치를 거창한 것이라 생각하지도, 포장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어떤 이는 아름다운 풍경과 자연을 지키는 것이 세상에서 무엇보다 가치 있다 하였고, 다른 이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있는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 하였으며, 또 다른 이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아버지가 된 순간이라 말하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점은 그들 모두 인생을 즐길 줄 알았다는 점이다. 자신들이 발 딛고 있는 곳이 어디이든, 지금 어떤 일을 하든, 지금 이 순간 삶의 재미를 추구하고 현재에 감사할 줄 아는 이들이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모든 것에 이유를 부여하려 한다고 했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에도, 운명이라 생각했던 사람과 아무것도 아닌 사이가 되어버린 것에도, 삶에서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에도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기에, 우리는 그 답을 찾기 위해서 노력한다. 하지만, 감독이 만난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꿈과 방향에 대해 확신이 있던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는, 인생에 대한 해답과 큰 변화를 기대하고 여행길에 올랐지만 답을 찾지 못한 이들도 있었으며, 감독 역시 그 중 한명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아는 세상이 전보다 넓어졌으며, 외로워도 슬퍼도 세상이 막막하게만 느껴져도 어떻게든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이 영화의 감독 덕분에 내가 아는 세상이 전보다 넓어졌다. 그리고 분명 그가 여행을 하는 그 순간 자신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를 보는 당신이, 삶에서 찾고자하는 물음에 대한 이유를 찾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동시에 찾지 못했다하여 너무 절망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이 영화를 본 순간이 즐거웠다면, 당신의 인생도 그저 재밌게 즐길 수 있기를.